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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이재명 기본소득 위험한 승부수

입력 2021/07/27 06:01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승환 기자


[김세형 칼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권을 움켜잡으려 기어이 기본소득 주사위를 던졌다.

7월 18일까지만 해도 청년·아동 등 취약계층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부분 시행으로 물러섰던 그가 22일 돌연 전 국민 지급으로 돌진했다.

만약 이낙연 후보가 돌연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니 다급해서 그랬을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이재명이 대권을 거머쥔다면 그것은 기본소득 덕분일 것이고, 만약 패배한다면 그 또한 포퓰리즘을 걱정한 유권자의 판단 때문일 터이니 기본소득이 패착 1호가 될 것이다.

윤석열·최재형 등 야당 주자들이 즉각 비난하고, 이낙연·정세균 등 여당 경쟁자들도 돈으로 표를 사려는 것이라고 폭죽 터지듯 공격한다.

향후 여당 주자들의 2라운드 토론에서도 박용진 등은 공격 강도를 높일 것이며 만약 이낙연을 무찌르고 최종 후보로 살아남는다면 야권 단일 후보와도 최후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임기 첫해에 전 국민에게 25만원, 청년(19~29세) 700만명에게 100만원 추가 등 약 20조원이 들어간다.

작년 총선 전에 전 가구 재난금 14조3000억원을 살포한 것보다 큰 돈이다.

그 돈을 어디서 장만하느냐를 놓고 국민과 국회가 패를 갈라 싸움을 벌일 것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측은 "올해 예산 558조원 가운데 세출 조정이 가능한 부분은 10조원 수준"이라고 말한다. 지출예산 가운데 100조원은 재정적자(국채 매각) 분이다.

2년 차에 또 줘야 하느냐, 그럼 당선만 되고 입을 씻겠다는 거냐로 온통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3년 차에 50만원으로 올릴 것인가(이 경우 예산 32조원), 4년 차에는 공약한 대로 100만원을 줄 것인지, 아니면 집권 마지막 5년 차에 줄 것인지를 놓고 온 나라가 두 동강이 날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내로남불을 둘러싼 편 가르기는 애들 장난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100만원씩 주려면 예산 59조원은 어디서 나오느냐, 국가부채가 60%를 넘어 70%로 가려 한다고 아우성일 것이다.

조세 감면분 탄소세, 국토보유세로 30조~40조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동수당,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에너지 절감 감면분 중 어떤 세금 깎기를 중단할 것인가.

돈 몇 푼 나눠 주자고 그렇게 훌륭한 명분의 세금 감면을 싹 없애도 되는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5일 광주 서구 치평동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소세는 또 뭔가.

일본의 탄소세는 t당 1달러 수준인데 한국은 100달러를 걷겠다는 건 제조업을 망치자는 건가?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 명단을 이재명은 한 번이나 훑어봤는지 묻고 싶다.

주로 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소인데 탄소세를 올리면 전기료 인상으로 자동 연결된다. 전기료를 올려서 기본소득을 주나, 세금을 올려서 주나 무슨 차이인가.

국토보유세는 현재도 재산세 종부세를 걷는데, 또 땅과 관련된 세금을 신설하겠다는 것인데 스탈린 치하 러시아보다 더하다는 사상 논쟁에 불을 지필 것이다.

이처럼 효과는 없고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개인에게 연 100만원을 줘봤자 월 8만3000원의 용돈도 안 되는 돈이라 소비 진작도, 그로 인한 경제성장도 빵점이다.

한국이 이런 것을 세계적으로 1등으로 도입하는 게 자랑인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세계는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에서 횡행했던 포퓰리즘 귀신이 한국에 들러붙은 것 같다고 흉볼 것이다. 이는 선진국의 자세가 아니다.

여기서 간단한 퀴즈 하나.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똑같이 현금을 개별적으로 나눠주는데 요즘은 돈 걱정 없는 부잣집 애들 숫자가 많다. 가난한 사람은 결혼도 못한다. 그럼 기본소득은 누구에게 가나?

답은 뻔하다.



기본소득 논쟁을 세계적으로 가장 뜨겁게 경험한 나라는 미국이다.

1930년대와 1970년대 두 번을 격렬하게 논쟁하고 요즘은 기본소득에 관해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미국 역사상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한 대통령 후보는 2명이었다.

한 명은 1972년 공화당 닉슨과 맞붙은 민주당 조지 맥거번이다.

그는 모든 남녀, 아동에게 재산에 관계없이 연 1000달러를 주자는 데모그란트(Demogrant)란 공약을 했다.

이는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6%였다.(한국으로 치면 연 600만원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맥거번은 데모그란트를 하면서 다른 복지금액은 전부 여기로 통합한다고 했다.(이재명은 기존 복지는 그대로 두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맥거번의 포퓰리즘을 불안하게 여겨 여론 지지율이 더 떨어지자 선거 막판에 소득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만 주겠다고 했으나 대선 결과는 닉슨의 압승이었다.

또 한 명의 기본소득 공약 후보는 전설적인 포퓰리스트 휴이 롱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모든 인간은 왕이다"며 모든 가구에 5000달러를 주겠다고 허풍을 떨었다. 대공황을 이기기 위해 "우리 부(富)를 나누자"는 캠페인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재선에서 겨뤘는데 선거에 출마하고 얼마 후 암살자의 총에 맞아 죽었다.(지난번 대선 때 중국계 앤드루 양이 1인당 1000달러 기본소득을 제시했으나 조기에 탈락했다.)



그 후 기본소득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물갔다.

