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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패배는 4년전 논공행상 때부터 예고됐다

입력 2020.11.16 15:01:00 수정 2020.11.17 09: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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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패는 사실상 4년 전 예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당선 일주일 만에 논공행상을 벌이며 엄청난 권력 투쟁에 휩싸였습니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운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도왔던 인사들이 줄줄이 하차했고 그 자리를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측근들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정권 창출에 큰 공을 세웠는데도 논공행상에서 밀려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이런 파행을 되풀이했습니다. 자신의 뜻을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트위터로 해고하는 무례를 서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직언하는 충신은 설 자리를 잃고 간신들만 모이게 됩니다. 이는 국정의 난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을 막은 직접적 원인이지만 그렇다고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을 세운 사람을 대우하지 않으니 인재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코로나19 위기 대처에 실패한 요인이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춘추시대에 논공행상의 모범을 보여준 인물이 있습니다. 진문공 중이입니다. 여이생과 극예의 반란을 진압하고 국정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진문공은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상을 내립니다. 공로를 3등급으로 나눠 논공행상을 실시했던 것입니다. 현명한 문공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호숙도 그중 하나였지요. 그는 진문공 일행이 조국을 떠나는 순간부터 19년 유랑을 끝내고 정권을 잡을 때까지 줄곧 문공을 수행했던 사람입니다. 당연히 최고의 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는 문공에게 이렇게 따집니다. "저는 주상을 수행하느라 발꿈치까지 갈라졌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식을 수발했고 수레와 말을 몰면서 잠시도 주상 곁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무 상도 주지 않으시니 제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진문공은 호숙의 불평을 듣고 차분하게 논공행상의 기준을 설명합니다. 그가 진나라를 최강 국가로 만들고 춘추시대 2대 패자에 등극한 이유를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내가 분명하게 알려주겠다. 인의(仁義)로써 나를 인도하여 내 마음을 넓게 열어준 사람에게는 가장 높은 상을 주었다. 훌륭한 계책으로 내가 제후들에게 치욕을 당하지 않게 해준 사람에게는 그다음 상을 주었다. 화살을 무릅쓰고 칼날을 막으며 온몸으로 과인을 보호해준 사람에게는 그다음을 상을 주었다. 가장 높은 상은 그 사람의 덕망에 준 것이요, 그다음 상은 재주에 상을 준 것이며 그다음 상은 그 사람의 공로에 상을 준 것이다. 나를 위해 분주하게 발품만 판 자는 필부의 힘만 바친 사람으로 그다음 순위에 해당한다. 3등급 다음에 바로 네게 상이 돌아갈 것이니라."

진문공의 말을 조금 쉬운 말로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사상과 철학을 공유하며 비전을 제시한 사람이 으뜸이고 지략으로 목표 달성의 설계도를 그린 사람이 그다음이라는 것이지요. 또 직접 몸을 움직여 목적을 달성한 공로가 그다음이고 그밖에 나머지는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호숙은 이 말에 승복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도 갖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상위 3등급 안에 속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비전과 지략, 용기는 국가든 기업이든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매우 희소한 자원이며 대체 가능하지 않습니다. 누가 쉽게 모방할 수도 없는 것이죠. 다른 공로는 누구든 열심히 뛰기만 하면 세울 수 있습니다. 진문공은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호숙도 여기에 속했다고 본 것입니다. 인간적으로는 고생한 호숙에게 최고상을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논공행상의 엄격한 기준을 지켰던 것입니다. 호숙뿐만 아니라 위주와 전힐같이 문공이 아끼던 장수들도 최고상인 아닌 2등급 상을 받은 것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공은 그들의 원망에 대해서도 모른 척했습니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인도 출신인 순다르 피차이를 낙점했습니다. 피차이는 구글의 이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비전을 공유한 인재였습니다. 구글은 모든 정보를 많은 이들과 공유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차이가 주도해 개발한 웹브라우저인 크롬도 검색을 쉽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구글의 목표에 부합하는 공적이었습니다. 페이지가 피차이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사령탑에 올린 이유입니다. 최상급의 상을 준 것이지요. 이렇듯 논공행상은 개인적으로 가깝고 먼 것을 떠나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기에 훌륭한 지도자가 되지 못한 것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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