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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한국 75년만에 일본 넘어섰다"는 윤호중

입력 2021/09/14 06:01
수정 2021/09/14 12:58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김세형 칼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원내대표 연설에서 "한국이 해방 후 75년 만에 일본을 넘어섰다"는 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 달 전 교통방송에 나오는 김어준이 한국이 일본을 제쳤다는 방송과 일맥상통한다(8월 14일).

대통령선거철이 다가오니까 여당 진영은 '한국의 일본 추월'을 앞으로도 계속 슬로건으로 써먹을 것 같다.

문재인정부가 그런 엄청난 성과를 냈으니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실으려고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가 일본을 넘어선 게 맞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또 문재인정부가 한국을 선진국에 올려놓았다는 주장은 뭔지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윤 원내대표가 '일본 추월' '한국은 선진국'으로 말한 근거가 뭔지 연설문 맥락을 따라가보면 2018년 구매력(PPP)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후 2019년 한일 무역규제 충돌이 극에 달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절치부심했는데 우리가 이겼지 않으냐는 것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2014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위가 됐다.

지금 전 세계가 중국 경제가 세계 1등이라 인정해주나?

작년 말 미국의 GDP는 20.5조달러, 중국은 13.6조달러인데 "중국이 350년 만에 미국을 제쳤다"고 떠들면 사람들은 제정신인지 의심할 것이다.

1인당 GDP는 한국 3만1000달러, 일본 4만달러인데 한국 여당 원내대표가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고 한 국회 연설을 듣고 국제사회는 한국을 어떻게 볼까.

걸핏하면 죽창가를 외치는 조국부류는 환영하겠지만 장차 한일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될까.



이번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윤호중의 자랑은 또 뭔가?

두어 달 전(7월 4일) 운크타드(UNCTAD)가 1964년 설립 이후 최초로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그룹으로 승격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운크타드 발표 후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7월 6일)를 주재하면서 "유엔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합의에 의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자랑했다. 운크타드는 개도국그룹 국제기구이고 선후진국을 판단하는 그런 명망 있는 곳이 전혀 아니다.

운크타드가 한국을 선진국그룹에 올려놓기 전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한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터키, 사이프러스, 로마교황청, 몰타, 산마리노 같은 곳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이 그래 터키만도 못하단 말인가.

운크타드가 그만큼 한심한 기구라는 증거다.

이런 곳에서 낸 자료를 한국의 대통령, 여당 원내대표가 자랑하는 걸 국제사회가 안다면 '자긍심이 부족한 나라'로 비칠 수 있다.

외교부가 수준 낮은 자랑질을 못하게 가이드했어야 한다.



사실을 규정하면 한국은 1996년 김영삼정부 때 OECD 가입으로 외형상 선진국그룹으로 분류됐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DAC·Development Assistant Committee) 15개 회원국에 가입했을 때 국제사회가 알이주는 진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유한 DAC 회원국들은 못사는 나라에 원조금을 주는 나라이다.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하는 자랑스러운 국가로 11년 전에 이미 승격돼 있었던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엔 기존 G7 선진국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미국 주도로 G20그룹을 창설했는데 한국은 당당한 멤버국이 됐다.

이어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최초로 G20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 쾌거를 이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는 2010년이 지금보다 더 높았다는 게 옳은 평가일 것이다.

한국의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처음 돌파한 것은 박근혜정부 마지막 해의 일이었다.

그후 3만4000달러까지 올랐다가 최근 2년연속 까막어 지금은 박근혜 때와 달랑달랑한 수준이다.

이제사 운크타드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고 강조하는 것은 부끄러운 열등감이다.



2010년 11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원내대표가 한국이 일본을 이겼다는 또 하나의 근거로 스위스 IMD가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이 한국은 올해 23위로 일본의 31위보다 앞섰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23위에 오른 해는 2010년이 처음이고 그때 이미 일본은 26위로 우리보다 뒤처졌다.

2010년에 MB가 G20회의를 도쿄를 제치고 서울에서 개최해 국가경쟁력 대(對)일본 추월을 자랑했어도 이상할 게 없었건만 그러지 않았다.

토털 국력이 일본의 3분의 1 수준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대만 8위, 캐나다 15위, 중국 16위 등으로 한국 23위보다 한참 높다.

