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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세기의 상속, 3인의 평가 [김세형 칼럼]

입력 2021/05/04 06:01
수정 2021/05/06 05:14
[김세형 칼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재산 26조원과 세금, 그림 기부 등을 둘러싼 이야기는 지난주 국내외에 퍼져나갔다.

이 회장의 상속에 따른 세금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가족이 낸 세금보다 3배 이상 많고, 2만3000점에 이르는 그림 기부의 기록은 비슷한 선례를 발견하기 어렵다. 여러모로 세계 토픽감이었던 모양이다.

FT를 비롯한 외신들은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 1위란 점을 조명했다.

이 회장이 낸 그림, 현금 등 총 4조원에 달하는 기부금 규모는 일본, 중국 등을 통틀어 아시아권에서는 전례 없는 기록이다.

미국 외에 한국에서 이런 사례가 나타난 것은 좋은 일이며 어떤 면에선 안도감을 준다. 양극화로 인한 갈등의 시대여서 더욱 그렇다.

국내에서 한 기업인이 그토록 많은 기여를 한 데 대한 칭찬도 충분히 넘쳤다.

반면 이 회장이 이뤄낸 업적에 뭔가 흠집을 내보려는 이념 세력도 엄존했고 그들의 입장을 공공연하게 띄워준 TV 방송은 놀라웠다.

필자는 지난 주말 세 사람과 함께 이동을 하면서 이건희 회장 상속세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더 나눠 보았다.

그들의 면면은 창업세대 기업인, 미국인 법률가, 그리고 대학교수(학장) 등으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었고 그들이 담아낸 에나메론(Enameron-하루 이야기)은 흥미로웠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삼성 제공]


한국 찬사에 인색하다(창업기업가)

성공한 사업가라도 상속 재산 26조원을 남기는 게 어렵지 않으면 왜 세계적인 기록이겠는가.

그것은 전 세계 경쟁 기업가들을 물리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자, 반도체가 일본의 소니나 미국의 인텔에 얼마나 오랜 세월을 짓눌려 왔나.

이건희 회장은 그것을 떨쳐냈다. 그가 쌓은 금자탑에 많은 꽃다발이 놓여진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상속 재산을 정리한 날 공영방송 TV를 보니 왜 세금 12조원, 그림 3조원, 기부금 1조원 등 16조원을 사회에 기여했단 말만 하고 유가족이 가져간 10조원은 말하지 않는지 따지는 해설가를 봤다.

그는 기부금도 1조원보다 많이 냈어야 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삼성이 그림을 모은 의도가 무엇이었겠느냐고 비뚜름하게 말하며 "이재용 부회장 특별사면은 반대"라고 외쳤다.

그 출연자는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승계 구도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작용시켜 국민연금을 동원해 합병에 힘을 보탰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분식으로 대주주가 득을 봤다는 말을 공공연히 공중파 방송에서 늘어놨다.

세상을 음모론적으로 보면 이런 것이다.

이 부분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작년 9월 검찰 수사팀의 증거를 면밀하게 살핀 후 "기소할 수 없으니 수사를 중단하라"고 10대3으로 결정한 일이 있다.

현재 재판 중이니 나중에 판명될 일을 사실인 양 TV 9시뉴스에 나와서 떠들도록 왜 방송국은 그렇게 경영되나.

세계 언론이 조명할 정도의 큰 업적에 대해서는 선선하게 칭찬해 주는 문화가 아쉽다.

그래야 한국에 좋은 일이 자꾸 생긴다.

기업 규모나 주가 등을 감안하면 어쩌면 이건희 회장 상속 재산 26조원, 상속세 12조원의 기록은 깨지지 않을 수가 있다.

그의 기록이 깨져야 한국은 더 좋아지는 것이다.

그림 2만3000여 점 기부는 문화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림을 전국에 이리저리 흩어놓을 게 아니라 용산공원 용지 같은 곳에 이건희뮤지엄을 건립한다면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을 능가할 것이란 아이디어가 있었다.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 프랑스 피카소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록펠러) 등은 기부자의 이름으로 만든 선례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 /사진=매경DB


빌게이츠처럼 생전에 기부하자(미국 법률가)

큰 기업가는 정부보다 세상의 변화를 더 빨리 읽고 더 큰 창조를 이뤄낸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1901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정리해 시카고대학을 세우는 등 기부에 나서 교육에 힘써 세상을 변화시켰다.

자본주의가 존속한 배경에는 카네기에 이어 10년 후 록펠러가 더 큰 부를 시회에 기부하여 약자를 보살핀 데 기여했다.

록펠러는 카네기에 자극받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하는데 오늘날 재산으로 치면 400조원이 넘어 아직도 기부왕 랭킹 1위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세계 대공황이 닥치자 뉴딜정책으로 경제를 살려냈지만 그보다 먼저 록펠러 등이 모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건설로 경기 부양책을 도모해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카네기는 "엄청난 부를 가진 채 세상을 등지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고 갈파했는데 그의 정신은 다시 100년 후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이어받아 세상을 더 좋게 하자고 계승하였다.

