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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지금?" 日,10년만에 '축구 한일戰' 요청한 이유

입력 2021/03/20 06:01
수정 2021/04/21 10:50
[한중일 톺아보기-47]

양국 국가대표팀의 A매치 친선 경기는 지난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 경기 이후 10년 만이다 [사진=KFA,JFA 홈페이지]


오는 25일 국가대표 축구 한국 대 일본 전(戰)이 열린다. 소위 '한일전'에 대한 관심은 어떤 종목이든 높았지만, 10년 만에 치러지는 축구 A매치 친선전 인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극도로 냉각된 양국 관계와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번 경기가 결정된 지난 10일부터 스포츠 매체들뿐만 아니라 닛케이 등 주요 매체들도 잇달아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번 친선전이 역대 최악을 달리는 양국 간 분위기가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국내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일본의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하고, 시즌 중인 선수와 구단 모두에 부담이 커 "백해무익하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이 연장됐던 '1도 3현' 지역 중 하나인 가나가와현이다. 이번 경기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동의 서명이 2만60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日정부, 한일 관계 호전 실마리 기대?

일본 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18일 해외파 9명을 포함해 한일전에 나설 일본선수 명단 23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JFA]




알려져 있다시피 이번 경기는 일본축구협회(JFA)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일본 주간지 '재팬비즈니스프레스(JBpress)'에 따르면, 이번 한일전은 JFA측이 끝이 안보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돈줄인 일본 대표팀의 경기를 제대로 치루지 못해 부심하던 차에 나온 아이디어다. 대한축구협회(KFA) 역시 비슷한 상황인 만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차에 제안이 들어오자 쾌히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JFA는 한일전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다지마 고조 JFA 회장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한전은 민감하다 보니 가급적 원하지 않는 감독들도 있었는데, 이번에 모리야스 감독은 당당히 경기를 갖길 원했다"고 밝혔다.

JBpress는 일본 정부로서도 악화일로를 달리는 양국 관계에 있어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실마리가 필요하다 느끼던 만큼, 한일전 개최에 어깃장을 놓을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JFA 관계자는 "양국의 관계 개선 발판마련을 위해 일본 정부가 이번 한일전을 지지해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내각부와 한국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근래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감정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래픽=조보라]


그러나 일본 여론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싸늘하다. 원래 일본 정부는 방역을 이유로 신규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해왔는데,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돼도 4일 뒤 바로 국제경기를 갖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위화감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에는 경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국과는 친선전을 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과의 경기는 지든 이기든 꺼림직하다"는 등 부정적 의견이 빗발쳤고 호의적 반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日 "모든 건 올림픽 위해" 한일전은 첫 예행 연습

한일전을 시작으로 연이은 국제 시합은 일본에게 올림픽을 염두에 둔 최적의 예행연습 시험대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석간 '닛칸 겐다이'에 따르면 이번 한일전과 관련해 일본 측 한 관계자는 "모든 건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라고 털어놓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수도권 지역에 재발동했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을 70여 일 만인 내일 전면 해제한다. 동시에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특례 조치(Athlete Track)'를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한국 대표팀은 22일 출국 예정인데, 원래대로라면 '입국 후 2주간 격리'돼야 하지만 해당 조치를 통해 경기를 치르게 된다. 주목도가 높은 축구 한일전을 무사히 치러 특례 조치 적용의 정당성이 확보되면,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일본 여론도 한층 누그러질 것이라는 게 일본 측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한국 팀의 입국부터 호텔 투숙, 연습장 왕복과 경기장 이동, 그리고 귀국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번 친선전을 7월 올림픽의 '대응 시뮬레이션'으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은 체류 기간에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는데, 올림픽 참가 선수들도 같은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한일전 이후 일본팀의 26·29일 아르헨티나와의 U-24 경기, 30일 몽고와의 월드컵 예선도 같은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한일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황인범 [사진=연합뉴스]


한편 유관객 경기로 치러지는 이번 한일전은 경기 시작 시간이 오후 7시 20분으로 황금시간대에 맞춰 일본 전역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JFA에 따르면 중계권료와 입장료 수입만 2억엔(약 21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 스폰서 수입까지 예정에 없던 큰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림픽을 강행하는 일본 정부에겐 중요한 예행 연습의 기회, JFA에겐 국제경기를 개최하고 짭짤한 부수입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양자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는 결과가 된다.
올림픽 취소 손실 '47조' 부담 떠안은 日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이 입는 총 경제 손실은 약 4조5000억엔(약 4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월 신임 주일대사로 부임한 강창일 대사는 두 달 가까이 스가 총리는 물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의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임자인 남관표 전 대사가 부임 후 2주 안에 당시 고노 다로 외무상,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했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관계의 냉각이 면담 일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도적 냉대가 두드러지는 한편, 축구 한일전만큼은 일본 측에서 이례적으로 적극 나선 데에는 올림픽에 대한 부담감이 그만큼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해 한 차례 대회 연기로 일본은 이미 상당한 경제적 손해를 본 상태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오사카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지난해 3월 올림픽 연기로 일본 정부가 보게 될 것으로 추산한 손해액은 약 6400억엔(약 6조7400억원)이었다.

