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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청와대가 급해졌다 [김세형칼럼]

입력 2021.02.16 06:01:00 수정 2021.02.16 0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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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중단으로 인적이 끊긴 경주 월성 원전 주변. /사진=매경DB이미지 크게보기
가동 중단으로 인적이 끊긴 경주 월성 원전 주변. /사진=매경DB [김세형 칼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는 7월 24일에 끝난다. 그의 처신에 대해 수없는 말이 오가지만 눈 딱 감고 5개월만 참으면 왈가왈부할 것도 없다.

그런데 최후의 고비 하나가 남은 게 월성 1호기 수사 마무리다.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이 없다"는 조작을 했다는 건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미 밝혀냈고 윤 총장은 청와대가 최종 지휘자인지 여부를 밝히는 클라이맥스로 다가서는 것 같다.

그동안 보도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 1호기는 언제 중단하느냐"는 한마디에 청와대→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의 지휘 체계를 타고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꾸며 조기 폐쇄를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것으로 돼 있다.

여기에 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의 이름이 등장하고 경제성 분식에 삼덕회계법인이 동원됐다고 나온다.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충우 기자이미지 크게보기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충우 기자 월성 1호기는 원래 2022년까지 가동하게 돼 있었는데 문재인정부가 조기 폐쇄로 1조원 이상 손실을 끼쳤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주주 장병천 씨는 소액주주 대표 집단소송).

검찰의 수사 범위도 월성 원전 조기 폐쇄에 누가 불법을 저질렀는가 밝혀내는 데 그친다.

작년 10월 22일부터 4개월 가까운 수사에서 백운규 전 장관이 강압적으로 몰아붙여 월성 원전 가동 중단을 강제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기각됐다.

영장 청구가 불발됐으니 이쯤 해서 덮어주길 청와대-여권은 바랄 터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움직인 데는 청와대의 지시가 동력이었다는 의혹을 캐는 쪽으로 갈 모양이다.

채희봉 전 비서관, 김수현 전 사회수석 등을 검찰에 소환하면 확인될 것이다. 청와대는 급해졌다.

설 연휴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공개적인 정책을 통해 실행됐는데 그게 왜 사법 판단의 대상이냐"는 반발성 성명을 급히 띄웠다.

여당, 총리실 등도 가만있지 말고 엄호하라는 SOS를 급히 타전한 것으로도 비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진용이 갖춰졌으면 "사건을 이리 내놔"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김진욱 공수처장은 4월이 돼야 가동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월성 1호기 수사를 둘러싸고 향후 청와대와 파열음은 더욱 숨 막힐 것 같다.

다시 한번 청와대 대변인의 원전 관련 성명을 찬찬히 뜯어보면 2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1)"월성 원전 1호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정부 주요 정책과제로 공개적으로 추진됐다. 이것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2)원전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지시 여부 등은 재판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탈원전이라는 대통령 공약이 어떻게 수사 대상이 되느냐는 불만이 1)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다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게 2)이다.



문 대통령은 분명 대선에서 탈원전 공약을 제시했다. 그 탈원전 공약은 무엇이었던가.

a)신규 원전은 건설에 나서지 않고 b)건설 중인 원전이라도 중단을 모색하고 c)수명을 다한 원전은 폐쇄한다는 3원칙이다.

이 원칙에 의해 박근혜정부 때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년)에서 확정한 신한울 3·4호기, 대진 1·2호기, 천지 1·2호기 등 6기 신규 건설이 백지화됐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문 대통령은 공사 중단을 원했을 텐데 공론화위원회(2017년 7월 24일~10월 20일)를 거쳐 '공사 강행'으로 살아나고, 수명을 다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을 통해 현재 26기를 2034년 17기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계획은 합법적인가?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탈원전 기본 계획은 취임 첫해인 2017년의 공론화위원회 결정(10월 20일), 탈원전 로드맵(10월 24일)으로 틀을 짰는데 둘 다 법적 근거가 안 된다.

정부의 발전 계획은 국무회의 의결로 5년 단위로 결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 따른다. 그에 근거하여 2년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세우는데 이것은 하위이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계획을 제대로 세우려면 박근혜정부의 2차 에기본(2014년)의 5년째가 되는 2019년에 3차 에기본 계획을 정하고 거기서 탈원전 원칙을 수립했어야 한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면 전기사업법 개정이나, 에너지전환 특별법을 제정했어야 한다고 산업부 고위 관료들은 증언한다.

"그 경우 국회선진화법에 막힐까 두려워 공론화위원회, 탈원전 로드맵으로 우회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화근"이라고 고백한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에기본 수정 없이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먼저 만들고 3차 에기본은 2019년 6월에 만들어 앞뒤가 뒤집혔다.

이건 엄밀히 말해 위법행위다.

박근혜정부의 원전발전 비율은 29%가 목표였는데 8차 전력계획은 2030년 11.7%로 축소됐다.

