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록체인 광풍은 반복된다

입력 2020.10.15 06:01:00 수정 2020.10.15 15:14:31
  • 공유
  • 글자크기
출처=픽사베이이미지 크게보기
출처=픽사베이 [블록체인 알파&오메가-57] 최근 블록체인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뭐 언제는 평온한 적이 있었겠냐마는 최근 흐름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작년에는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에서 유행을 탔고, 이를 토대로 올해는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기세를 얻었다. 컴파운드, 유니스왑, YFI 같은 굵직한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등장했고, 뒤이어 이들의 수많은 복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왜 이 복제품들에 가지각색의 음식 이름이 붙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냥 유행이거니 하고 넘어가자).

스테이블 코인에서 디파이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과거에도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항상 블록체인 시장에 광풍이 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차례 광풍 불었던 블록체인 시장

2011년 라이트코인의 등장은 '알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었다. 이후 다양한 알트코인이 만들어졌고 2013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네임코인, 월드코인, 페더코인 등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코인들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때마침 비트코인 채굴이 주문형 반도체(ASIC)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길 잃은 GPU 채굴자들이 알트코인에 주목했고, 그 수요에 부응할 만큼 많은 알트코인이 만들어지고, 채굴됐다. 그리고 알트코인이 한창 유행하던 2013년 말 첫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쳤다. 6월에 100달러 정도 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11월에 1000달러까지 상승했고, 2014년 2월 마운틴곡스 사건이 터지면서 광풍은 수그러들었다.

두 번째 광풍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코인공개(ICO) 대유행이 있었다. 2015년 이더리움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콘트랙트는 블록체인의 사용처를 확장시켜줬지만 시장이 가장 열광한 아이템은 블록체인으로 모금하고 자동으로 토큰을 발행해주는 스마트콘트랙트, 즉 ICO였다. 2015년 8월 어거(Augur)가 첫 스마트콘트랙트 기반 ICO를 한 이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ICO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났고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ICO 바람이 한창이던 2017년 두 번째 비트코인 광풍이 왔다. 2017년 초에 1000달러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그해 말 1만5000달러까지 상승했고,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블록체인 규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빠르게 잠잠해졌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2018년에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 주목받았고, 빠르게 성장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은 디파이가 번영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었다. 만약 스테이블 코인이 없었다면 디파이는 법정화폐를 취급하는 기존 은행이나 거래소와 경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름도 다 기억하기 어려운 알트코인들과 ICO들이 나타났듯이 지금은 수많은 디파이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반복된다면 디파이 유행 속에서 세 번째 광풍이 불어올 것이다.

◆광풍이 야기하는 변화에 주목해야

광풍이 불면 블록체인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이다. 광풍이 잦아들면 또 새로운 침체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광풍이 불 때마다 블록체인은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첫 번째 광풍 이후 블록체인은 스마트콘트랙트, 익명전송, DPoS 등 다양한 기술적 발전을 시작했으며, 두 번째 광풍 이후 블록체인은 개인 프로젝트에서 기업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아마 세 번째 광풍도(만약에 온다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큰 바람이 불면 대부분 새는 날기를 멈추지만 독수리만은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블록체인 세계에도 광풍이 불었을 때마다 살아남은 독수리들이 있다. 전통적인 알트코인의 강자 라이트코인과 도기코인이 있고, ICO를 토대로 성장한 체인링크, 이오스, 테조스가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우리나라가 중심인 것은 하나도 없다.

지난 광풍 이후를 돌아보면 우리의 블록체인 환경은 규제안(특금법)과 과세안이 나온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전무하고 마이크로스트레티지나 스퀘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자산의 일부로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회사도 없다. 여러 시범사업을 벌이고는 있으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없다. 과연 우리는 다음 광풍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혹시나 피해를 막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날아 올려야 할 독수리들을 가둬 놓는 것은 아닐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가 현명하게 준비했는지 아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