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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의 국보청자 값 서울아파트 20채, 140억원?

입력 2020.07.30 16:15:00 수정 2020.07.31 10: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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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미술품 중 가장 가격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1912년 이왕가박물관이 일본인 고물상에게서 2600원에 구입했다. 국보는 희소성과 상징성을 따질 때 부르는 게 값이다.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만 하더라도 한때 1조원이 제시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미지 크게보기
국보 미술품 중 가장 가격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1912년 이왕가박물관이 일본인 고물상에게서 2600원에 구입했다. 국보는 희소성과 상징성을 따질 때 부르는 게 값이다.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만 하더라도 한때 1조원이 제시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의 자취-46] 1935년 문화재 수집가인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일본인 골동품상에게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구입하면서 2만원의 거금을 지불했다. 당시 서울의 기왓집 20채 값에 해당하는 액수다. 2020년 7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가격이 7억원을 넘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전형필이 지불한 2만원을 오늘날 시세로 환산하면 140억원에 해당하는 셈이다.

2019년 6월 경매에 출품된 백자대호(달항아리)가 31억원에 낙찰돼 국내 도자기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백자대호는 국보도, 보물도 아니지만 이렇게 고가에 팔렸다. 국보 제68호는 지금도 국보 청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 예술품이다. 독보적 가치를 감안할 때 국보 제68호의 가치가 서울 아파트 20채 이상은 거뜬히 넘지 않을까.

국보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당연히 거래될 수 있다. 거래의 대상이니 가격이 없을 수는 없다. 국가 소유의 국보를 사고팔 수는 없겠지만 민간이 갖고 있는 국보는 엄연히 개인 재산인 만큼 매매할 수 있다. 다만 소유자 및 소재지 변경 사실을 문화재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해외 매매는 사실상 불허된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청장의 허가 없이 문화재를 국외로 수출하거나 반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국보 제68호가 거액에 거래된 반면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1931년 3만원, 1948년 5000달러, 1949년 1만달러에 매물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그림의 제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없어 결국 1950년 덴리교 2대 교주인 나카야마 쇼젠(中山正善)이 구입했으며 오늘날 덴리대 도서관에 수장돼 있다.

대한민국 국보 중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굳이 최고 가치의 국보를 꼽자면 마땅히 그 지위가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미술관 소장)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을 만든 원리와 문자 사용에 대한 설명, 용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한글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유산이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배우기 쉬운 문자로 평가 받는다. 무엇보다 세계 문자 중 만든 사람과 반포일,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아는 유일한 문자다. 따라서 2013년 새로 지어져 국보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는 숭례문을 대신해 훈민정음을 국보 제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훈민정음 해례본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의 문화유산'이라는 의미에서 1조원이 제시되기도 했다. 전형필은 1943년 1만원에 해례본을 구입했다.

예술품 중에서는 '한국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불리는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으뜸으로 꼽는다. 일본 미술사학자 세키노 다다시(關野貞)는 1933년 발표한 '조선 삼국시대의 조각' 논문에서 국보 제83호가 경주 남쪽 오릉 부근의 폐사지에서 출토됐다고 밝혔다. 서울의 일본인 고물상이 소유하고 있던 것을 1912년 이왕가박물관이 2600원을 지불하고 사들였다. 23년 뒤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 2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지만 골동품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기 전인 당시로서는 이 역시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국보 제83호는 한번도 가격이 매겨진 적이 없다. 다만 보험가로 가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국보 83호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 10월 뉴욕전을 앞두고 안전한 이송을 위해 보험평가위원회를 열어 보험가를 산정했다. 그 결과 평가액은 5000만달러, 즉 약 500억원으로 나왔다.

신라금관은 어느 수준일까. 국보 191호인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금관 중 시기가 가장 앞서며 나뭇가지 3개, 사슴뿔 2개 등 장식을 세운 신라 왕관의 전형적 형식을 정립시켰다. 하지만 현존하는 금관이 6개나 된다. 따라서 보험가는 반가사유상에 못 미치는 1000만달러로 책정됐다. 국보 제192호 황남대총 북분 금제허리띠는 900만달러, 화려한 장식의 국보 제90호 경주 부부총 금귀고리는 크기가 작아 200만달러로 각각 정해졌다.

백제 문화재 중 보험가가 제일 높은 것은 단연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이다. 1993년 능산리고분 기념관 주차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향로는 창의성과 조형성이 뛰어나고 불교와 도교가 혼재된 종교적 복합성까지 담은 명작이다. 국립부여박물관이 보관 중인 금동대향로는 2004년 용산 중앙박물관 개관 전시회 때 서울로 옮겨오면서 한 차례 보험가액을 매긴 바 있으며 그 액수는 3000달러였다. 현재의 보험가는 국보 제83호와 같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보 자기류는 보험가가 400만달러 선에서 정해진다. 옥을 깎은 듯이 빚은 국보 제95호 청자투각칠보문뚜껑 향로가 500만달러로 국유 청자 중 제일 높다. 국보 제60호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도 비슷하다.

파손이나 도난을 우려해 보험을 들기도 한다. 한국미술품의 금자탑 국보 제24호 석굴암은 191억원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가는 상징적으로 정해놓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보험료는 보험가 대비 0.1~0.2%로 결정되며 보험료 부담을 고려해 보험가를 본연의 가치보다 낮게 부여하는 경향도 있다.

2017년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4억5030만 달러(약 4979억원)에 매각됐다. 같은해 12월 17일에는 베이징의 경매 시장에서 중국 미술의 거장 치바이스(1864∼1957)가 그린 '산수 12조 병풍'이 9억3150만위안(1532억원)에 낙찰됐다. 국내에서도 2015년 12월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이 35억2000만원에 팔렸다.

보물은 간혹 시장에 나오지만 국보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희소성과 상징성을 따질 때 국보는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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