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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스마트폰, 소니가 전기차 만드는 이유는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입력 2022/04/09 06:01
수정 2022/04/09 06:40
테슬라가 스마트폰 만들고
구글·소니가 전기車 생산
스마트카 시대 영역 파괴
빅테크 생태계 선점 경쟁
[더테크웨이브]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바꾸는 핵심 플랫폼 디바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 스마트폰이 등장과 함께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전기차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는 이동수단으로서의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첨단 전자제품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관련 산업 지형도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피처폰 시대 절대강자였던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무너졌던 것처럼 전기차가 100%에 가깝게 보급되는 시대에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전자 업계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자동차와 전자 간 제품 경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큽니다. 테슬라가 스마트폰을 만들고, 삼성·소니가 전자제품에 가까운 자동차를 만드는 식입니다. 전기차와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새로운 생태계에서는 수많은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것입니다. 본격적인 '스마트카' 생태계가 열리는 것이죠. 스마트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저마다의 운영체제(OS)를 만들고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자 할 것입니다.

소문만 무성한 테슬라 모델 파이

작년 말부터 테슬라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루머가 나왔는데요. 테슬라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다면 자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 테크 전문지와 외신 등은 테슬라가 '테슬라 모델 파이(Tesla Model Pi)'라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파이폰은 일론 머스크가 추진 중인 우주 프로젝트의 '스타링크' 기술이 적용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통화가 끊기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현재로서는 테슬라가 진짜 스마트폰 개발과 함께 양산을 추진 중인지에 대해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전망과 예측만 나오고 있지요. 관련 업계와 기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 테크 매체에선 "제품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우리는 곧 테슬라의 스마트폰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죠. 디자인 스튜디오 ADR는 파이폰과 관련한 렌더링 이미지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테슬라가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고 하더라도 실제 제품 양산과 판매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테슬라가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로는 테슬라와의 연동성과 그에 따른 '스마트카 생태계' 선점이 꼽힙니다. 테슬라 스마트폰이 나온다면 테슬라의 자동차와는 상당한 연동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키와 원격 작동 기술 등으로 디테일한 원격제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거의 한 몸처럼 작동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을 조금 가미하자면 테슬라 스마트폰에는 차량용 OS와 통합한 자체 OS가 탑재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완전히 연동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여는 것이지요.

테슬라는 이미 테슬라에서 즐길 수 있는 전용 게임 '폴리토피아'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를 공개하면서 "자동차가 자율주행을 할 때 엔터테인먼트는 상당히 중요해질 것(Entertainment will be critical when cars drive themselves)"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폴리토피아는 설치부터 업데이트는 모두 와이파이로 진행되고 다른 테슬라 운전자와 대결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게임과 유사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게임이 구글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운영체제(OS)가 아니라 '테슬라 소프트웨어'라는 자체 통합 운영체제에서 구동된다는 점입니다.

디자인스튜디오ADR이 제작한 테슬라 파이폰 렌더링 이미지. <사진출처=ADR홈페이지>


소니 "차의 가치 '이동→엔터테인먼트'로 변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의 가장 큰 뉴스는 단연 소니의 전기차 시장 진출 선언이었습니다. 요시다 겐이치 소니 회장은 전기차 사업을 담당하게 될 '소니 모빌리티'를 올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차의 가치를 '이동'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바꾼다"고 말했습니다. 소니는 전자·게임뿐 아니라 소니뮤직·픽처스 등 음악·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요시다 회장이 전기차와 관련해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사업구조와 노하우를 살리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소니는 혼다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2025년에 제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사실 소니는 엔터테인먼트와 차량용 이미지센서 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완성차 경험이 없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죠. 이를 감안해 대형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손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전자·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소니의 경쟁력에 혼다의 개발·제조 기술력과 판매망이 더해진다면 수준 높은 스마트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올해 1월 열린 'CES 2022'에서 전기자동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 소니의 컨셉트카. <사진=매일경제DB>


스마트카 사업 진출 나선 빅테크

다른 빅테크들도 조용히 스마트카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애플은 완전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최근 애플은 자동차 OEM들과 자율주행차 관련 협력 의사를 타진하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6월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ZOOX를 통해 자사의 첫 자율주행 택시를 지난해 말에 공개했지요. 마이크로소프트는 GM의 자율주행 계열사인 크루즈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빅테크 3사(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자동차 OEM과 전기차·자율주행차 관련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차량 사업 확대에 나섰습니다. 삼성벤처투자를 앞세워 스마트카 관련 기업에도 폭넓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생태계 경쟁 본격화

스마트카 시대엔 자동차의 차별화 포인트가 마력, 토크 등 기계적 성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스마트카의 차별화 포인트는 자체 소프트웨어(OS)를 비롯해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O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완성차 기업들은 주요 부품들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통합형 운영체제'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OS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완성차 업계에서도 소프트웨어 주도권 경쟁이 벌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자동차 운영체제 시장은 2019년 45억달러(약 4조9000억원)에서 2026년 120억달러(약 1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도요타는 통합형 OS 개발 환경인 '아레네(아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도 통합형 OS인 'VW.OS'를 개발하기 위해 그룹 소프트웨어 조직을 합쳤고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내재화율을 60% 이상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BMW는 CES 2021에서 차세대 전기차 'iX'에 탑재되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iDrive'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최근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개발해 제네시스에 도입습니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전자제품에 가까울 것입니다. 다양한 가격대와 성능의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1인 1차(車)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카 등장과 함께 가전 업계와 자동차 업계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는 흐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최근 3~4년간 스마트카 신차 공개를 디트로이트모터쇼가 아닌 가전쇼인 CES에서 하고 있죠.

스마트카가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을 뛰어넘는 새로운 플랫폼 디바이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아 보입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애플과 구글이 독점했듯, 스마트카 생태계를 독점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황순민 기자]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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