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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가 글로벌 가수가 되기까지 이 사람이 뒤에 있었다

입력 2021/02/15 06:01
소속사 `다크룸` 설립자 저스틴 루블리너
2015년 빌리 아일리시 음악 듣자마자 반해
아일리시 영입 위해 가족까지 찾아가 설득
아일리시 `나를 이미지 메이킹 할 계획없다`는
루블리너 제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밝혀
[비즈니스 인사이트-325] 다음달 14일(현지시간)에 제63회 그래미 어워즈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해당 음악 시상식 후보가 공개됐을 때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후보(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올라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방탄소년단만큼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다.

2001년생인 아일리시는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본상 4개 부문('베스트 뉴 아티스트(신인상)' '송 오브 더 이어(올해의 노래)' '앨범 오브 더 이어(올해의 앨범)' '레코드 오브 더 이어(올해의 레코드)')을 수상했다. 이는 1981년 미국 가수 크리스토퍼 크로스가 해당 4개 부문을 수상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 기록이다. 다음달 시상식에서 아일리시는 노래 '에브리싱 아이 원티드(Everything I wanted)'로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후보에,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수록곡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로 베스트 영상 음악상(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후보에 올랐다. 아일리시가 만 19세에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은 그를 발굴한 인물 덕이다. 그는 바로 그의 소속사 다크룸(Darkroom)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저스틴 루블리너(Justin Lubliner)다.

뉴욕시에서 자란 루블리너 CEO는 젊은 시절 비닐 레코드(vinyl records)를 사기 위해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고 리테일 매장에서 일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그는 당시 '아일랜드 데프 잼 뮤직 그룹'(1999년 14개 음반사가 통합되어 설립된 미국 음반사. 제이지, 본 조비, 엘튼 존 등과 작업했다. 모기업은 유니버설뮤직이었다. 2014년 아일랜드 데프 잼 뮤직 그룹 사업은 세 부문으로 분할됐다)의 CEO였던 L A 리드의 아들과 친구가 됐다. 그 덕분에 음반사에 자주 놀러가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때 루블리너 CEO는 음악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루블리너 CEO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음악 비즈니스 전공으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 입학했다. 대학생 시절 그는 댄스 음악 관련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이게 입소문을 타면서 그는 음악계에서 일하는 에이전트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은 루블리너 CEO가 학사 졸업을 하면 취직을 시켜줄 것이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루블리너 CEO의 절친에게 일자리를 제안했다. 과거 음악잡지 '빌보드'와 인터뷰에서 루블리너 CEO는 이 경험에 대해 회상하며 "이때 스스로의 성공을 위해 절대 다른 사람들을 의지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고 밝혔다.

다크룸 태동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USC가 위치한 로스앤젤레스(LA)에서 그는 많은 음악 공연을 직접 찾아다녔다. 당시는 해외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아티스트들이 LA에서 막 공연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해외 EDM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에이전트가 따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블리너 CEO는 아티스트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도록 가수와 그들의 음악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래 대학생들을 주요 타기층으로 겨냥한 마케팅·홍보를 펼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USC 기숙사방에서 EDM 아티스트를 위한 음악 마케팅·홍보기업 다크룸이 탄생했다.

소규모로 다크룸을 운영하던 루블리너 CEO는 이후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음반사 '리퍼블릭 레코드'의 A&R부문(Artists and Repertoire·아티스트 발굴, 전반적인 음악 제작 과정 총괄)의 책임자 롭 스티븐슨을 컨설팅하게 됐다. 루블리너 CEO는 리퍼블릭 레코드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을 때마다 다크룸을 포기할 수 없어 거절했다. 하지만 스티븐슨 책임자와 일하며 그는 유니버설뮤직그룹 사람들과 교류하며 인맥을 넓혔다. 그리고 2014년,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또 다른 음반사이자 에미넴, U2 등이 소속된 '인터스코프 레코즈'의 CEO인 존 자닉(John Janick)을 만나게 됐고, 쟈닉 CEO는 루블리너 CEO에게 다크룸이 인터스코프의 자회사가 될 것을 제안했다. 루블리너 CEO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DJ이자 프로듀서인 '그리핀(Gryffin)'을 첫 번째 고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루블리너 CEO는 2015년에 아일리시를 처음 알게 됐다. 무료 음악공유 플랫폼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아일리시의 음악을 처음 들은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총동원해 다크룸 사람들과 아일리시 가족에게 다크룸이 아일리시를 글로벌 아티스트로 만들 최고의 파트너라고 설득했다. 결국 루블리너 CEO는 2016년 아일리시와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하며 그를 다크룸의 두 번째 고객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회사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아일리시가 다크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년 빌보드 잡지와의 한 인터뷰에서 아일리시는 "저스틴(루블리너 CEO)에게는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계획이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봤고, 이를 지지하고 싶어했다. 이는 보기 드문 (경영인의 마인드다)"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음악시장에서 루블리너 CEO는 아티스트 본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한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좇고,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대중에게 어필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대신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인 것이 루블리너 CEO의 성공비결이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한 그는 빌보드 선정 '2020 40세 이하 경영자 40인(40 Under 40),' 포브스 선정 '2021 음악부문 30세 이하 30인(Forbes 30 Under 30 2021:Music)'에 이름을 올렸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루블리너 CEO가 본인의 가치를 또다시 증명하게 될지 기대된다.

[윤선영 기업경영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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