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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현생인류가 됐나…우리는 기후에 적응해 끝까지 살아남은 인류 [사이언스라운지]

입력 2022/04/16 06:01
수정 2022/04/16 06:31

<출처=IBS 제공>


[사이언스라운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이 200만년의 지구 기후를 시뮬레이션해 기후가 '인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또 이 과정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이 기후에 대한 강한 적응력이라는 게 밝혀졌다.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은 신생대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하이델베르크인(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이라는 것도 재확인됐다.

기후모델링·인류학·생태학 전문가로 구성된 IBS와 독일·스위스 공동 연구진은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등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활용해 과거 200만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 자료를 만들었다. 이 자료는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이다. 이를 활용해 공동 연구진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기후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연구 분석에는 IBS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가 활용됐다. 기후와 인류의 진화를 연관 짓기 위해서는 어떤 인류종이 언제, 어디서 살았는지와 이들이 어떤 기후 조건을 경험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연구팀은 화석과 고고학적 표본 조사를 통해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3200개 지점에 200만년 동안 누가 거주하고 있었는지를 파악했다.

또한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활용해 지구 궤도 구성 변화, 대기 중의 온실가스, 북반구 대륙 빙하 발달과 쇠퇴 등의 정보를 활용한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구성했다. 이후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시 온도와 강수량 등을 추정했다.

기후자료와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를 모두 결합해 연구팀은 현대 인류가 속한 사람족, 즉 호미닌의 5가지 인류종(호모 사피엔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스테르·호모 하빌리스)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하고 호미닌 인류종의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또 연구팀은 호미닌 종끼리 서로 접촉해 같은 서식지 내에서 혼재할 수 있는지를 조사해 5가지 호미닌 집단의 족보를 도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 거주하던 하이델베르크인에서 유래했음을 추정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이자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악셀 팀머만 교수는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호모 키비시로부터 유래된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약 23만년 전의 것"이라며 "또한 26만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또 다른 두개골은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고, 브로큰 힐(Broken Hill) 두개골은 30만년 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 명확하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에 존재하는 다른 호미닌의 서식지가 겹치면 과거의 종이 현재의 종으로 계승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팀머만 교수는 "따라서 우리는 30만년에서 20만년 전에 남아프리카에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종으로 변화 또는 종이 분화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약 40만년 전 유럽에 거주하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점차적으로 진화해 나타난 종이다. 즉 하이델베르크인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해 후기 인류종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고대 인류의 혈통인 셈이다.

주요 빙하기가 시작된 시기에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약 68만년 전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뉘었다. 유라시아로 나뉜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이후 네안데르탈인이 됐고, 남아프리카로 나뉜 하이델베르겐시스 종은 추후 약 30만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됐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안팎으로 계속 이주하며 다양화됐다. 약 10만년에서 5만5000년 전 아프리카 밖으로 흩어진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또 다른 인류들과 교배를 했고, 현존하는 인류 중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러한 유전적인 유산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식량 자원의 변화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했는지도 조사했다. 약 200만~100만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해 좁은 영역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80만년 전 빙하기가 더 길고 추워지는 기후변화가 생겼다. 이로 인해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종은 다양한 식량자원에 적응해야만 했고 결국 그들이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한 원인이 됐다. 유라시아로 이동하기 위해 이들은 매우 건조하고 추운 지역을 포함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이 과정에서 뇌의 크기가 커졌고 더 정교한 석기와 불을 통제하는 능력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게 됐다.

네안데르탈인은 뇌의 크기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컸지만 특정 서식지에서만 적응한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이 과정에서 우월한 적응 능력과 사회적 능력을 발휘해 더 혹독한 기후 조건에서도 살아남았고 결국 현생 인류가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팀머만 교수는 "이 연구는 과거의 진화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이 연구를 통해 기후 모델의 정확성을 파악했기 때문에 우리가 100년 뒤 미래의 기후를 예측할 경우에도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며 "슈퍼컴퓨터 알레프에 따르면 100년 후 5도 이상 기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지금 당장 이산화탄소를 감축하지 않으면 현 인류는 과거의 인류들이 그랬듯 집단 이주를 해야하는 난민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4월 14일 게재됐다.

[이새봄 기자]

<사진 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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