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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청소하면 큰일나요…미세먼지보다 더 독한 실내오염 주의보 [사이언스라운지]

입력 2022/04/02 06:01
수정 2022/04/03 09:48
실내 청소후 발생하는 실내오염
대도시 공기 오염과 비슷한 수준

청소에 사용되는 세제 특정 성분
공기 중 떠다니는 오염물질 변해

방향제 세제에 사용되는 리모넨도
공기 중 떠다니는 분진으로 바뀌어
폐 속에서 천식 유발할 수있어 조심


[사이언스라운지] 실내 청소 후 발생하는 부유물질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이 대도시의 공기 오염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청소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아파트 청소 노동자나 건물 관리인의 경우 이러한 실내 오염 미세입자 노출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브랜든 부어 미국 퍼듀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바닥 청소와 가구 청소 등에 사용되는 세제의 특정 성분이 공기 중의 물질과 반응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로 변하고, 이 물질이 호흡기로 들어가 실내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연구진이 주목한 물질은 '리모넨'이다. 리모넨은 테르펜류의 물질로 레몬과 오렌지 등 시트러스 계열에서 추출되는 천연 성분이다. 상큼한 향을 내 화장품과 향수, 향신료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그뿐만 아니라 기름기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세척 기능도 가지고 있어 세제에도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리모넨 분자는 도심의 스모그 속 오존(O3)과 쉽게 반응한다. 오존이 건물에 유입될 경우 리모넨이 오존과 반응해 과산화수소, 알코올 등의 분자로 전환되고 이들이 뭉치면 공기를 떠다니는 미세입자인 부유분진이 된다. 이 부유분진은 호흡기를 통해 폐 속으로 침투해 세포를 자극한다. 고농도에서 오래 노출된 사람은 천식과 같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취약층의 경우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에 걸릴 수도 있다.

리모넨 화학식




이전에도 실내 청소 과정에서 세제가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지만 구체성이 떨어졌다. 이번 연구의 경우 마룻바닥 청소를 하는 동안 공기 중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분 단위로 측정했다. 연구팀은 실험도구를 50㎥의 공간에 뒀다. 또한 매일 아침 테르펜이 함유된 세제를 이용해 마룻바닥을 12~13분 동안 닦았다. 청소를 마무리한 직후부터 90분간 반응을 일으키는 분자와 입자들을 측정했다.

데이터를 수집한 연구팀들은 표준 컴퓨터 모델을 통해 실내에서 청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나노입자를 흡입하는지에 대해 계산했다. 이를 통해 평균적인 사람들이 1분당 최소 10억개에서 100억개의 나노입자를 흡입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대도시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시간대에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미세먼지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한 화학변화가 일어날 때 분해되지 않고 다른 분자로 이동하는 원자를 뜻하는 '라디칼'을 측정했다. 라디칼은 반응성이 매우 높은 원자로, 실내에서도 리모넨과 같은 테르펜류 물질과 오존 간의 반응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내 청소 시 잦은 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 오염을 줄일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에도 연구진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환기가 관련 입자를 제거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또한 입자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외에서 더 많은 오존을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라고 밝혔다.

실내 공기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오존 수준이 낮은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 리모넨 등의 테르펜이 함유된 제품 사용을 배제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활성탄 필터가 적용된 공기청정기 역시 오존 수준을 낮출 수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브랜든 부어 미국 퍼듀대 교수는 "휴대용 공기필터를 사용해도 실내 입자 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 직후에는 가급적 청소한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청소 후 수시간이 지나면 미세입자가 서로 뭉쳐 큰 입자가 되고 바닥으로 가라앉는데, 부유분진이 아닌 입자들은 인체에 무해하다.

부어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실내 대기 질과 관련해 건물 설계와 운영, 건물 내부의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관심과 규제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실내 환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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