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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도 계약…이항 드론택시 공매도 보고서 서학개미는 공포에 빠졌다

입력 2021.02.21 05:58:00 수정 2021.02.22 14: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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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올해 450% 오른 이항, 하루만에 60% 폭락
공매도보고서 공개, 계약 조작, 생산공장 허위
제2의 루이싱 커피 논란, 투자자 좌불안석
이번주 서학개미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 큰 뉴스가 나왔습니다. 미래 운송수단으로 각광받는 중국의 드론 제조사 '이항(Ehang) 홀딩스'의 주식이 하루 만에 60% 넘게 폭락한 사건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주가가 절반 이상 떨어진 충격적인 소식에 서학개미 투자자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투자 리스트 중 이항홀딩스 투자액이 전체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기 때문인데요. 왜 이항홀딩스 주가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듯 떨어졌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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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홀딩스 16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항홀딩스 주가는 전일 주가인 124.09달러 대비 77.79달러 떨어진 46.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정확히 62.69% 떨어진 수치입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도심항공운송수단(Urban Air Mobility·UAM) 기술기업으로 각광받던 해당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은 33쪽짜리 리포트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가 16일 공개한 공매도 보고서입니다. '이항: 추락하고 불탈 운명의 주식(EHang: A Stock Promotion Destined To Crash And Burn'이란 제목으로 명명된 해당 보고서에는 이항의 생산공장이 사실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고 가짜 판매 계약과 허위광고를 일삼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항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내용인 셈이었죠. 물론 이항홀딩스의 반박 성명이 나오면서 다음날 다시 67.88% 급등한 77.73달러로 거래되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음날인 18일, 다시 21.28% 떨어진 61.19달러로 장을 마치며 롤러코스터 열차에 올라타버렸습니다.올해 첫 거래일인 4일 21.24달러로 출발해 484% 상승했던 이항홀딩스는 보고서 하나에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 셈이죠.

60% 넘게 급락한 이항홀딩스 주가이미지 크게보기
60% 넘게 급락한 이항홀딩스 주가 이항은 2014년 후화즈가 중국 광동성 광저우시에서 창업한 드론 전문 제조사입니다. 창업 4년 만에 유인드론 자율비행 테스트에 성공하며 괄목상대한 이항은 2019년 12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습니다. 상장 당시 4000만달러를 조달하며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마쳤죠. 상장 다시 기업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이항은 매년 연 매출을 두 배씩 늘렸으며 2019년 자율비행 항공기 'EH216'을 61대나 판매하며 기대감을 높였죠. 이항의 드론은 작년 11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여의도에서 미래의 이동수단으로 선보인 '드론 택시'로 소개되며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4억원을 주고 이항의 드론 택시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었죠. 이처럼 전도유망한 이항은 국내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는데요.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항은 한국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상위 10개 종목 중 9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6일 기준 테슬라가 102억3325만달러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요. 이어서 애플(37억160만달러), 아마존(17억4384만달러), 엔비디아(12억2910만달러) 순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항에 투자한 금액은 5억5034만달러에 달하네요.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이항이 유일합니다. 이항은 지난해 임직원 수가 200명을 넘기며 순항했고 이달 들어 유럽 진출까지 타진하며 사세를 키워 왔습니다. 이항은 노르웨이에 '이항 스칸디나비아 AS'를 설립해 유럽연합이 지원하는 도심항공운송수단과 드론을 활용한 바이오·헬스케어 연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매도 리포트 하나에 기업의 명운이 달렸다고 표현할 만큼 큰 위기를 맞이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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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 자율비행항공기 울프팩리서치의 보고서를 살펴볼까요. 가장 우선 눈에 띄는 이야기는 이항의 주요 고객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 '쿤샹'에 대한 의혹입니다. 울프팩리서치는 취재 결과 이항이 쿤샹과 허위 판매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의 고평가 주가는 허위 판매 계약에 기반한 수익 조작의 결과"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울프팩리서치에 따르면 쿤샹은 이항과 6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 설립된 회사였습니다. 정확히는 계약 체결 9일 전 설립된 회사죠. 쿤샹의 주소지로 등록된 곳을 직접 가보니 한 곳은 호텔이었고, 다른 한 곳은 11층짜리 건물의 13층에 위치했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것이죠. 또한 쿤샹의 자본금은 140만달러로 계약 규모에 비해서는 매우 적었다고 합니다. 첫 계약을 한 쿤샹은 불과 4개월 후 이항과 또다시 430만달러 규모의 추가 판매 계약을 맺으며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이 계약 이행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항과의 계약 체결을 했다는 허위 계약을 통해 이항의 실적을 공표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울프팩리서치에 따르면 이항은 이러한 사실 관계를 수정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연락을 취했으며 드론 택시 가격 유지 등을 이유로 해당 사항에 대한 기밀 유지 요청을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이항 생산공장 /사진=울프팩리서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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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 생산공장 /사진=울프팩리서치 보고서

의심스러운 정황은 더 있는데요. 바로 이항의 대표 상품 격인 드론 택시의 생산능력에 대한 의혹입니다. 울프팩리서치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공개한 이항홀딩스의 생산공장 사진에는 바삐 일할 노동자와 납품을 기다릴 드론 택시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텅 빈 공장의 모습에 투자자들은 가슴이 철렁했는데요. 노동자와 원자재 재고도 없이 경비원 한 명이 지키고 있는 모습에 대해 울프팩리서치는 보안시스템도 엉망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이항의 주력 드론 택시 EH216의 비행 승인 여부도 거짓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받았다는 비행 승인 발표가 사실 테스트 비행에 대한 승인이지 여객·운수 사업용으로는 허가받은 것이 아니란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항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항은 홈페이지에 이에 대해 "수많은 오류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진술"이라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필요한 행동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박 발표 이후 이항홀딩스 주식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널뛰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회사가 이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과거 제2의 스타벅스라 불리며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불리던 중국의 루이싱 커피는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죠. 하지만 작년 4월 매출을 무려 4000억원 이상 부풀린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장폐지됐습니다. 이 사실을 공개한 쪽 역시 공매도 투자기업 '머디워터스'입니다. 결국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루이싱커피에 벌금 1억8000만달러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루이싱커피는 이달 미국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루이싱커피 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항홀딩스 사건이 터지며 투자자들의 원성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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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싱커피 전문가들은 최근 각광받는 해외 투자일수록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 문제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취득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났다고 해도 국내에 있는 기업과 달리 해외 기업은 사실상 접근성 자체가 크게 떨어지는 만큼 분명하고 확실한 정보가 있지 않다면 섣불리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죠.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부장은 "이번 사태 역시 단순히 주변의 추천과 좋다는 이야기만으로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분명히 주고 있다"며 "무엇보다 해외 투자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최대한 공부하고 정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 역시 "단순히 리포트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의견과 입장들을 미리 미리 수렴하고 경청하면서 투자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해외 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만큼 손실도 크게 입을 수 있다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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