이에 자극받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맹세한 게 불과 29세 때의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자 모더나가 화이자와 더불어 mRNA 방식의 백신 개발에 성공하여 인류를 구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중이다.

모더나의 백신 개발 성공의 이면에는 기업가들의 커다란 기부가 있었다. 빌 게이츠와 공동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폴 앨런은 2018년 사망할 때 260억달러(약 28조원)의 재산을 남겨 워싱턴대학 컴퓨터학부 발전에 한몫했다.

한국에서 이건희 회장이 상속 재산 가운데 큰 기부를 시작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다른 타이쿤들도 인생을 마감하기 전 뭔가를 기여하자는 대로 생각을 돌릴 것이다.

물론 동원그룹 창업자인 김재철 회장이 카이스트에 500억원을 쾌척하는 등 선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조 단위의 기부금을 내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이 회장이 컬렉션한 2만3000점의 그림도 그동안 수장고에 가둬놓지 말고 일찍이 뮤지엄을 건립해 국민이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제 한국의 타이쿤들은 생전에 카네기, 록펠러, 게이츠, 저커버그처럼 사회를 바꿔나가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진=매경DB


한국 상속세율 세계 1위 자랑?(서울대 교수)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자들이 12조원을 당장 마련하지 못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낼 거라는 상황에 재계가 "상속세를 깎아 달라"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자들이 "한국의 기업인 상속세는 세율 50%에 대주주 20% 할증을 합쳐 60%로 세계 최고"라고 지적하자 기재부 차관은 "세율을 낮출 생각이 없다"고 즉답했다.

선진국 상속세율을 보면 미국 40%, 영국 40%, 프랑스 45%, 독일 30%, 이탈리아 4% 등이고 OECD 평균은 27.1%다.

OECD 37개국 가운데 15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4개국은 직계 자녀가 상속하면 면제다.

한국의 좌파들의 롤모델이었던 스웨덴은 한때 상속세가 70%였던 것을 최대 기업인 이케아가 해외(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기자 상속세를 폐지했다.

한국이 스웨덴이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는 일도, 검찰 심사위 같은 소동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상속세율은 55%로 한국보다 유일하게 높은 나라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1년을 지나는 동안 일본은 소위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백신 생산 능력이 없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분야도 한국의 상대가 안 되고 비칠거린다.

한국은 쇠락해가는 일본을 흉내 낼 필요는 없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자식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현재의 상속세율로는 3대에 가면 경영권을 뺏긴다는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OECD 15개국은 바보라서 상속세를 0%로 운용하겠는가.

기업인이 아닌 개인 차원으로 가면 미국은 부모 재산이 150억원 이하면 자녀들이 물어낼 상속세가 전액 면제다.

한국은 30억원 초과부터는 50% 세율의 상속세로 국가가 뺏어간다.

재산 규모 50억~150억원의 자산가들이 상속세 때문에 이민 행렬에 가담하는 상황을 한번 체크해보라. '예스이민' 같은 업체에 문의하면 금방 확인이 된다.

좌파 이념에 매몰돼 "세계 1위 상속세 깎아줄 생각 없어"라며 세계 1위 상속세를 자랑할 일은 아니다.

 

필자는 한나절 이상 시간을 함께하며 전문가 3인에게 들은 '미니 데카메론'을 대충 기록했다.(데카메론은 10일 이야기라는 뜻이다)

필자는 3인 얘기를 정리하면서 2021년에 비로소 한국에 기업가에 의한 기부 역사가 시작되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느꼈다.

이건희 회장의 상속 재산 기부금 이전에 김범수 카카오 회장이 전 재산의 절반(발표 당시 5조5000억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었다.

김범수 회장은 빌 게이츠의 기부를 보고 자신도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빌 게이츠는 카네기의 '부의 복음'이라는 에세이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이렇듯 인류의 정신은 한 세기 혹은 그 이상을 두고 미국 한국 등 국경을 뛰어넘어 흐르는 것이다.

벤처기업가가 재벌가보다 먼저 기부를 행동에 옮겨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재벌이 참여함으로써 균형이 맞춰졌다.

재벌-신생기업의 줄탁동시가 된 것이다.

미국 법률가 지적대로 향후 생존 기업가들에 의한 기부 러시가 대한민국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또 하나 이 회장의 상속세를 보면 한국에서 탈세는 꿈도 못 꾸는 시대에의 진입을 보고 있다.

과거 상속세가 1조원이 넘은 경우가 없었고, 꼼수로 세금을 낮춰보려는 시도는 모조리 법률의 심판대에 섰다.

그러므로 세계 1위 상속세율 문제는 진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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