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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낙태여행 4000달러 주는 아마존 [위클리기사단]

입력 2022/05/07 07:01
수정 2022/05/09 11:19
노조 설립 움직임에 맞서 당근책 제시한 듯
퇴직·이직 늘어나는 `대퇴사시대`의 풍경
미 고용시장 여전히 구직자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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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물류 센터 /사진=AFP연합


[위클리기사단] 낙태권에 대한 논쟁이 미국 사회의 국론 분열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 대법원의 결정문 내용이 사전에 공개되며 낙태 금지를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직원 복지 차원에서 낙태 여행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합니다. 낙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지자 직원들에게 최대 4000달러까지 낙태 여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법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단호하게 내놓는 미국 기업 문화가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언의 배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마존은 사실 낙태뿐만 아니라 심장 관련 질환, 세포 유전자 치료, 약물 관련 치료 등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지원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직원 복지 정책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에는 아직 노조가 없습니다. 최근 노조 설립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인 아마존은 430만달러를 들여 노조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하루 20차례나 직원들을 회의에 소집하는 '꼼수'까지 동원할 정도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노조 설립 자체는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만 노조가 사업장에서 단체교섭을 하려면, 해당 사업장 전체 노동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내야 합니다.

노조를 설립하라는 정치적 공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과 함께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나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아마존의 무노조 경영을 흔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직원 복지를 먼저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낙태 여행 지원도 노조 설립 반대에 대한 일종의 당근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 의료보험, 유급 출산휴가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과도한 직원 통제·감시, 잦은 해고, 열악한 노동 여건 등으로 도마에 오른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아마존의 노조 설립은 코로나19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30대 청년 노동자들이 사측에 코로나19 방역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아마존 노조 설립의 출발이 됐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에서 시각을 외부로 확대해보면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자발적 퇴사 바람을 일컫는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라는 신조어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직원에게 아무리 복지를 제공한다 해도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4740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매월 400만명이 일을 그만두고 있고 자발적 퇴사가 많아지면서 사업주의 노동자 해고 건수는 지난해 12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반대 급부도 발생했습니다.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전 세계 직장인 중 41%가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용 환경에서 아마존을 포함한 무노조 경영을 내세운 회사들은 최근 하나둘씩 손을 들고 있습니다. 애플도 최근 애플스토어 직원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동자 우위 환경은 엔데믹에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만9000건 감소한 138만건으로, 1970년 1월 17일 이후 최저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직도 미국 고용시장이 구직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치보다 많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20만건이었습니다. 직전주보다 1만9000건 늘어난 수치인데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증가폭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록인 22만5000건에 못 미치만 경기 침체 등으로 해고가 다소 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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