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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차량공유 4대 중 3대는 '그랩'이라는데

입력 2020.11.23 15:01:00 수정 2020.11.23 15: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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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의 로고가 붙은 차량들의 모습 /사진=그랩 홈페이지이미지 크게보기
동남아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의 로고가 붙은 차량들의 모습 /사진=그랩 홈페이지 [신짜오 베트남-116] 베트남에서 기사가 딸린 차가 있다면 별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그랩만큼 훌륭한 교통수단이 없습니다. 신용카드를 연결해 놓기만 하면 현금을 낼 필요 없이 지금 위치와 가려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기사가 알아서 데려다 줍니다. 베트남어 한 마디 못해도 지장이 없습니다. 요금도 이미 정해져 있으니 혹시나 길을 돌아가지 않을까 '바가지 요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좁은 골목 가게에 있더라도 스마트폰으로 터치 몇 번만 하면 귀신같이 내 위치를 알고 차가 나를 태우러오니 이만큼 편한 게 없습니다(물론 기사가 위치를 찾지 못하는 좁은 골목에서는 어김없이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가 오곤 합니다. 베트남어를 하나도 모른다면 이때 좀 곤혹스럽긴 할 것입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베트남 차량공유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는 소식입니다. ABI리서치(ABI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베트남 내 그랩 승차 건수는 전년 동기(3억1300만건) 대비 20% 수준에 불과했다는 소식입니다. 전체 시장 규모도 8375만건으로 작년 동기 4억2950만건 대비 19.5% 수준으로 확 줄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시장점유율만 보자면 그랩의 잠재력은 여전히 탄탄합니다. 시장이 어려워도 점유율만큼은 탄탄하게 지켜낸 것입니다. 상반기 베트남 차량공유 시장에서 그랩은 74.6% 점유율을 기록해 전년 동기 기록한 73%보다 수치를 더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랩 경쟁 업체로는 '패스트고(FastGo)' '베(BE)' '고젝(Gojek)' 등이 있지만 저 역시도 그랩 외에 이들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가끔 그랩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됐을 때 혹시나 해서 경쟁사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요금을 비교해보는 식으로 쓴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변동성에도 점유율을 지켜냈을 정도니 앞으로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도 베트남에서 그랩 위상은 여전할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ABI리서치는 지난해 베트남 차량공유 시장 규모를 11억달러로 추산했고 이 수치가 2025년에는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시장이 늘어난 만큼 그랩의 파이도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여의도에서 촉이 좋기로 유명한 투자 전문가와 만나 글로벌 투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문가는 시장 1위가 누구인지 불분명할 때는 업종 전체를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지만 우열이 가려진 이후에는 1등에만 돈을 태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수익이 나기 전까지는 주가 잠재력이 눌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투자자가 '테슬라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주가가 무섭게 올랐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는 테슬라 다음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기업으로 '우버'를 꼽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버가 돈을 벌 수 있을까'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폭발적인 주가 상승 현상은 관측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이게 현실로 드러나면 주가 흐름은 지금과는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에 우버가 있다면 동남아에는 그랩이 있습니다. 그랩은 우버 동남아 법인을 인수·합병했을 정도로 이 지역 차량공유 시장에서 절대 강자입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랩은 착실하게 상장을 준비해 지금쯤 IPO(기업공개) 절차를 끝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IPO 일정은 일러야 내년, 늦으면 후년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버의 주가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다면 같은 논리로 그랩에 돈을 태울 명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몇몇 한국 기업들이 그랩에 선투자한 것도 훗날 '신의 한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그랩홀딩스에 2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고 동남아 시장에 관심이 많은 SK그룹, 현대차그룹도 그랩에 투자를 해 놓은 바 있습니다.

그랩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커버하는 시장을 사람을 실어나르는 택시 외에 '배달' '가맹' '금융 등 핀테크'까지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그랩이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이 점점 넓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개미 투자자 관점에서도 그랩이 상장할 때는 눈길을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상장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지만 상장 초기에 밸류에이션 등을 분석한 뒤 아주 고평가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지르는 것입니다. 직접 그랩의 파워를 생생하게 느껴본 처지에서 그랩의 성장 가능성과 이번 ABI리서치의 조사 결과가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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