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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월성1호기, 통치행위냐 범죄냐

입력 2020.11.17 06:01:00 수정 2020.11.17 09: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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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크게보기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세형 칼럼] 그나마 문재인정부가 내놓을 만한 작품은 부동산보다는 탈원전(脫原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끝이 윤석열검찰의 칼날 위에 놓였다는 것은 경행록의 '난회피(難回避)'만큼이나 묘하다.

탈원전은 문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그에 따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것인데 감사원이 감사내용을 검찰에 통보해 범죄성립 여부를 보라고 하고 ,야당은 책임자들(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고발하고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선 날자가 공교롭게 같았다.(2020년 10월22일)

그래서 음모의 냄새가 난다는 여당 의원의 고성이 있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정치수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흥분했다.

윤석열의 검찰은 무려 100명이 넘는 검사를 투입해 범죄 물증을 찾고 있다. 안 되겠다 싶은지 정세균 총리가 건의하여 윤석열 검찰총장을 자르는 방안이 매스컴을 탔다.

 

공약이라는 탈원전 추진에 무엇이 잘못 됐는가.

"월성 1호기는 언제 영구중단할 것인가"(2018년 4월2일) 라는 문 대통령의 물음 하나로 산업부-한수원-원안위가 '답정너'를 정해놓고 조기 폐쇄한 게 통치행위가 맞나?

아니면 범죄에 해당할까?

나는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당시 백운규 장관, 박원주 에너지실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백 전 장관에게 월성 1호기를 2년반 더 가동할 수 있다는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는 말을 진짜 했느냐고 물어봤다.

백 전 장관은 "나는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논어 순자를 열독하면서 인생을 사는데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다만 그 과장을 장관실 비서관으로 뽑으려고 면접까지 할 정도로 친근한 사이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니 구체답변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박원주 전 실장은 "경제성 평가라는 것이 2018년에는 전망치로 하던 것이고 감사결과는 2년후의 답을 보면서 미래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필자가 겪어보기로는 두 사람 다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이다.

나는 백 장관에게 "설혹 탈원전이 공약이었다 하더라고 실제 정부로 들어와 테크노크라트로 중책을 맡았으면 제로베이스에서 종합 검토한 뒤 문 대통령을 독대해 탈원전을 할 경우 경제적 총손실, 전기료 인상, 국제적 원전 재가동 추이 등을 보고하여 대통령의 생각을 돌려놓을 수도 있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뚜렷한 답변은 안한 걸로 기억한다.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고집도 센 대통령의 탈원전 독촉을 산업부 관료는 이행하기 바빴을 것이고 이것이 한나 아렌트의 역사적 경종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탈원전이 현재 검찰수사의 대상에 이르게 된 원초적 결함은 '법적 근거'를 만들지 않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탈원전은 한국의 산업에 550조~1000조원의 손실이 걸린 문제이고 당장 전기료 인상으로 전국민이 고통을 겪게 될 중대한 사안이다.

그만큼 중요하므로 스위스, 대만 등은 탈원전을 국민투표로 결정할 정도였다.

독일은 5년에 걸쳐 거대한 규모의 공론화위원회와 전문가 검증·토론 등을 통해 최종 결론을 도출했다.

독일은 그런 고민끝에 태양광, 풍력을 대폭 늘렸으나 날씨 영향으로 발전이 부실해 급하면 석탄발전소를 동원해야해 공기도 나빠지고 전력요금은 50%이상 뜀박질해 지금은 탈원전을 크게 후회한다는 기사가 뜨곤 한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을 결행할 것이라고,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도입을 선언하듯 그런 형식을 취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에서 개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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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에서 개최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그는 특별법 제정도 하지 않았고 탈원전이 왜 필요한 지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한 적도 없다.

공약을 거쳐 국민들에게 연설하듯 최초로 말한 게 취임 40일 후인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2017년 6월19일) 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탈핵화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신규 원전건설을 백지화하고 현재 수명연장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그리고는 6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 건설을 일단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자"고 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물론 현재 짓고 있는 원전, 그리고 향후 건설이 예정돼 있는 원전을 모조리 폐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결심이 확고했던 것 같다.

당시 야당은 탈원전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헌법을 위반한 국기문란행위며 초법적 발상이라고 극한반대 성명을 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씨를 7월 24일 공론화위원장에 발령내고 위원 8명과 더불어 시민대표단 500명을 지원받아 4차례 숙의를 거쳤다.

그 결과 "신고리 5.6호기 건설하라"는 결론(59%대 39%)이 2017년 10월 20일에 나왔다.

위원회는 신고리 5,6호 건설재개 여부와 더불어 한 개의 설문을 더 물었는데 향후 원전을 확대(유지)할 것인지, 축소할 것인지 였다.

이를 두 차례 물었다. 처음엔 51%(확대)vs 46%(축소)로 나왔고, 두 번째엔 확대(45%)vs 축소(53%)으로 축소가 더 많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를 결정하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축소가 좀 더 많게 나왔다는 해석이다.

바로 이 설문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근거로 유일하다.

이게 법적 효력이 있다고 보여지나? 겨우 500명 표본에 한 번 축소가 8%포인트 많은 게 이게 탈원전의 근거라니···.

 

공론화위원회의 이 결과를 토대로 4일 후 문재인정부는 '탈원전'을 '에너지전환계획'으로 이름을 예쁘게 꾸며 '로드맵'이란 것을 확정했다.(2017년 10월24일)

그 내용은 박근혜정부때 확정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6기(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를 짓겠다는 계획을 폐기한 것 이었고 월성 1호기 조기폐쇄도 담았다. 2031년까지 30년 수명이 다한 10기, 2038년까지 14기를 모조리 폐쇄한다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렇게 하여 문 대통령의 탈원전 구도는 취임 6개월만에 완성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의 근거로 제작한 공론화위 설문이나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둘 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해 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진도를 내지 않은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쫓겨났다.

