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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715·007 아십니까…중국 20대 여직원 돌연사 도마에 [위클리 글로벌]

입력 2021.01.09 15:01:00 수정 2021.01.15 16: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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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직장인 40% "초과근무 효율 떨어진다"
"젊은 세대, 정당한 대가 없는 초과근무 불만"
中 사회과학원 "노동생산성 높이는 개선 필요"
새해 벽두부터 중국에서는 IT업계의 과도한 근무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발단은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한 여직원이 새벽 퇴근길에 갑자기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중국 경제 전문매체 시나차이징에 따르면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우루무치 소재 핀둬둬 구매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장 모씨(22·여)는 지난해 12월 29일 새벽 1시 30분께(현지시간) 일을 마치고 동료와 함께 귀가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장씨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6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장씨의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과로사 가능성이 제기되며 초과근무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앞서 장씨가 자신의 SNS에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죽음에 관한 해시태그가 2억회 가까이 조회되는 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핀둬둬 본사가 위치한 상하이시 당국은 사인 조사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중국 IT업계 노동 강도를 짐작하게 하는 신조어들이 있습니다. '996'이 대표적입니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관행을 의미합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996 관행'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가 중국 젊은 세대의 강한 반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2019년 4월 마윈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열정을 불태워 일을 해보겠느냐"며 "하루 8시간만 일하려는 사람들은 필요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마윈의 발언 이후 지금까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996 보이콧(抵制 996)'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 젊은 세대들은 996보다 더 심한 신조어들을 앞세워 과도한 근무 관행을 넌지시 비판합니다. 주 7일, 일평균 15시간씩 일한다는 '715', 0시부터 익일 0시까지 주 7일 일한다는 '007'은 흔하게 쓰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서 탈출하자'는 '타오리베이상광(逃離北上廣)'이란 말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들 대도시에 정보기술(IT) 회사가 밀집해 있어서 나온 표현입니다.

중국 노동법은 근로자의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총 근무시간이 4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불가피하게 초과근무를 할 때에도 하루 최고 3시간, 한 달 36시간을 초과하지 못하게 합니다. 근로자가 초과근무를 하게 되면 사업자는 근로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근로자가 영업일에 초과근무를 하면 기본 수당의 150%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또 공휴일에 회사에 나와 일을 하는데 대체휴일이 주어지지 않으면는 기본수당의 200%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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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초과근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구위데이터는 2019년 중국 직장인 22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설문의 접근 방식은 흥미로웠습니다. 돈(수입)이 초과근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설문조사는 일반 직원, 중간 관리자, 고위급 관리자 등 크게 세 직급으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초과근무를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일반 직원 그룹은 51.11%가 '하겠다. 돈을 주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중간 관리자와 고위급 관리자 그룹이 해당 보기(하겠다)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35.78%, 33.78%에 그쳤습니다. '초과근무를 하는 이유는 회사 업무를 하기 위한 것이지 수당 지급 여부와 상관없다'라는 보기를 선택한 결과도 직급별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고위급 관리자 그룹이 해당 보기를 선택한 비중은 20.28%인 반면 중간 관리자와 일반 직원 그룹은 각각 15.64%, 11%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별 초과근무 현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90허우(90后·1990년대 출생자)의 경우 '매주 3일 이상 야근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4.95%에 달했습니다. 이 비율은 나이가 많을수록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80허우(80后·1980년대 출생자)는 65.59%, 70허우(70后·1970년대 출생자)와 그 이전 세대는 38.37%에 그쳤습니다. 또 초과근무 시 업무 효율에 대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17%가 '효율이 높다'고 답변한 반면 40%는 '효율이 낮다'고 답했습니다. 초과근무 시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는 '육체 피로감'이 32.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빨리 귀가하고 싶은 마음(25.1%), 동료와의 잡담(15.5%), 열악한 사무 환경(13.7%), 미루는 습관(13.3%)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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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결과를 정리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30대 이하 젊은 세대에서 추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려는 경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직급이 높을수록 업무 전문성 제고와 책임의식을 더 중시하는 성향을 띤다는 것입니다. 셋째, 비단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일과 삶의 균형, 소위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위데이터는 "'996'과 같은 과도한 근로 관행을 비판하는 젊은 세대에게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젊은 세대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초과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혹사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제8차 전국근로자상황조사에 따르면 44%의 근로자만이 법정 초과근무 수당이나 대체휴일을 받았고, 56%는 초과근무 수당 없이 소위 '무료 봉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과도한 야근은 중장기적으로 큰 사회비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 문화와 사회 인식을 개선시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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