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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팬데믹 맞이하는 美…'옷.차.집'에 돈 쓴다

입력 2021/06/09 09:01
수정 2021/06/10 10:07
[글로벌 머니백-3] 백신 접종으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이전 일상을 회복하며 '포스트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전망이 쏟아진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보복소비'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소비욕구가 어디로 분출될지다.

성인 64%가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완료한 세계 최대 소비시장 미국에서는 옷, 차동차, 주택이 주요 키워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북미 쇼핑정보 앱 플립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구매 계획이 있는 상품을 묻는 질문에 미 성인 응답자 1000명 중 14%가 '자동차'라고 답했다. 이어 옷·신발(10%), 주택(9%)과 가전(9%)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여행'은 8%로 5위였다. 설문은 온라인으로 4월 말 진행됐다.

플립은 "쇼핑객은 온라인에서 매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홈, 가드닝, 의류 부문에서 가장 큰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쇼핑 정보 어플 플립이 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스트 팬데믹 쇼핑 성향'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 응답자가 "지출을 예정하고 있다"고 답한 상위 10개 품목/출처=플립



'보복소비' 자동차 수요 아직 해소되지 않아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는 이미 시장을 달구고 있다.

먼저 자동차 수요가 폭발했다. 지난 4월 미 자동차 계절조정연간판매대수(SAAR)는 1850만대로 2005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SAAR는 월판매량을 1년으로 추산한 수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들은 자연스레 대중교통을 멀리하게 됐고, 동시에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소비가 촉진되면서 차량 구매 수요가 늘었다.

지난달 SAAR는 소폭 낮아져 1700만대로 집계됐지만, 이는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생산이 중단되고 그 여파로 신차 재고가 감소한 탓이 컸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 신차 출고 지연에도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적었다. 오히려 강력한 수요에 거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렸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올해 각각 44%, 70% 올랐다. 자동차 부품 공급사 마그나 인터내셔널(MGA)과 리어 코퍼레이션(LEA) 주가도 각각 44%, 24% 뛰었고, 미 최대 자동차 딜러 체인 오토네이션 주가는 50% 올랐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수요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TD이코노믹스는 "대유행 시작부터 억눌려있던 수요가 아직 완전히 충족되지 않았다"며 "6월 생산 부분 재개로 구매 수요를 조금이나마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BC캐피털의 조지프 스파크 애널리스트는 투자 노트에서 "2023년까지는 차량 재고가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업체들이 팬데믹 전처럼 재고를 오래 쌓아놓으려 하지 않는다. 재고량이 적을수록 판매자가 우위에 선다"고 했다. 스파크는 미 자동차 SAAR 지표가 1700만대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자동차 업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드 최근 2년 주가 추이/출처=야후파이낸스



"13개월 같은 옷 입었다"···캐주얼 브랜드 기록적 매출



미국인들이 집을 떠나 출근 등 본격적인 외부활동에 나서면서 의류 쇼핑도 늘고 있다. 투자자문사 키방크 캐피털 마켓의 에드 유마 상무이사는 "패션 스타일 전환에 적합한 시기가 있다면, 13개월째 같은 옷을 입어온 지금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감지되는 쇼핑 트렌드의 변화는 '캐주얼 브랜드의 강세'다. 미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코로나19 동안 사람들은 요가 바지, 티셔츠에 익숙해졌다"며 사람들이 정장 대신 편안한 캐주얼 의류를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슬레저, 캐주얼 의류, 청바지 업체 등은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일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뛰었다고 발표했다.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AEO)도 올해 1분기 10억3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 2019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각각 89%, 17%에 달한다. 갭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 뛰었다.

의류 지출은 특히 미국의 핵심 소비자층인 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파이프 샌들러가 지난 4월 발표한 '미 10대 쇼핑 성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층 10대 소녀들은 전체 지출의 29%를 의류 구매에 사용한다. 이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보고서는 "과거 대공황에서 벗어났을 때처럼 10대 여성들이 지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조사를 주관한 에린 머피 파이프 샌들러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MZ(밀레니얼·Z)세대가 애용하는 온라인 쇼핑몰 리볼브를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았다.

아메리칸이글 청바지/출처=아메리칸이글 아우피터스



"미국인 72% 이사할 때 집 사겠다"



미국 주택가격은 2006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재택근무 등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쾌적한 공간을 선호하게 됐고, 역사적인 저금리는 구매 심리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를 충족할 신규 주택 공급은 부족해 가격이 치솟는 것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빈집' 매물 비율은 197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주택시장 불균형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의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 규제 완화 없이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주택 공급이 불가할 것"이라고 했다.

공급 부족과 가격 부담 탓에 매수 심리는 잠시 주춤한 상태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 패니 매의 5월 주택시장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지금은 주택 매수 적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10년 조사 시작 이래 매수에 부정적인 의견이 가장 높게 집계됐다.

미 모기지은행협회도 최근 신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가 2주 연속 줄어든 원인으로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꼽았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장기적인 주택 구매 의사는 여전히 강하다. 패니 매 인식조사 응답자들의 72%는 "이사할 경우 임대료를 내는 대신 주택을 매수하겠다"고 답했다.

패니 매의 수석 부사장 더그 덩컨은 "구매 조건이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다음 이동 시 주택을 더 구매할 의향이 있다"며 "모기지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로 쌓인 높은 저축액이 신규 계약 체결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고 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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