이처럼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태생적인 결함을 갖고 있어 차기 정부가 원천무효를 제기하면 큰 사달이 벌어질 수 있겠다.

만약 감사원, 검찰이 문 대통령의 공약인 a), b), c)를 건드렸다면 그것은 월권행위일 것이다.

반대로 검찰이 공약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사법 판단 대상이 아니다"는 논리로 월성 1호기 폐쇄를 둘러싼 불법 행위를 눈감자고 압력을 넣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범죄라 할 것이다.

최후의 논점은 수명을 다한 원전 폐기, 즉 c)항과 관련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문제가 적법했느냐로 모아진다.

청와대 비서관들, 산업부 간부들이 불법을 자행했다면 법에 따라 처벌받는 게 옳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불법성 감사는 국회의 의뢰(2019년 9월 30일 문희상 국회의장)로 실시했고, 의뢰받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 수용성은 감사 범위를 넘는 것으로 판단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범죄 혐의가 많아 자료만 검찰에 넘긴다며 탈원전의 타당성 여부는 감사 대상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대상을 보면 탈원전 정책의 공약사항 a), b), c)는 터치 범위 밖이다.



원래 월성 1호기는 30년 수명으로 설계돼 1983년 가동을 시작했고, 2009년 한전연구원이 "경제성이 있다"는 판정하에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가동을 연장했다. 2014년 국회예산처가 "안전성, 경제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이 법적 절차에 의해 결정됐다.

다시 말하지만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그대로 가는 게 합법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취임한 지 꼭 40일 만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이제 탈핵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신규 원전건설은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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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이듬해(2018년) 4월 2일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언제 영구중단하느냐" 한마디로 청와대 산업부 간 긴밀한 막후 작업이 오가고 2022년까지 가동했더라면 1조원 이상이었을 경제적 이득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미국의 경우 원전 98기 가운데 88기가 수명 40년을 넘어 60년으로 연장됐고 재작년 2기는 80년으로 연장됐다.

삼덕회계법인의 1차 보고대로 85%가동률, ㎾당 원가 60원으로 해 3707억원의 경제적 이득이 나는 게 최소한의 정직한 계산일 텐데 청와대, 산업부, 한수원이 모의하여 "경제성 없음"으로 조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대통령의 독촉성 발언에 호응했다.

이 불법 행위에 대한 고발에 따라 검찰은 수사에 나서고 지금 최후의 단계를 캐고 있는 것이다.



의심의 계기판은 백운규 전 장관에게 지침을 준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을 가리킨다.

검찰이 이들을 소환하여 수사하면 진실이 무엇인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당시 김수현 수석이 TF를 맡아 일을 처리했다는데 그 윗선으로 어디까지 알렸는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청와대 참모들이 문 대통령에게 "월성 1호기는 곧 가동중단되도록 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참모들이 불법 행위를 하도록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월성 1호기 중단 시기를 묻는 문 대통령에게 "조사해보니 2022년까지는 손을 댈 수 없게 짜여 있습니다"라고 설득했다면 뭐라 했겠는가?

그것으로 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원전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것 같은 흔적들이 엿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청와대 모임에서 탈원전 고수의 까닭을 물으니 "유럽도 그 방향으로 가고 공론화위원회에서 결론이 났다"고 답하더란다.

왜 미국 일본 대만 등이 원전 회귀로 도는 것은 보지 않고 EU 핑계만 댈까.

주호영 야당 대표, 이철우 경북지사가 개별의견으로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건설해 한국 원전 기술의 명맥을 잇자고 건의하니 "전력 예비율이 30% 된다(독일 예비율은 131%)"며 단칼에 거절하더란다. 이러한 대통령의 원전에 대한 호불호는 참모들에게 빛과 같은 속도로 전파된다.

탈원전에 결벽증에 가까운 고집을 보이니 아랫사람들이 감히 다른 말을 못 했던 건 아닐까.

참모들이 자신의 과오를 대통령 정책이나 공약으로 둘러대며 검찰 수사 자체를 중단시키려는 행위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감사원이나 검찰이 공약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더불어 탈원전 정책이 헝클어진 근본 원인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토론이나 공청회 한 번도 제대로 된 흔적이 없다.

마키아벨리나 레몽 아롱은 "정책은 국민에게 복지를 늘리는 최후의 성과로 말해야 한다"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한국의 전기료는 곧 치솟을 것이다.

월성 2·3·4호기는 현재 가동률이 85% 이상이다. 월성 1호기를 지금이라도 돌리면 연간 2500억원 이득이고 미국처럼 60년 수명으로 하면 5조원 이상 이득을 얻는다는 계산이다.

우리는 5·18광주민주화, 세월호 사건을 겪어내면서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는 진실이다. 세월호는 7개 기관이 8차례나 수사했고 광주항쟁은 40년 이상이 경과한 지금도 재판 중인 사건도 있다.

탈원전 고집,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둘러싼 처리를 두고 지금 임기응변으로 넘어가기보다 지금 깨끗하게 털어버리는 게 최상책일 것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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