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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일본땅"...'사무라이 재팬'은 왜 역사를 왜곡할까

입력 2021/04/03 06:01
수정 2021/04/13 04:16
[한중일 톺아보기-49] ※톺아보다 란 "샅샅이 뒤지며 찾아본다" 는 순우리말입니다.

지난달 30일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모든 고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 담겼다 [사진=연합뉴스]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다."

내년부터 일본 고교 1학년이 사용하게 될 모든 사회과목 교과서에 이 같은 취지의 내용이 실리게 됐다. 지난달 30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에 합격한 지리종합(총합) 6종, 역사종합 12종, 공공 12종, 지도책 6종 등 총 36종에는 모두 독도에 대한 기술이 들어갔다. 2016년 검정을 통과한 고교 1학년용 해당 과목 교과서 35종 가운데 27종(77.1 %)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던 것과 비교하면 독도 영유권 주장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지난 2018년 이미 내년부터 개편되는 고교 사회과목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하는 학습지도요령을 고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예정된 수순이다. 학습지도요령은 집필 기준이자 수업지침으로서, 교과서 제작에 반드시 반영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부성은 2019년과 2020년 이미 모든 초등학교·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들로 하여금 이 같은 내용을 담도록 강제한 바 있다.

[그래픽=조보라]


이로써 일본의 모든 일선 초·중·고교에서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교육이 의무화됐다.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사실, 총리가 바뀌었다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절반 정도가 전임 아베 신조 내각의 각료가 유임됐기 때문에 양국 현안과 관련해 일본 측의 별다른 태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던 터였다. 특히 문부과학상인 하기우다 고이치는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제국주의 교육의 핵심이었던 '교육칙어'를 옹호하고, 고노담화의 수정 가능성과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일본은 실질적으로 1차 아베 내각인 2006년부터 초·중·고 교과서의 독도 기술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이것 역시 아베 총리가 입각하자마자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 '교육기본법' 개정 때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일본이 이처럼 교과서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 기술을 점차 확산시켜 온 것은 2005년 이후 매년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16년째 계속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교육효과? "독도는 일본땅" 일본인 6년새 17%P 늘어

일본 내각부 여론조사 결과 몇년새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독도를 인식하고 있는 일본인의 비율은 유의미하게 늘어났다 [그래픽=조보라]


일본 내각부는 2차 아베 내각 때인 2013년부터 격년으로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다케시마(독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다. 독도에 대해 알고 있는 항목을 선택하도록 한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 60.7%에서 2019년 77.7%로 17%포인트나 늘어났다. 독도에 대해 알고 있는 일본인 10명 중 8명은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 "일본은 한국이 다케시마에 관해 조치를 취할 때마다 항의하고 있다"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등의 항목에 긍정한 비율도 모두 증가했다.

비록 독도의 존재를 TV나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많았지만, 서적이나 학교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고 답한 비율도 상당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 국민들의 역사인식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토대가 형성된다. 이를 통해 볼 때, 미디어뿐 아니라 교과서 등을 통한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본인들로 하여금 독도가 자국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유 중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교과서를 통한 사실 왜곡은 자라나는 모든 일본 학생들에게 독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주입해 차후 미래 세대 한일 갈등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들 게 뻔한 만큼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日, 중앙정부·지자체·민간이 조직·전략적으로 독도 교육·홍보

페이스북 등 SNS을 통해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하며, "일본의 고유영토를 되찾아야" 한다는 선전물 [사진=시마네현 페이스북]


근래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육은 매우 치밀하고 전략적이다. 예컨대, 교과서 기술에 결정적 영향력이 있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는 교육활용자료 명목으로 독도 영유권 교육의 지침이 되는 웹사이트 등이 항상 함께 제시된다. 해당 웹사이트들은 외무성의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포인트', 내각 관방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 독도 관할을 주장하는 지자체 시마네현의 것 등이다.

각각의 웹사이트는 다시 독도 문제에 대해 같은 주장을 하는 사이트들과 서로 연결돼 있다. 이처럼 연계된 교육방식을 통해 일본 정부의 주장인 외무성의 견해는 그대로 학습지도요령 개정 내용이 되고, 교과서 검정 기준이 돼 결과적으로 일선 교과서에 그대로 기술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당시 일본 총리 아베 신조(좌)가 사사카와평화재단(SPF) 미국 지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데니스 블레어 SPF 미국 지부 이사장과 대담 중이다 [사진=SPF USA]


특히 외무성의 경우 산하 국책연구소와 시마네현의 관변 어용단체 '다케시마문제연구소'는 물론 '사사카와재단'(현 일본재단)과 같은 민간단체 사이트와도 연결돼 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혐의로 체포된 적 있는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사사카와재단은 역사 문제 등에 있어 편향돼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자금력으로 해외 인사들을 포섭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육 강화는 내각, 문부성, 외무성, 지자체인 시마네현, 관변 및 민간 단체들이 하나가 돼 조직적으로 추진중인 셈이다.

