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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과거 경찰의 정치 개입 오욕의 역사…이제 신뢰와 사랑의 대상"[대통령의 연설]

입력 2021/11/20 09:01
수정 2021/11/25 10:58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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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잠시 미뤄뒀던 역대 대통령의 경찰의날 기념식 축사를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를 다룬 지난 회차(바로가기)에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축사부터 시작하려는데요.

지난 회차에 언급된 대통령들이 반공정신·범죄소탕 등에 중점을 뒀던 반면 이번 회차에서 다룰 문민정부 이후의 연설 기록은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경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과거 권위적이었던 경찰의 모습에서 탈피해 달란 요구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기 때문이죠.



◆김영삼 "경찰은 국민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전까지 대통령들과 달리 경찰의날 기념식 축사마다 제목을 붙인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제목들에서부터 과거 군사정권 시절과 달리 친근한 경찰이 돼달라는 요구가 잘 전달됩니다. 취임 첫해 축사의 제목은 '경찰은 국민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였으며, 이듬해에는 '민주의 경찰, 국민의 경찰'이란 축사를 발표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4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그는 취임 첫해(1993년 제48주년 경찰의날) 연설에서 "문민 시대의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의 경찰"이라며 "새로운 자세와 각오로 변화와 개혁을 전 국민의 생활 구석구석에까지 파급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1997년 연설문에는 임기 동안 경찰력 강화 성과를 소개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공무원 증원은 가급적 동결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경찰인력만은 3400여 명을 늘렸다"며 "그동안 경찰 관련 예산이 50% 이상 늘어난 것만 보아도 치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경찰의 정치 개입 오욕의 역사…이제 신뢰와 사랑의 대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군사정권 시절 경찰에 대한 반감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2000년도 제55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연설이 대표적인데요.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축사에서 3·15 부정선거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경찰의 정치 개입이라는 오욕의 역사의 연속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경찰은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경찰의 인권침해가 상례화되었던 시대도 있었다"고 지적했는데요.

다만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의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는 "(지금의 경찰은) 일체의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손을 떼고 엄정 중립을 지키고 있다. 자유로운 선거 분위기를 경찰이 솔선해서 보장해주고 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정할 것"이라며 "이제 경찰은 국민의 인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고, 경찰의 최고 사명을 국민의 인권 수호에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1999년 경찰의날 기념오찬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경찰의날 연설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요. 9·11 테러가 있던 2001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는 "지금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반테러 전쟁이 지금 이 시각에도 진행되고 있고, 제2, 제3의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월드컵·아시안게임을 모두 치렀던 2002년에는 "월드컵대회와 부산아시안게임에서의 노고와 공헌은 길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와 물샐틈없는 대응으로 단 한 건의 테러나 사고도 없었다. 모범적인 경비와 친절한 안내는 우리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한층 드높였다"고 했습니다.



◆권력기간 개편의 서막 나타난 노무현 연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오늘날에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수사기관 개혁 이슈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바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관련 내용인데요.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연설문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자율과 분권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국민 편익을 고려해서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합니다. 이어 그는 "내년부터 시범실시될 '주민생활 중심의 자치경찰제'도 시민이 참여하고 통제하는 생활경찰이 되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는 것처럼 이런 개혁 이슈들은 관철되지 못하고 문재인정부에 들어와서도 치열한 논쟁을 거쳤죠. 노 전 대통령의 임기말인 2007년 연설문에서는 "자치경찰제는 2005년 11월, 정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2년이 다 되도록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방분권특별법에 국가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자치경찰제가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 역시 아직 미결로 남아 있다. 공약했던 수준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안을 마련해서까지 중재하려고 했으나 여러분의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2005년 경찰의날 기념식


2005년 기념식은 폭우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준비한 7분 분량의 연설문 대신 짧은 연설로 대체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요. 통상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했던 기념식을 이례적으로 야외에서 진행했는데 하필 기상 사정이 안 좋았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공직사회 다그친 이명박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 전반의 문화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2008년 경찰의날 기념식 연설에서도 "성과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바라는 기대와 요구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고삐를 죄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과학수사를 강조했던 부분이 눈에 띕니다. 취임 후 첫 연설인 2013년에도 "과학수사기법을 비롯한 선진 치안 인프라를 수출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성공적인 평화유지활동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해왔다"고 했으며 마지막 연설이었던 2016년 축사도 "올해 6월부터 전 경찰서에 설치한 범죄예방진단팀(CPO)과 도시시설 설계 단계부터 범죄예방 환경을 조성하는 셉테드(CPTED) 사업을 토대로, 주민들과 함께하는 촘촘한 '공동체 치안'도 구축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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