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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학업 다 할 순 있어요, 몹시 힘들지만 [초보엄마 잡학사전]

입력 2022/05/21 06:01
수정 2022/05/21 06:04

아이를 낳은 뒤 공부를 시작하려면 육아 동반자인 남편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164]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종종 "아이 낳고 대학원에 다니려고 하는데 다닐 만한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온다. 그러면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 다니고 있는 사람, 시도했으나 휴학 중인 사람 등의 댓글이 올라온다. 목표가 뚜렷하면 도전해볼 만하지만 결코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조언이 주를 이룬다.

내 경우 "자녀가 한 명이면 도전해보고, 자녀가 두 명이거나 두 자녀를 계획 중이라면 고민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녀가 한 명이고 주변에 조력자가 있는 휴직 상태라면 어느 정도 밤샘 공부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지만, 아이가 둘이 되면 휴직 중이든 아니든 물리적으로 공부하고 논문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면 논문 때문이 아닌가 자책하게 되니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

나는 첫째를 출산한 직후 시작한 공부를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겨우 마쳤다. 호기롭게 시작한 대학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데 7년이 걸렸다.

대학원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첫째를 임신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활용해 공부할 생각으로 대학원 면접을 봤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모교에 나타나니 교수들이 깜짝 놀랐다. 이듬해 1월 큰아이를 낳고 그해 3월에 입학했다. 임신부의 패기를 높게 봐주셨다.

젖먹이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봤고, 아이를 재운 뒤에야 밤새 시험 공부를 했다. 힘들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수업이 있는 날만이라도 바깥 공기를 마시며 캠퍼스를 거닐면 20대의 나로 돌아온 것 같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약간의 치장을 하고 학교에 다니며 치열하게 공부한 덕에 산후우울증 없이 휴직 기간을 잘 보냈다.

문제는 논문이었다. 직장생활도 힘든데 퇴근 후 아이를 돌보면서 석사 논문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촛불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가야 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논문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지도교수의 말에 논문을 한 학기 미루기로 했는데 그게 몇 년이 될지 그땐 몰랐다.

몸도 마음도 힘들 무렵 찾아온 둘째와 내 건강 문제로 대학병원에 다녔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걸까 하며 자책하는 시간이 있었고, 남편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몇 년 동안 논문의 '논'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고마웠지만 논문은 지난 몇 년 동안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그래도 마무리는 하면 좋겠다"는 남편의 말에 1년 전부터 논문을 다시 쓰기 시작했고 최근 장장 7년간의 대학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큰아이가 세 살일 때 졸업식에 같이 가 사진 찍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그 아이는 이제 여덟 살이 됐고 여섯 살 동생도 있다. 유치원을 졸업한 큰아이는 "엄마랑 같이 졸업해서 좋다"고 말했다.

논문 심사를 위해 몇 년 만에 교수님께 찾아뵙겠다고 연락을 드리니 이 같은 답장이 왔다. "여러 모자를 동시에 쓰고 다니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논문을 마무리하려는 의지를 칭찬해주고 싶다. 고생 많았다." 메일을 받고 한참을 울었다.

학교에는 아이 둘을 키우며 박사과정을 밟는 워킹맘도 있었고, 직장을 그만두고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박사 논문을 마무리한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대학 졸업 후 취업해 10여 년간 직장에서 갖은 에너지와 지식을 모두 쏟아낸 뒤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공부를 시작한 경우다. 여러 모자를 쓴 엄마일수록 더 바쁘고 열심히 산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공부는 젊어서 하는 거라는 옛 어른들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아이를 낳은 뒤 공부를 시작하려면 육아 동반자인 남편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늦깎이 공부의 장점을 꼽자면 낮에는 활기찬 캠퍼스를 누비고, 밤에는 공부하느라 산후우울증을 겪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 키우면서 학위를 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 졸업장이 생각보다 값지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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