특히 대만은 1인당 GDP가 오랫동안 2만달러 초반에 머물다 요새 파운드리 메모리에서 TSMC가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등 무섭게 치고 올라와 2025년 한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장차 대만이 한국을 넘어서면 문재인정부의 대기업 옥죄기, 탈원전, 부동산정책 실패, 국민 편가르기로 국론분열, 민노총 등 노조우대 등의 통치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특기할 것은 문재인정부의 '정부부문 경쟁력'은 작년 27위에서 올해 34위로 추락했고 국가부채증가율 속도는 3위로 부상했다.



이 글의 주제인 한국 경제와 일본 경제의 실력차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자.

가장 중요한 척도인 GDP총량은 한국 1조6200억달러(세계 12위), 일본 4조9700억달러(세계 3위) 이다. 정확히 1대3이다.

경제력을 따질 때 외환보유액, 기술력, 대기업 숫자 같은 것을 많이 본다.

외환보유액은 한국 4024억달러, 일본 1조2593억달러다. 국가채권은 한국이 1000억달러, 일본은 순채권액 약 3조달러로 27년째 세계 1위다. 일본은 쌓아놓은 게 많아 알토란 부자다. 포천 500대 기업 숫자는 일본 53개, 한국 14개이다.



한일 간 압도적인 차이는 노벨상 수상자 분야다. 일본은 총 28명의 수상자를 보유해 세계 6위이고 과학 분야 노벨상만 24명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커츠상은 미국인이 8명으로 가장 많은데 일본이 7명으로 2위다.

국가 호감도 조사에서 일본은 세계 2위, 국제적 영향력은 7위, 한국은 13위에 선정됐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란 말이 있듯 정글 같은 국제사회에서 국력이 곧 국민의 자긍심의 척도이다.

어느 국가든 한 눈금이라도 더 올라가고 싶어 발버둥친다.

역사적으로 식민지배국을 넘어선 국가는 영국의 지배를 받은 미국과 제국주의 시절 일본 영국 독일 등에 의해 찢긴 중국 정도일 것이다.

지배를 당한 국가의 영혼에는 되갚아 주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뻗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올해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10년 마일검(磨一劍)의 각오로 과학기술을 연마하자"고 별렀다.

아편전쟁 이후 당한 서방 제국들에 대한 한(恨) 서린 비수 같아 뜨끔하다.

임진왜란, 일제 35년간을 당한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심정도 같을 터이며 문 대통령도 틈만 나면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각종 정책을 보면 한국이 후퇴하기 딱 좋은 일만 골라서 한다.

일본 게이단렌은 일본의 1인당 GDP가 2030년께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며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2050년께 선진국 대열에서도 탈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최근 30년간 한일 간 경제·경쟁력이 얼마나 좁혀졌는지를 산출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1인당 구매력 기준 GDP, 국가신용등급, 제조업 경쟁력 등 몇 군데서는 한국이 일본을 제친 것으로 돼 있는데 이를 보고 김어준이 얼른 방송하고 윤호중이 국회 연설에서까지 인용한 것 같다.

확실히 지난 30년 동안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일본과의 간격을 많이 좁혔다.

GDP총량, 과학기술, 큰 기업 등등의 면에서 일본이 아직은 한국을 3배가량 앞서긴 한데 30년 전엔 대략 10배 차이였던 데 비하면 따라잡을 희망이 생겼다.

일본의 GDP는 3조달러에서 5조달러로 두 배도 늘지 못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11.3배나 급증했다. 한국은 휴대폰,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고 삼성전자는 일본 전자업체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나다.



일본은 세계 무대에서 쇠퇴 조짐이 역력하다. 일본 모델은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이랄 수 없고 우리의 시선은 이젠 일본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권이 싸워만 대는 사이에 한국도 쇠퇴 조짐이 역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2117년 총인구는 1500만명도 못 될 것이란 통계청 계산이 있었고 아마 2300년이 되면 100만명도 안 남을 것이다.

살기 좋은 나라라는 비전을 청년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0.8명 이하로 일본의 1.4명보다 훨씬 낮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지 않아 한일합방이 또 될지 모르겠다.

자칫 일본을 따라잡기 전에 대만에 따라 먹혔다는 현실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는 말은 제비 한 마리 보고 봄이 왔다고 떠드는 격이며 제 코가 석 자라는 것도 모르는 청맹과니다.

아무리 대통령선거철에 써먹을 게 없다고 여당 원내대표가 일본 추월론을 언급한 것은 아재개그 아니면 망언이나 가짜뉴스 그 어디쯤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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