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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그룹 돌연 상장 중단 진짜 이유…시진핑, 정적 견제

입력 2021.02.20 14:59:00 수정 2021.02.20 16: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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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시진핑의 정적 견제 탓에 돌연 IPO 중단"
상하이방 장쩌민 전 주석 측근 인사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
상장 후 경쟁세력의 막대한 차익 실현 막고자 사전에 `자금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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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그룹 [위클리글로벌]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의 돌연 상장 중단 배경을 둘러싸고 흥미로운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전자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회사입니다. 앞서 작년 10월 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당국을 비판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장 중단을 직접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각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바로 시 주석이 정적을 견제하기 위해 앤트그룹 상장을 돌연 중단시켰다는 의혹입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 배경에 대해 "앤트그룹의 불투명하고 복잡한 지분 구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무분별한 온라인 대출을 통한 금융 리스크 증대 우려와 마윈의 금융 당국에 대한 공개 비판은 상장 중단의 명목상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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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신문은 앤트그룹의 지분 구조에 주목하면서 "앤트그룹이 상장할 경우 시 주석에게 향후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정치 인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에 앞서 조사를 통해 앤트그룹의 주요 주주를 파악했습니다. 앤트그룹의 지분 구조 현황은 △항저우 쥔한 및 항저우 쥔아오(50.5%) △알리바바(32.7%) △보위캐피털을 비롯한 기타 주주(16.8%)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항저우 쥔한과 항저우 쥔아오는 마윈을 포함한 4명의 투자자가 공동 설립한 투자회사 '항저우 윈보'가 지배하고 있는 투자회사입니다.

중국 당국이 문제로 여겼던 부분은 보위캐피털을 비롯한 기타 주주였습니다. 보위캐피털은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인 장쯔청이 설립한 사모펀드입니다. 장쯔청은 보위캐피털을 통해 다양한 루트로 베이징 징구안 투자그룹에 투자하고, 베이징 징구안 투자그룹이 여러 차례에 걸쳐 앤트그룹의 지분 1%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장씨는 2012년 야후가 보유하고 있던 알리바바 지분 절반을 매입한 뒤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 당시 막대한 평가 차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기타 주주에는 장 전 주석의 측근인 자칭린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사위 리보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보탄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베이징자오더투자그룹을 통해 앤트그룹 주주가 됐습니다.

장쯔청과 리보탄의 공통점은 장쩌민 전 주석과 연결된 측근 인사라는 점입니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가 장쩌민 전 주석과 측근 인사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 주석은 2013년부터 반부패 운동을 앞세워 장 전 주석 계열인 상하이방 세력을 상당히 약화시켰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장 전 주석 세력이 시 주석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앤트그룹이 갑자기 상장 중단된 배경에는 장 전 주석의 측근 인사들이 앤트그룹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염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앤트그룹은 당초 자회사 중 한곳을 금융지주사로 만들어 소액 대출을 맡는 금융 자회사를 지배하도록 할 계획이었습니다. 대신 모회사인 앤트그룹은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정보통신(IT) 업체로 탈바꿈시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구상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사상 최대 규모인 340억달러(약 37조6000억원)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계획도 이 같은 청사진에 따라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앤트그룹의 상장 계획은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공개 석상에서 당국을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낸 뒤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에서 개최된 와이탄 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이유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며 "대형 국유 은행들은 충분한 담보를 잡고 대출해 주는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반독점 조사를 통해 앤트그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앞서 WSJ는 앤트그룹이 인민은행 산하 범국가적 신용정보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인민은행이 운영하는 신용등급 회사에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앤트그룹은 10억명 이상 중국인의 소비 형태, 대출 이력 등에 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WSJ는 중국 국무원 산하 반독점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앤트그룹이 막대한 소비자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어 자칫 정부의 금융시장 리스크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의 데이터 독점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베이징/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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