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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주식은 왜 환불이 안되나요

입력 2020.10.2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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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주식이 환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다이소에서 구입한 2000원짜리 뚫어뻥을 사서 사용한 뒤 환불을 요구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어도 주식 환불을 시도했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다름 아닌 K팝 대표주자이자 글로벌 뮤지션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BTS)발 '주식환불 대란'이 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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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방탄소년단 (출처=BTS홈페이지)

이 사건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공모주 청약에 대해 공부해보자. 공모주 청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기업공개(IPO)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IPO란 기업의 재무구조와 사업계획 등을 상세히 공공연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다. 국내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오른 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IPO를 통해 국내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아 제한된 주식을 배분해 주는 것, 그게 바로 공모주 청약 과정이다. 통상 시장의 기대감이 큰 기업일 수록 당연히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공모가격보다 시장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공모가에 주식을 배정받는 공모주 청약에 성공하면 보유 주식의 가격 상승할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인기 기업일수록 청약 경쟁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주식 광풍이 불고 있는 현재, IPO는 올해 하반기 최대 화두였다.

공모주 청약 열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반사이익을 노린 바이오 시장에서 시작됐다. 지난 7월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의 공모가는 4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SK바이오팜의 최종 청약 증거금은 30조9899억원으로, 최종 청약 경쟁률은 323.02대1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상장하자마자 시초가 9만8000원을 형성해 '따상'을 기록했다. 최근 유행어처럼 번지는 '따상'이란 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 제한 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시장 속어다. 이 경우 주가는 하루에 공모가 대비 160% 오르게 된다.

SK바이오팜은 이튿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7월 7일 26만9500원까지 올랐다. 공모가 대비 5.5배 상승한 것. 소위 상장 대박을 터트린 SK바이오팜의 현재 주가(10월 22일 종가 기준)는 16만2500원으로 최고가 대비 60% 수준이다. 하지만 공모가에 비해 현재 시세를 따져보면 무척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사진2/SK바이오팜 주가(출처=네이버증권,10월23일 기준)이미지 크게보기
■사진2/SK바이오팜 주가(출처=네이버증권,10월23일 기준)

SK바이오팜의 성공은 공모주 청약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2번 타자는 카카오게임즈였다. 지난 9월 10일 코스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역시 상장과 동시에 '따상'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2만4000원인 카카오게임즈는 시초가 4만8000원을 형성한 뒤 6만2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첫날 상한가 홈런을 친 것. 청약증거금 58조5542억원으로 사상 최대 금액이 몰린 카카오게임즈는 최종 1524.85대1이라는 역대급 공모주 청약 성적표를 거뒀다. 하지만 SK바이오팜에서 보였던 '따상상'('따상'이 두번 연속 이어지는 것)의 기적은 나타나지 못했다. 9월 14일 8만91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카카오게임즈는 이후 조정을 반복하다 10월 22일 종가 기준 4만6500원으로 첫날 시초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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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카카오게임즈 주가(출처=네이버증권,10월23일 기준)

공모주 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데 비해 실제 성적표는 아쉬움이 남는 셈이다. 그리고 빅히트가 등장했다. 올해 하반기 IPO 마지막이자 최대 대어로 손꼽힌 빅히트의 상장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희망론이 울려 퍼졌다.

 BTS라는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글로벌 아이돌 소속사인 빅히트에 대한 기대감은 결국 청약 증거금 58조4237억원과 경쟁률 606.97대1이란 결과를 낳았다. 청약증거금 총액은 카카오게임즈보다 소액 적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공모가(13만5000원)와 코스피시장에 상장한다는 상징성 등을 감안하면 역대급이었다. 1억원을 증거금으로 넣었다면 약 2.4주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상장 직후 빅히트는 공모가의 2배인 27만원에 개장하며 투자자들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엔 이전과 좀 달랐다. 잠깐 상한가를 치며 35만1000원까지 올랐던 빅히트는 상장 첫날 마감가를 25만8000원을 기록하며 시초가보다 낮았다.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이튿날엔 이보다 5만7500원 하락한 20만500원에 장마감하며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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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출처=네이버증권,10월23일 기준)