지난 18일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해외 일반관객 없이 대회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이미 팔린 90만장의 입장권을 환불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손해액은 더 불어나게 된다. 만약 무관객으로 대회가 열리면 손실액은 약 2조4133억엔(약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회까지 넉 달도 안 남았지만 여전히 개최가 불투명해 손실은 더욱 불어날 공산이 크다. 미야모토 교수는 대회가 취소될 경우 일본이 입는 총 경제적 손실은 약 4조5000억엔(약 47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日, 1964년 '부흥의 영광' 재현 노리지만…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 모습 [사진=JOC 홈페이지]


일본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거듭된 경기 침체와 3·11 동일본 대지진 충격을 극복했다는 '부흥의 상징'으로 삼으려 해왔다. 과거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일본이 돌아왔음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은 바 있다. 1964년 올림픽 전후로 일본은 군수산업에서 전자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재편했고, 3년 뒤인 1967년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게 됐다. 일본의 국민총소득(GNI)은 1964년 23조4000억엔에서 5년 뒤인 1969년에는 두 배가 넘는 49조9000억엔으로 늘었다. 올림픽이 전후 일본 부흥의 상징이 된 셈이다. 여기에 이번 대회를 연다면 도쿄는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도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래픽=조보라]


사실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역시 과거 올림픽 개최는 상당한 경제 효과를 가져다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988년 GNI 136조원에서 5년 뒤 290조원으로, 중국은 2008년 4조1000억달러에서 5년뒤 9조1000억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당초 도쿄도는 이번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대회 전후 17년간 일본이 기대할 수 있는 경제 효과를 총 32조3000억엔(약 327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50여 년뒤 다시금 부활을 알리려던 일본의 희망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인류의 '코로나19 극복 증거'로 삼고자 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인류가 역병을 극복했다는 증거로서 도쿄올림픽을 반드시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전날 '성화 봉송' 시작…잡음 끊이지 않는 올림픽의 향방은?

일본 여자축구 국가대표중 당초 성화봉송 주자로 내정됐던 선수들이 잇따라 고사하면서, 결국 현역이 아닌 은퇴 선수로서 첫 주자가 된 사와 호마레 선수(좌). 지난해 올림픽 성화를 콘셉트로 미야기 현에 전시됐던 '부흥의 불'의 모습 [사진=도쿄올림픽조직위 홈페이지]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은 25일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축구 한일전이 열리는 날이다. 성화 봉송 이벤트의 시작점은 일본이 부흥과 복구의 상징으로 삼고 싶어하는 후쿠시마현의 축구시설 'J빌리지'다. 당초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 회장은 성화 봉송일에 맞춰 올림픽 관객 수용의 상한선과 해외 관객 수용선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자 관객 수용 상한선 발표는 내달로 미룬 상태이고, 해외 일반 관객은 수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

성화 봉송은 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사전 이벤트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일본 당국은 그때까지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상태라면 대회에 대한 의구심은 더 깊어져 보이콧하는 나라들이 속출할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19일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여건이 여의치 않은데도 성화 봉송 때문에 긴급사태를 해제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여전히 인명보다 올림픽을 앞세운다"고 비판했다.

올림픽에 대한 일본 국내 여론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13일 마이니치신문과 사회 조사 연구센터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49%가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 또는 "연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한편 코로나19 상황과 별도로 이번 도쿄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유독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개·폐막식 총 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여성 탤런트를 돼지로 분장시켜 개막식에 등장시키자고 했던 일이 빌미가 돼 사임했다. 모리 요시로 전 조직위원장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퇴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모리 회장의 후임인 현 하시모토 회장 역시 과거 남자 피겨 선수에게 강제로 키스했다는 성희롱 논란으로 취임 전부터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축구 한일전이 열리는 같은 날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도쿄올림픽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아직 누구도 예단할 순 없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적어도 세계 스포츠 제전 역사상 가장 우여곡절이 많은 대회로 기억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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