지난해 1월 확대 이전한 일본의 '영토·주권전시관'도 시점상 도쿄올림픽을 맞아 국내외 선전효과를 노렸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립 2년 만에 다시 확대·이전한 것인 데다, 위치 역시 국회와 총리관저가 있는 도쿄의 심장부로 옮겼기 때문이다. 비록 코로나19로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일본 당국이 학교 현장을 넘어 모든 일본 국민과 외국인을 상대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입장을 알리는 기회로 십분 활용하려던 의도였다.
사무라이 문화 日, 참·거짓보다 승리냐 패배냐 중시

조선시대는 성리학이 지배하는 선비의 사회였다면,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사무라이의 사회였다 [사진=매경DB]


일본이 독도를 포함해 한국과 역사 갈등을 계속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여러 시각이 있지만, 독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 사회가 문화적으로 한국과 크게 다른 배경에 기반하고 있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전통적으로 사농공상의 계급사회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士)는 선비였던 반면, 일본에서는 무사, 즉 사무라이(侍)였다. 조선왕조 500년간 한반도는 성리학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였다면, 일본 열도는 1192년부터 1867년까지 700여년간 사무라이들이 지배했다. 사무라이 사회에서는 힘이 곧 법이었다. 에도시대 이전까지 다른 영지, 또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행위는 물론 모시던 주군에 대한 하극상도 대수롭지 않았다. 강한 자에게 붙고 약자에겐 매우 잔인한 것이 일본이었다.

1874년 사츠마번(薩摩藩) 사무라이들의 모습 [사진=펠리체 베아토(Felice Beato)촬영]


일본의 뿌리깊은 칼의 문화는 힘의 논리를 따르지만 맹목적 싸움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승리를 위해 철저히 연구하는 전략적 특성이 엿보인다. 호사카 교수는 "적의 영토를 빼앗을 때까지 집요한 것이 사무라이들"이라며 "현재는 상황이 불리하지만 유리한 고지를 만든다는 목표를 두는 게 일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독도에 대한 일본의 왜곡도 사실이야 어떻든 간에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전략적 노림수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호사카 교수는 "독도는 일본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을 널리 알려서 한국인들의 신념을 꺾으려는 게 일본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따졌던 조선과 달리, 일본에서 중요한 건 승리냐, 패배냐였다. 명분 따윈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이기는 것이 곧 선이라는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단적으로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고 수난을 겪은 것은 결국 힘이 없던 조선의 책임일 뿐이라는 사고가 만연하다. 일본과의 역사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결국 국력에서 일본을 앞서는 길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거세지는 독도 도발, 최선의 대응책은?

지난 2015년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에서 우익들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잠잠해질 기미가 안 보이는 독도 도발에 한국으로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떻게든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가려는 게 일본의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실효지배 중이고 "분쟁지역 자체가 아니다"라는 입장인 독도를 들고 ICJ에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일본 역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를 두고 중국의 ICJ행 요구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ICJ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내로남불이며 독도를 진정 자국 영토로 인식하기보다 철저히 정치적 의도에 따른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이유다.

교과서 문제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독도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역사교육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정확히 그 근거는 무엇이고, 일본 측 주장의 허점은 무엇인지 시민들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도에 대한 홍보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외교부 등 정부 당국이 전면에 나서진 않더라도, 민간을 통한 반박과 홍보가 적극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인들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한국의 주장과 근거를 일본어로 알리는 것이 포함된다. 호사카 교수는 "서적이든 유튜브든 일본어로 쓰인 여러 매체를 통해 일본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지금보다 10배는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날이 갠 날 독도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양심적 지식인과 학술단체 등을 통한 양국 간 연계활동도 필요하다. 한국사를 전공했던 가지무라 히데키 가나가와대 교수는 양심적 지식인의 대표적 예다. 그는 1970년대 이미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독도를 누가 먼저 인지했고, 누가 먼저 이용했고, 국제법적으로 누가 먼저 선언했는가, 세 가지 측면에서 연구한 뒤 모든 면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맥락에서, 2001년 교과서 검정 파동 이후 한일 학계는 역사에 대한 공동연구를 위해 2002년 '한일역사공동연구위'를 설치한 이후 2011년 3월까지 제1기와 제2기에 걸친 활동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후 활동은 아직까지 중단된 상태다.

일본의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독도 영유권 도발은 앞으로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인들의 독도에 대한 감정과 독도가 갖는 역사적 상징성을 생각할 때, 일본의 행위에 엄중 대응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의 도발이 격해질수록 한국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더 냉정한 대응과 하나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남대 독도연구소 최재목 소장은 "최근처럼 세대,성별,계층,지역간 갈등이 고조된 상태는 여러모로 좋지 않다. 적어도 독도 문제에 대해선 온 나라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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