상장 초반 매도 가능한 주식 수가 SK바이오팜(13.06%)과 카카오게임즈(22.6%)보다 높은 30%를 넘었고(1005만주), 의무보유기간을 확약한 기관투자가도 43.85%에 그치며 불안했던 시장 전망이 현실화 된 것. 통상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적으면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하면 차익 실현을 위한 기관 물량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10월 22일 기준 18만원에 종가를 친 빅히트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급락한 상태다. 상장 후 이틀 동안 빅히트의 '기타법인'은 30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은 403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들의 빅히트 평균 매수가는 26만3000원이다. 16일 종가 기준 수익률만 -24%다. 현재 빅히트 주가가 더욱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손해는 더욱 커진 상태다.

■사진5/빅히트 환불관련 게시글(출처=디시인사이드)이미지 크게보기
■사진5/빅히트 환불관련 게시글(출처=디시인사이드)

그리고 주식 환불원정대가 등장했다. 각종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빅히트 주식을 샀는데 환불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글이 등장했다. 주식을 처음 접한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은 BTS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말 한마디에 수십만~수백만 원을 빅히트에 태웠다. 또 어떤 사람은 결혼 자금을, 이사비용 수천만 원을 빅히트에 투자했다고 환불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가 잘못 눌러 주식이 사졌다는 사람도 등장했고 매도해야 하는데 실수로 매수를 눌러 빅히트 주식 수천만 원어치를 사게 됐다는 황당한 사연도 게시판에 올랐다. 일부 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청원까지 올리며 공론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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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빅히트 공모가 청원(출처=청와대)

빅히트 주가가 빠진 이유로는 일반적으로 공모주 청약에 대한 과한 기대감 반영, 너무 높은 BTS 의존도, 엔터테인먼트의 무형가치에 대한 재평가 등이 꼽힌다. 이로 인해 증권 업계 전망치 역시 10만~20만원대로 형성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은 비이성적인 수준으로 짙어졌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이미 늦은 상태다.

문제는 이미 1차 충격을 받은 빅히트 주가가 추후 흔들릴 여지가 있다는 것. 한 달 내에 추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면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앞으로 한 달 안에 의무보유 기간을 마치고 시장에 풀리는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빅히트 주식은 총 152만7879주에 달한다. 이들 주식은 기관이 빅히트 공모 당시 1개월 동안 주식을 내다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물량이다. 이로 인해 빅히트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상장 한 달 뒤 의무보유 기간을 넘은 주식 물량이 시장에 풀리며 주가가 7.4% 급락했다.

과연 주식 환불은 절대 안 되는 걸까. 여기에 예외 규정이 하나 있다. 공모주가 환불을 허용하는 '환매 청구권(풋백옵션)'을 가진 경우가 그렇다. 성장성 기업 특례 상장이거나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 등 코스닥시장에 일정한 조건을 갖춰 상장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는 코스피 상장에 흠결이 있는 일부 경우에도 환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빅히트의 경우 위에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 즉 환불이 불가능하단 뜻이다.

집단 멘붕에 빠진 빅히트 투자자들은 오픈카카오톡방을 만들어 서로를 위안하고 조금이라도 저가에 매입을 늘려 매입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를 권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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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빅히트 관련 오픈채팅방 캡쳐(출처=카카오톡)

일부 투자자들은 2년 전 불던 '비트코인 대란'과 유사하게 "가즈아"를 외치며 정신 승리에 심취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결말이 어땠는가. 비이성적 광풍이 불러올 결과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추종식 주식 투자를 멈추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한다. 올해 크게 출렁인 주식 시장 탓에 짭짤한 수익을 거뒀던 개미투자자들이 소위 로또로 불리는 공모주 청약의 늪에 잘못 빠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누구나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란 주식시장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결국 철저한 분석과 공부를 통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지금이라도 시장 상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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