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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분석한 '미스터 트롯' 열풍

입력 2020.07.30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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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한 식당에서 하동군 홍보대사로 위촉된 정동원 군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크게보기
경남 하동군 한 식당에서 하동군 홍보대사로 위촉된 정동원 군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36] 요즘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기존 음악 예능은 대체로 젊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힙합이나 발라드, 성악을 경연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최근 방송가 트렌드는 트로트가 대세인 것 같다. 이처럼 트로트가 방송가에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려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인들이 있다. 이들은 라디오, 방송, 광고 할 것 없이 종횡무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트로트 열기로 인기를 얻게 된 이들의 사연을 살펴보면 부모님 몰래 다니던 대학은 휴학하고 오디션에 참가한 출연자, 은사님 도움으로 성악 공부를 위해 유학을 다녀온 출연자, 병상에 계신 할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불러드리다 실력을 인정받아 경연에 참여한 어린 출연자 등 이들의 외모만큼이나 숨겨진 이야기도 다양하다. 방송을 통해 이들의 사연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트로트 열풍이 더해지면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대회 우승자들 몸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이제 이들의 행사 출연료는 인기 아이돌 그룹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이들 가운데는 무명 시절일 때보다 최근 행사 출연료가 10배에서 많게는 20배가량 상승했다고 고백해 주변을 놀라게 한 이도 있다. 오랜 기간 무명으로 고생한 출연자들 사연을 많은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터라 이들의 급격한 출연료 인상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로트 대회 우승자들은 메이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전설적인 가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하고, 최고의 스태프와 일하면서 의상, 메이크업, 방송 매너들을 배워 전보다 기량이 향상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 실력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출연료가 상승한 것처럼 급격하게 향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아져 전보다 출연료가 10배에서 20배가량 상승했다고만 생각하면 이는 거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물론 방송과 공연 산업은 '슈퍼스타 경제학'이라고 불리며 소수의 스타가 많은 수익을 차지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적은 임금을 받아 소득 불균형이 큰 산업이다. 그러나 앞의 사례는 마치 복권 당첨 같은 요행이 작용한 것만 같다.

이와 같은 연예계 산업의 특성을 '슈퍼스타 경제학' 이론이 아닌 다른 경제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트로트 가수들이 활동하는 음반 산업은 경제학에서 '독점적 경쟁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독점적 경쟁시장이란 진입과 퇴출 장벽이 비교적 낮아 많은 생산자가 존재하며, 소비자들 역시 다수가 존재하는 시장이다. 이론적으로 트로트를 비롯한 음악 산업에는 공급자들이 무수히 많고, 노래를 듣는 수요자들도 많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일인 미디어가 발전한 요즘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두가 트로트 시장에서 생산자, 즉 가수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낮아 많은 생산자들이 존재하면 시장에서 공급자는 완전경쟁시장과 같이 초과이윤을 거의 얻을 수 없다. 이때 시장의 균형 가격, 즉 출연료는 기회비용을 포함해 공급자들이 손해 보지 않는 최저 수준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독점적 경쟁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은 차별화될 수 있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대표적인 시장 사례인 요식업과 미용 산업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식당마다 자장면, 설렁탕과 같은 메뉴를 판매하지만 이것을 조리하는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머리를 손질하거나 메이크업을 해 주는 서비스도 크게 보면 비슷하지만 미용실 원장님 실력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손님들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미스터 트롯' 출연진 사례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한 수많은 참가자들 가운데는 최종 선발된 7명과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도 있다. 아쉽게 떨어진 참가자 가운데는 실력이 우승 멤버들과 비슷하지만 방송에서 주목을 받지 못해 과거 우승자들이 그랬듯이 잘나가는 7인이 현재 받는 출연료의 10분의 1 수준의 급여를 받고 노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컴퓨터가 최후의 7인과 낙방한 가수들의 노래를 평가한다면 점수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웬만한 가수들은 정확한 박자, 음정, 절적한 음역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중적인 인기는 수치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가수들의 '개성'과 숨어 있는 이야기에 따라 판가름 난다. 이처럼 가수들 실력에 큰 차이가 없는데 수입 차이가 크다면 이는 불공평한 사례일 수 있고, 시장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독점적 경쟁시장의 특징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어 일시적으로는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진입과 퇴출장벽이 낮아 장기적으로 원래 수준의 가격으로 회귀한다.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7명의 가수는 대중에게 차별화된 인지도를 갖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기간 동안 극한의 수준으로 집중했고, 다른 출연진과 약간이라도 차별화된 특징을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만일 이들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몇 해 뒤 이들의 출연료는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앞으로 있을 경연에 참가한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다른 참가자들과 어려움을 극복한 그들의 인생 스토리들이 주목을 받으면 이들의 인지도는 곧 하락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높은 몸값은 떨어지고 다시 초과이윤이 없는 균형 상태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독점적 경쟁시장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완전히 동질적으로 만들 수 없는 시장에서 발생하며 공급자들은 차별화된 특성으로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완전경쟁시장만큼 자원이 최적 상태로 배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독점적 경쟁시장의 공급자들은 초과이윤을 얻기 위해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이를 유지하려는 수고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리사들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미용사들도 새로운 헤어 스타일을 연구한다. 따라서 독점적 경쟁시장의 초과이윤을 단순히 공급자가 불합리하게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제조업에서 생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성이 증대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획일화된 대량 상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여러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을 원하는 영역이 더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독점적 경쟁시장의 새로운 사례는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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