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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 서방 공매도가 왜 나쁜 거야?" [투자썰록]

입력 2021/05/01 03:00
수정 2021/05/08 03:58
[택기자의 투자썰록-1] 공매도

[편집자주] '실록(實錄)'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은 기록'입니다. 하지만 '사실에 공상을 섞어서 그럴듯하게 꾸민 이야기나 소설'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택기자의 투자썰록'은 '사실과 공상(썰)을 적절히 섞은' 꽤 유익한 주식투자 이야기입니다. 매일매일 주식시장을 취재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에는 영 소질이 없는 주식 담당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이 기사가 투자자분들의 성공적인 투자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동학개미 파이팅입니다.


사진=매일경제DB



"택 서방, 공매도가 왜 나쁜 거야?"



평소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장모님이 느닷없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훅 들어온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장모님, 그건 대부분 외국인과 기관만 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은 떨어져서 그런 거예요"라고 대강 얼버무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이 기사를 준비하기 전까지 공매도에 대해 깊게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주변에서 공매도 재개 이후 주식시장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부쩍 듣고 있습니다. 질문 이면에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와 분노가 깔려 있는 듯했습니다. 공매도의 정체는 뭘까요. 또 왜 그렇게 개인투자자분들은 공매도에 화가 났을까요. 한번 살펴봤습니다.


동학개미의 공공의 적 '공매도' 누구냐 넌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기본적으로 주식을 사고팔아야 합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돈을 버는 상황일 때도 있습니다. 주가가 쌀 때 매수해서 비싸게 매도해야 수익이 나기 때문입니다.

반면 공매도는 순서가 바뀝니다. 먼저 판 다음 나중에 사서 갚는 구조입니다. 수익이 나기 위해선 당연히 해당 주식의 주가 하락이 전제돼야 합니다. 비싼 가격에 판 뒤 싼 가격에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여러분이 주가가 1만원인 A기업의 주식 1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일반적인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가가 1만원 이상으로 올라야 합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적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일단 팔고, 나중에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 사서 갚으면 수익이 납니다. 만일 A기업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1만원에 팔고 8000원에 사서 갚음으로써 총 2000원의 수익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물론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증권가 "공매도, 시장 균형 유지에 필요"



공매도를 바라보는 시장 참가자들의 온도 차는 상당합니다. 대체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에 반대하는 반면 증권업계 종사자는 공매도를 옹호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증권업계 종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공매도에는 분명 순기능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공매도 기능 중 하나는 고평가된 주식 가격을 제자리로 돌려놓음으로써 시장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실제 가치 이상으로 급격하게 오른 주가를 견제해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습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공매도의 경우 선 매도 후 매수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선 반드시 주식을 다시 사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매도와 매수 주문이 늘어나면서 거래 활성화의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작년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외국인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계속 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매도를 위험 헤지(회피)용 수단으로 삼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매도가 막힌 한국 시장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죠.



사진 출처=금융투자교육원 개인 공매도 사전의무교육 과정



공매도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반면 개인투자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하더라도 기관과 외국인과 비교해 개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이죠.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리기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가 6곳뿐이었고 대여 종목과 물량도 적었습니다. 이번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에게도 상당 부분 허들을 낮췄지만 여전히 외국인·기관보다 높은 잣대를 적용받습니다.

주식을 빌리고 잔고로 유지해야 하는 비율인 '담보비율'만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은 105%인 데 반해 개인은 140%로 높습니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을 100만원어치 빌리면 개인투자자는 140만원에 해당하는 현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맡겨야 합니다. 만약 담보비율이 미달되면 증권사는 추가담보를 요구하고 기한 내에 추가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납부기한 다음날 주식을 빼 갑니다.

또 개인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아야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사실상 무기한으로 빌릴 수 있지만 개인들은 최장 60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제약 조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시 돌아온 공매도의 시간



1년2개월 만에 재개되는 공매도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하지만 개인투자자분들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먼저 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작년 3월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릴 때를 기억해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공매도는 시장 거래를 활발히 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때(폭락장)에는 주가 하락을 가속하는 역효과가 크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하던 작년 봄뿐만 아니라 리먼 사태가 터졌던 2008년 9월처럼 패닉장이 펼쳐질 때마다 각국 금융당국은 단호하게 공매도에 브레이크를 걸어왔습니다. 시장이 과도하게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었죠. 금융당국도 어느 정도 공매도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한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압도적인 자금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큰손'들이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는 게 자본주의의 섭리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그냥 잃어도 되는 돈은 없습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 공매도는 분명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무려 1년간 금지됐던 공매도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주식시장에 재등장하게 될까요? 개인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은 평평해졌다고 느낄까요? 다음주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를 둘러싼 논쟁은 끝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다음 기사에서는 요즘 증시를 달구고 있는 '공모주'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도대체 공모가와 청약은 어떤 절차를 통해 결정되는 것일까요. 왜 유독 작년과 올해 '따상' '따상상'이 속출하고 있는 걸까요? 궁금한 점 있으면 자유롭게 의견을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아 참, 제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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