그 대신 밀턴 프리드먼의 마이너스 소득세(NIT)가 미국과 유럽에서 대세로 1980년대에 부각됐다.

얼마 전 국내에서 변양호 임종룡 김낙회 등 전직 고위관료 5인이 공저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년'에서 양극화의 해법으로 제시했던 바로 그 이론이다.

프리드먼은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에게 최소 생계비에도 못 미친 부분을 국가가 돈으로 메워주자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프리드먼의 논리는 과연 마법의 구슬이었나. 인간사는 그리 간단치 않다.

미 의회가 마이너스 소득 혜택을 받는 A집단과 기존 제도 집단하에 살아가는 B집단을 비교해보니 A집단에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노동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지휘했던 패트릭 모이니핸은 1978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보장소득에 대해 우리가 가졌던 생각은 틀렸다! 아무래도 이건 재앙을 불러오는 듯하다. 가족해체율을 70% 높이고 노동 공급은 줄이며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영국에서도 1940년대에 버트런드 러셀 등의 기본소득 논리가 개발됐지만 어려운 계층을 돕는 베버리지 플랜이 승리했다. 미국보다 25년 먼저 시끄러운 논쟁을 잠재웠다.



2000년대 들어 4차 산업혁명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나머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쟁은 유럽에서 더 심화됐다.

스위스는 2016년 18세 이상에게 월 2500프랑(약 300만원), 미성년자에게 월 650프랑(약 78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77%라는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미국에서 놀고 먹더라도 사회가 최소 생계를 양하라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82%에 이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7~2018년 2년간 핀란드는 일자리가 있는 청년C, 일자리 없는 청년D 2000명을 섞어 기본소득 75만원을 지급하면서 근로 태도 등을 살폈더니 아무런 특성이 없었다며 실험을 끝냈다.



원래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농·목축업 시대에는 경제적 격차나 일자리 문제도 별로 없었다. 귀족이나 농노 등 신분 차이가 문제였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프랑스대혁명(1789년)을 계기로 황제가 처형되고 평민 인권이 높아지면서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생존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 무렵 토머스 페인, 토머스 스펜서가 나타나 기본소득 개념과 비슷한 논리를 인류에게 교육했다.

자연, 그 가운데 땅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이니 특정 개인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되며, 인간은 땅을 이용한 부가가치만 가져야 하고 국가는 토지 임대를 대가로 렌트를 받아 국민에게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머스 스펜서는 3개월에 한 번씩 영토배당금을 지불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마르크스 공산당선언과 비교할 때 독창성이나 스케일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21세기 기본소득' 저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는 평가한다.

그러나 인간의 소유의 역사는 어떤가. 미국은 영토를 개간하기 위해 유럽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에게 땅을 개간해 다 가지라는 권리를 부여했다.

모든 나라의 농지개혁이 유상분배에 따른 재산권 인정의 역사다.

러시아 중국 북한 정도만 국가 소유로 예외이나 중국도 사실상 개인 소유가 돼버렸다.



이재명의 국토보유세는 조제프 샤를리에의 '토지는 국가의 것'이라는 사회주의 사상과 맥이 닿아 있지 않느냐며 후보 토론회에서 누군가 따질지도 모르겠다.

이재명의 '기본소득' 공약은 천지창조 이후 전 세계적으로도 최강이다.

1972년 조지 맥거번 미국 대선 후보는 기존 복지를 흡수한 것이었고 그나마 막판에 빈곤 계층만을 대상으로 축소했다. 휴이 롱 지사의 공약은 그의 사망으로 바로 없는 것이 돼버렸다.



왜 기본소득을 해야 하나. 소득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불안을 명분으로 삼는다.

1964년 시오볼드 교수가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보장소득'을 주장할 때 "자동화로 인해 인류가 남아돈다"는 명분을 댔고, 시대를 몇 세기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혁명 초기 방직기가 발명되자 영국 여왕이 "일자리가 없어지고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허가를 내주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 아래 반복해서 '땅이 꺼진다'는 소동이 일었으나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탈원전, 공수처, 선거법(연동형 비례대표), 52시간 근로제 같은 공약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고 부지불식간에 도장을 눌렀다.

이제는 공약의 뜻이 무엇인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닫게 됐다.

기본소득 공약이 국정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면 다른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이들일 것이다.

미·중 충돌이 격화되고 2028년께 중국이 GDP 세계 1위로 미국을 제친다고 하니 사활을 건 경제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그 핵심은 기술이다.

기술에서 직장이 나오고 빵이 나오고 국가안보가 나오고 젊은이들의 꿈이 나온다.

그것을 키우기 위해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에 수십, 수백조 원을 퍼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1·2위 국가가 그런 곳에 돈을 우선 투입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북한이라는 숙제를 얹고 사는 한국은 어디에 돈을 우선 투입해야 할까.

무엇보다 한국은 아직 1인당 소득이 3만달러 초반으로 10만달러가 넘는 세계 1등 국가들에 비하면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5만~6만달러 이상으로 갈 때까지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고 후손에게 좋은 국가를 넘겨주는 데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은 윈스턴 처칠이나 알렉시 토크빌이 한 말로 인용되곤 하는데 그들보다 훨씬 무명 인사가 한 명언이다.

우리는 내년 대선에서 "한국 국민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뽑는다.

한국 유권자들이 미국과 영국 유권자들처럼 발로 뻥! 차버릴 것인지, 몇 푼 안 되는 돈 맛에 끌려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험의 계절이다. 그 물음을 투표소까지 가지고 갈 것인지, 그전에 끝내버릴 것인지.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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