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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부활 보컬' 이성욱, 그리고 밴드 신조음계

입력 2020.09.12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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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162]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부활의 김태원이 '남자의 자격'으로 한참 주가를 높일 때였다. 당시 영상을 찾아보면 부활 7대 보컬인 이성욱과 함께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MC였던 이경규가 이성욱에게 "왜 부활을 나왔느냐"고 묻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김태원의 얼굴과 당황해하는 이성욱의 얼굴이 오버랩돼 지나간다. 이성욱은 "전 국민이 다 보는 TV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와이프에게는 자진탈퇴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잘렸다"고 털어놓는다. 여전히 김태원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시선 처리조차 힘들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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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7대 보컬 이성욱은 대표적인 '비운의 보컬'이라 불린다. 부활이 7집을 내기 직전 부활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5집 '론리 나잇(Lonely Night)’을 함께한 박완규가 떠난 자리에 보컬 김기연을 급히 수혈해 6집 작업을 했지만 흥행 측면에서 보자면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래서 1년간 이를 갈며 앨범을 준비해 내놓은 게 7집이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친 앨범이었다.

6집 이후 7집 부활 멤버는 김태원 본인 빼고는 모두 교체됐다. 프런트맨 역할을 하는 보컬에 영입된 게 바로 이성욱이었다. 타이틀곡 '안녕'은 무려 두 달이 넘는 혹독한 녹음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앨범에 담긴 이성욱의 보컬은 단단한 미성의 '슈퍼 하이 퀄리티'였다. 이 앨범에 실린 '리플리히'란 곡은 알 만한 사람들이 꼽는 이 앨범 최고의 명곡이다. 뮤직비디오에 이서진 오지호 김남주 등이 총출동했을 정도로 곡에 거는 기대도 컸다. 당대 최고 배우가 출연한 뮤직비디오에서조차 가장 빛나는 대목은 단연 이성욱의 목소리, 그리고 김태원이 만든 멜로디라인이었다. 처연하고 우울한 기타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이성욱의 단단한 미성은 당대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김태원의 프로그레시브한 곡 전개는 다음 앨범의 히트곡인 '네버 엔딩 스토리'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때마침 터진 소속사 부도 등이 겹쳐 이 앨범은 채 3000장을 팔지 못하고 절판되게 된다. 엄청난 공을 들여 만든 앨범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린 것이다(추후 팬들의 요구로 10년이 지나 다시 출시되게 된다). 6집에 이어 7집까지 망한 김태원은 실의에 빠진 상황에서 어느 날 걸려온 이승철의 전화에 흔들려(본인은 추후 '재물에 눈이 어두워'라는 문장을 쓴다) 이성욱을 내보내고 이승철과 함께 '네버 엔딩 스토리'가 담긴 8집 앨범으로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김태원은 7집 당시 이성욱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공들인 7집이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015년 잊힌 노래를 심폐소생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보컬 김동명, 빅마마 출신 가수 이영현과 함께 7집 타이틀곡 '안녕'을 무대에 올리게 된다.

부활이 7집 앨범을 내놓았을 당시 느꼈던 충격이 생생하다. '김태원의 발라드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론리 나잇을 뛰어넘는 극악 난도의 곡을 김태원이 또 쓰는 날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을 두 번째로 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때 즐겨들었던 명 보컬이 부활에 가서 날개를 펼치겠구나'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이성욱은 부활에 합류하기 이전 '신조음계(SINZO EUMKE)'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했다. 1994년 앨범을 내놓은 이 밴드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하지만 데뷔 시기와 맞물려 출범한 케이블TV를 타고 그들의 뮤직비디오는 잊힐 만하면 나오곤 했다. '나만의 꿈'이란 곡이었다.

나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준 건

내 곁에 함께했던 음악 소리 예

누구나 같은 길을 걸을 순 없어

꿈은 다른 거야



모험이야 이제 내 삶은 해답 또한 없어

밑줄 친 참고서 따윈 날 책임질 수 없겠지

늘 뒤에서 문제아라고 날 비웃었던 친구들

오 나는 알아 그 속마음 나는 그들의 우상이 될 테니



친구들은 비겁했었지

쉽게 살려고 해 현실에 길들여진 채

아무런 불만 없다고

늘 뒤에서 문제아라고 날 비웃었던 친구들

오 나는 알아 그 속마음 나는 그들의 우상이 될 테니



후략




이 같은 내용이 실린 가사 역시 록을 즐겨 듣는 청소년 마음을 촉촉하게 자극할 만한 것이었다. 당시도 깨끗한 미성과 풋풋함으로 돋보였던 이성욱의 보컬은 부활에 가서 그야말로 '괴물'로 진화했지만 앨범의 흥행 참패와 함께 빛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참고로 신조음계는 1998년 두 번째 앨범까지 내고 해체의 길을 걸었으며 추후 2014년 해체 16년 만에 재결성해 세 번째 앨범을 내기도 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신조음계 '나만의 꿈'이 들어가 주목을 받았던 덕분이었다(보컬은 오디션을 통해 뽑은 '강휘찬'이 들어갔다).

이성욱은 부활 탈퇴 이후에는 가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인기 가수로서의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하는 그의 실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록발라드 팬이라면, 그리고 탄탄한 발성을 기반으로 한 고음 미성 보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녕' '리플리히' '나만의 꿈', 이 세 곡은 놓쳐선 안 되는 명곡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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