이때부터 고리1호기 정지행사 1주년인 2018년 6월 19일 이전에 월성 1호기 폐쇄조치를 청와대가 끝내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2018년이 4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문 대통령이 4월2일 "월성 1호기 영구중단은 언제냐?"는 독촉성 성화가 나오면서 상황은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재촉성 하문 이틀만에 백운규 장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4월 4일 '무조건 조기 폐쇄'방침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로부터 6일 후인 4월 10일 삼덕회계법인과 경제성 평가를 거꾸로 맞추기에 들어가고 '근거'를 만들기 위해 개입한 과정은 숱한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다.

월성 1호기 가동률을 85%로 보고 판매단가 60원을 적용하면 3707억원의 존속가치(2022년 폐쇄때까지 가동가치)가 있다는 삼덕회계법인의 1차보고가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후 산업부의 입김으로 가동률이 70%→60%로 계속 떨어지고 판매단가도 Kwh당 51원까지 낮아지면서 224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것은 '경제성 없슴 =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공식을 철의 침대처럼 짜맞춰 한수원 이사회는 마침내 조기폐쇄 의결을 완료했다(2018년 6월15일)

월성 1호기 폐쇄를 의결한 2019년 12월 24일까지 재가동이 가능했지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한 장관 한마디에 재가동의 싹을 아예 잘라 버렸다.

산업부 관리 2명이 PC자료 444건을 폐기한 것은 감사를 못하게 방해한 죄이다. 감사원은 이들 두 명만 검찰에 고발했으나 윤석열 검찰수사팀이 '경제성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산업부가 한수원측에 '제대로 안 하면 인사로 혼내주겠다는 식'으로 압력을 넣은 강요죄 여부를 쫓고 있다.

이것을 통치행위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탈원전을 행동에 옮기라는 하명이 떨어졌을 때 당시 산업부의 노회한 간부들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핵심 간부는 "발전소를 짓기만 하고 폐쇄한 적이 없어 폐쇄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 공론화위원회나 로드맵을 만들적에 '전기사업법'개정 이나 '에너지전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게 맞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술회한다.

그런데 국회로 법안을 들고가면 국회선전화법에 따라 야당의 반대로 통과가 불가능 할 것으로 보고 공론화위 설치, 에너지전환로드맵이란 두 개의 변칙수단을 강구했다고 실토했다.

세상의 이치는 좋은 일에는 반드시 마(魔)가 낀다는 법칙이 있다.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결이 드라마의 끝이었다면 탈원전 극(劇)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2019년 9월 국회는 경제성 평가가 아무래도 날조됐다는 정보에 따라 감사원 감사 의결이라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여기엔 더불어민주당 핵심 의원들도 찬성 도장을 찍었다.

그리하여 사정기관의 두 거장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경제성 위조를 밝혀내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죄를 캐고 있다.

삼권분립이 생명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재량적 통치행위는 외교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게 통설이다.

월성 1호기를 허가받은 대로 2022년까지 돌렸으면 1조3000억원, 산업부 과장 건의 대로 원안위 의결이 날 때까지 2년반만 돌렸어도 8000여억 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그 근거라고 만든 경제성 평가는 직권남용에 따른 강요행위가 자행됐고, 감사방해 행위도 있었다.

이것이 통치행위인가, 범죄인가?

그에 관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그런게 통치행위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르재단, K스포츠에 2000억원을 출연토록 재계를 동원한 것도 통치행위"라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월성 1호기 폐쇄로 빚어진 사태는 모든 계기판이 문 대통령을 가리킨다.

탈원전의 폐해로 당장 전기료를 올려야 할 판이고, 아랍에미레이트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에서 원전건설 수주의 낭보가 울려퍼지지 않는다.

원전 없이 2050년 탄소제로로 가기도 어렵다.

문 대통령이 판도라 영화나 보고 탈원전을 결심하진 않았을 것이다.

왜 문 대통령은 탈원전을 그렇게 고집할까.

장차관을 비롯해 교수 등을 종합 취재해 본 결과 2017년 강도 5.4의 포항지진을 겪고 후쿠시마 사태의 불행이 겹쳐 문 대통령 스스로 결심한 것 같다는 분석이 가장 많았다.

울진에 원전이 밀집 건설돼 있어 그 앞에서 1인 시위도 했다는 설(說)도 있는데 확인은 안된다.

최고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잘못된 정책이라면 과감히 인정하고 180도 바꿀줄 아는 유연성이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워싱턴정권 시절 필생의 라이벌 알렉산더 해밀턴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했다.

제퍼슨 대통령은 농업 위주의 연방정부 반대론자 였고 ,해밀턴은 상업 제조업 위주로 연방정부로 가야 미래가 있다고 맞섰다.

제퍼슨은 미국의 3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해밀턴의 방향이 옳음을 깨닫고 취임연설에선 해밀턴의 실리추구를 100%수용하는 변신을 보였다.

프랑스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주를 매입한 것은 위대한 실용주의 노선이었다.

탄소제로로 가면서 미국 프랑스 일본 대만이 원전을 줄인다고 했다가 모두 늘리거나 재가동으로 돌아섰다.

한국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로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그 시한이 내년 2월이라니 차제에 문 대통령이 대승적 방향전환을 결단한다면 탈원전의 과오는 상당부분 용서될 것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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