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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보다 40배 빠른 너와 함께 할게"…한국, 최고난도 우주기술 '랑데부' 얻을까 [사이언스라운지]

입력 2022/03/19 06:01
[사이언스라운지] 짝을 지어 같은 속도로 외롭고 고요한 우주공간을 동반 비행하는 우주 물체.

우주 속에서 두 비행물체가 같은 속도로 비행하는 과정은 남녀 간의 밀회라는 뜻을 가진 '랑데부'라는 단어같이 신비롭고 아름다울 것 같지만, 랑데부는 가장 고난도 우주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스텔라' 등 우주 영화에서 등장하는 우주선 간의 도킹 과정을 위해서는 먼저 우주공간에서 같은 속도로 비행하는 랑데부 과정이 필요하지만, 아직 한국은 랑데부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의 과학자들이 랑데부 기술 확보를 위한 걸음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7년 후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를 국내 개발 탐사선으로 관측하기 위해서다.

아포피스와 탐사선<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랑데부는 우주공간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탐사선과 소행성과 같은 우주비행체가 가까이 접근해 같은 속도로 함께 비행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속도로 비행을 하기 때문에 탐사선에서 보는 소행성의 속도, 즉 상대속도는 '0'이 된다.

우주공간에서 멀리 있는 물체에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탐사선 스스로 계산하거나 사람이 제어해야만 한다.

또한 우주공간에서의 밀회는 지구에서 두 남녀, 혹은 두 물체가 만나 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일례로 옆 차선을 빠르게 달리고 있는 자동차와 속도를 맞춰 같이 달리기 위해서는 속력을 높여 이 자동차를 따라잡은 뒤, 같은 속도로 맞추면 그만이다.

올해 발사하는 KPLO 같은 궤도선은 달 궤도에 투입하면 중력이 지구 1/6인 달에 붙잡혀 공전하게 된다. 하지만, 아포피스는 중력이 지구의 수백만 분의 1에 불과해 자동차 두 대가 나란히 달리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우주에서의 속도는 도로 위의 속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소행성 아포피스의 속도는 초속 30㎞대로, 총알의 40배에 달한다. 각자의 궤도에서 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날고 있는 두 우주비행체가 짝을 지어 같은 속도로 같은 간격을 유지하며 같은 궤도를 돌기 위해서는 정밀한 조종기술과 계산이 필요하다. 조금의 오차가 생기면 탐사선이 파괴되거나, 궤도 이탈로 탐사를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아포피스 동행비행임무<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은 2029년 동행 비행(랑데부·궤도를 수평으로 함께 도는 것) 방식으로 아포피스 소행성을 직접 탐사하는 것을 목표로 탐사 임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2024∼2030년으로, 1단계인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은 아포피스 탐사선 시스템과 아포피스 탐사용 발사체 개발, 탐사선 발사를 추진한다.

2단계로 2028년부터 2030년까지 3년간은 아포피스 탐사선의 심우주(지구 중력이나 자기장 영향이 미치지 않는 우주공간) 항행 운영제어 및 아포피스 관측 업무를 하게 된다. 아포피스 같은 큰 천체가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일은 매우 드문 일로, 인류가 소행성을 가장 처음 발견한 1801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통계상 이런 일은 수천년에서 2만년에 한 번 발생할 만큼 희귀하다. 한국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린 셈이다.

아포피스 동행비행 임무<동행비행 운영 개념>


정부는 연구개발비 3873억원을 투입해 아포피스 탐사에 필요한 탐사선 본체와 탑재체, 4단 고체킥모터를 개발해 독자 발사하게 된다. 이를 통해 랑데부, 심우주 항행, 심우주 통신기술을 확보하고 2029년 아포피스 지구 최근접 전후 변화를 규명할 방침이다.

문홍규 천문연 박사는 "특히 랑데부가 아포피스 탐사 임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며 "랑데부를 할 수 있어야 도킹이 가능하고 그래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본경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랑데부는 우주쓰레기 처리에 핵심인 산업기술인 동시에 안보에도 쓰인다고 말했다. 문 박사는 "랑데부 기술과, 표적을 찾고 이를 향해 날아가는 유도·항법·관제는 과학탐사뿐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쓰인다"고 덧붙였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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