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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 위기설에도...위안화는 '절대' 기축통화가 못되는 이유

입력 2022/05/07 06:01
수정 2022/05/07 07:05
[한중일 톺아보기-88]

미연준의 기준금리 대폭인상 여파로 6일 달러당 원화값이 전일대비 6.4원 하락한 1272.7원에 마감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지난 5일 103.80를 찍으며 20여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가시권에 둔 상태입니다. 연초 이후 일련의 상황은 세계가 실질적으로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미국의 금융제재가 기축통화 달러의 위상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SWIFT 거래망에서 배제한 데 이어 해외에 예치해둔 달러 자산도 동결했습니다.

그동안 달러화를 기축으로 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은 정치 분쟁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둔 채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격을 유지해온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므로 미국과 꼭 이해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모든 나라가 결제나 자산운용에 있어 달러에 의존해왔죠. 그런데 분쟁 해결을 위해 달러를 무기화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서 좋든 싫든 리스크 회피를 위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조보라]


사실 달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0년 새 71%에서 59%로 눈에 띄게 감소해왔습니다. IMF는 지난달 '달러 우위의 은밀한 잠식'이라는 보고서에서 달러 비중 하락분의 일부가 중국 위안화와 기타 통화들로 옮겨갔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지난 2019년 베이징을 찾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와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수출 원유에 대해 위안화 결제 허용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으로 달러의 아성에 도전하는 위안화라는 구도가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다 싶었는지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향후 위안화가 주요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해 기축통화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바람과 달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中위안화는 왜 기축통화가 될 수 없을까

[그래픽=유제민]


위안화가 국제거래에서 기축통화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다음 조건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기본적으로 위안화는 국가 간 무역·자본거래에 널리 이용되는 결제통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현재 무역 또는 자본거래를 위한 결제를 할 때 대부분의 국가들이 위안화보다 달러 또는 유로를 선호한다는 건 자명합니다. 현재 미국과 극단적으로 대립 중인 러시아조차 석유 등 에너지 수출대금으로 달러나 유로 대신 위안화를 내민다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둘째, 위안화는 통화의 '가치기준'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달러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달러화는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의 가격을 매기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고 대부분의 정부들이 통화안정 정책을 펼 때 참조하는 통화입니다. 하지만 위안화는 여기 해당되지 않습니다.

셋째, 통화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입니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외화준비금으로서 안심하고 보유·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위험도가 낮은 안전자산으로서 유사시 신속하고 낮은 비용으로 현금화가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안화는 이 조건 역시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조건은 달러가 기축통화인 배경인 동시에, 위안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이나 국제송금·결제 시 통화 비중을 보면 그나마 유로화가 대체재 위치에 있어 보이는 정도일 뿐, 위안화는 경쟁 상대라고 언급하기조차 어려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의적 통제·개입서 오는 폐쇄성과 불확실성의 한계

[그래픽=조보라]


무엇보다 큰 원인은 중국 당국의 정책에 따른 한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한 지 40년이 훌쩍 넘게 지났다고 해도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자본유출 우려로 결코 자본이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부동산은 완전한 소유가 불가능하고 당국의 자의에 의한 규제 등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 보니 중국의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조차 투자 여력이 생기면 해외로 자산을 옮겨 보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난해 헝다 사태가 단적인 예로, 이후 중국 자본·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인 기업채무와 그 배경에 있는 부동산 리스크를 공산당이 과연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금융시장 역시 해외에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을 곧 따라잡을 기세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시장 발전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제기준에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프라가 아닌 경제활동과 금융거래에 있어 당국이 자의적으로 규제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시장 논리에 따른 자유로운 거래와 법의 지배라는 원칙이 잡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정보 공개 등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중국의 정책상 그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공동 부유론' 을 내세우며 최근 시진핑 정부가 보이고 있는 행보는 덩샤오핑 시대 '선부론'에서 시작된 시장주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위안화로 돌파구 노리는 中…달러도 혁신 없이 미래 보장 없어

새로 발행된 위안화를 들고 있는 중국 은행원. [사진=신화통신]


달러와의 갭이 너무 크다 보니 중국은 2014년 부터 세계에서 처음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추진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폐는 별도 결제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체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죠. 올해 베이징올림픽 선수촌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운용했던 중국은 이달 6개 주요 도시로 시범지역을 확대하며 상용화를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습니다. 기축통화국은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 확대에 필요한 유동성을 끊임없이 공급해야만 하고, 이로인한 경상수지 적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곧 중국이 기존에 해오던 금융시장 통제를 포기하고 대규모 무역적자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여태까지 중국의 행보를 보면 그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 통제와 환율 개입이 계속되는 한 위안화가 달러처럼 국제화 되기는 어려우며, 디지털 화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달러 패권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달러 패권이 영원히 지속될 순 없을 겁니다. 역사는 영원한 패권국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석학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디지털 혁명과 함께 화폐의 국가적 시대는 저물고 있으며 만약 달러의 위상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달러의 혁신 부족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화폐와 지불 시스템을 현대화하되, 혁신은 정부의 권한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인류가 반세기 동안 얻은 교훈은 "전체주의자들에게 이기는 최선책은 그들을 모방하는 게 아닌 그들을 능가하는 혁신을 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자유주의 국가들이 한번 되새겨 봐야할 대목입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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