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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장단기 금리 역전'이 뭐죠? [뉴스 쉽게보기]

입력 2022/05/21 09:01
수정 2022/05/23 04:38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서울 여의도 KB금융센터 딜링룸에 국채 금리가 표시돼 있다. /사진=매경DB




요즘 들어 경기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자주 들립니다.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근거를 들면서 '불황의 전조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특히 경제 뉴스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근거가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이라는 개념이에요.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이란 말 그대로 장기 채권과 단기 채권의 금리가 역전됐다는 의미예요. 얼핏 들어선 이해하기 어렵고, 이게 왜 경기 불황을 걱정할 근거가 되는지도 알기 힘든 표현이죠. 그런데도 자꾸 경제 뉴스에서 만나게 되는 이 용어를 한번 정리해보려고 해요.
채권은 일종의 '차용증'

채권은 한 국가의 정부나 기업이 빚을 내기 위해 발행하는 자산이에요. 나라가 발행하면 '국채', 기업이 발행하면 '회사채'가 되죠. 쉽게 생각하면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차용증'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차용증에 '이자를 언제 얼마나 지급할지, 원금은 언제까지 갚을지' 같은 조건들을 적어서 받게 될 텐데요. 이 내용들이 바로 채권 금리와 만기를 의미해요. 만약에 돈을 빌려준 조건이 '한 달에 한 번씩 연 3%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하다가 5년 후엔 원금 5000만원을 모두 갚는다'는 조건이었다고 가정해볼게요. 돈을 빌려준 사람이 만기인 5년이 되기 전에 자금을 회수하고 싶어졌다면 어떻게 할까요. 갑자기 돈이 급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 이 사람은 이 차용증에 대한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으면 되겠죠. 대신 앞으로 받을 이자와 원금, 만기까지 남은 시간 등을 고려해서 가격을 결정하게 될 거예요. 이렇게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권리(차용증)를 사고파는 게 결국 채권 거래예요.
장기 채권과 단기 채권

장단기 금리 역전은 보통 국채 금리를 두고 이야기할 때가 많아요. 국채는 나라가 원금과 이자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같은 다른 채권들보다 대체로 안정성이 높거든요. 특히 미국이 발행한 국채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죠.

앞서 돈을 빌릴 때 '몇 년 후에 갚는다'는 조건을 약속한다고 설명드렸는데요. 여기서 '몇 년'이 바로 장기 채권인지 단기 채권인지 정하는 기준이 돼요. 2년이나 3년 동안 돈을 빌리기로 하고 발행한 채권이라면 단기 채권에 속할 거고, 10년이나 20년, 혹은 30년 이상 지난 후에 갚기로 했다면 장기 채권으로 분류되는 거죠. 보통 기간을 앞에 붙여서 'O년물 채권'이라고 불러요.

우리가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 '3년 상환' '30년 상환' 이렇게 기간을 정하고 돈을 갚는 것과 비슷해요. 금리(이자율)도 마찬가지예요. 아마 대출을 해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은행에서 돈을 오랫동안 빌려 쓸수록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게 대부분이에요. 반대로 우리가 돈을 은행에 맡길 때도 그렇잖아요. 1년 만기 적금을 들 때보다는 3년 만기로 가입할 때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죠.

돈을 오랫동안 빌려줄수록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선 긴 기간 동안 각종 변수가 등장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빌려 쓰는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오래 자금을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니까요.
왜 금리가 역전되는 걸까

오랜 기간 돈을 빌릴 때 발행하는 장기 채권은 단기 채권보다 보통 금리가 높아요.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서로의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죠. 하지만 아주 가끔 단기 채권 금리가 장기 채권보다 높아질 때가 있는데요.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채권 금리가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봐야 해요.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앞서 설명했듯 채권 금리는 돈을 빌려줄 때 정하는 이자율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요즘처럼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죠.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서 예금이나 대출이자가 모두 오르니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 수준도 높아져요.

이러면 기존에 발행했던 채권들은 어떨까요? 함께 금리가 올라갈까요? 아니에요. 이미 몇 년 동안 몇 퍼센트의 이자율을 적용하기로 약속을 했잖아요. 그래서 금리는 그대로예요.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가 높아지는 거죠.

대신 기존에 발행한 채권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하락해요. 투자자들은 새로 발행되는 금리 높은 채권을 사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이자율 5%짜리 채권이 새로 발행되는 판에 금리가 3%인 채권을 제값 주고 사려는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요.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가격 하락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기준금리 영향 크게 받는 단기 채권

단기 채권의 금리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아무래도 2~3년 안에 돈을 갚기로 한 채권이니까 당장의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죠. 짧은 기간이다 보니 그동안의 금리 변화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도 하고요.

최근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약 2개월 만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요. 이 영향을 받아서 단기 채권 금리도 함께 올랐어요. 앞으로는 기준금리를 훨씬 더 많이 인상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 채권 금리가 더 급등했죠.

대표적인 단기 채권인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초엔 1.3% 수준이었지만, 두 달 만에 1.3%포인트 정도 오른 2.6% 수준이 됐어요. 단기 채권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에 장기 채권과의 '금리 차이'도 줄어들었어요. ◆경기 전망에 큰 영향 받는 장기 채권

장기 채권은 단기적인 경기 전망이나 당장의 기준금리 변화에 영향을 덜 받아요. 당장 금리가 조금 올랐다고 해도, 10년이나 20년 후까지 상황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장기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주로 장기적 경기 전망에 따라 움직여요.

길게 봐서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장기 채권의 금리는 올라요. 경기 호황이 예상되면 적극적으로 장기 투자에 나서기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당연히 돈을 오래 빌릴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도 높아지는 거죠. 빌리고 싶은 사람이 많은 상황이니까요.

경기 호황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안전한 자산에 속하는 채권 대신 주식 같은 고위험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한다는 점도 영향을 줘요. 경제 상황이 좋으면 주식이 채권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이거든요. 시장에서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적어지면 가격이 내려가겠죠?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오르게 되고요.

경기 전망이 어두울 땐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돼요. 장기 자금 수요가 줄어들어서 채권 금리는 하락하게 되죠. 위험한 주식 대신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채권 가격은 올라요. 장기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경기 부진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인 거예요.
금리 역전 때 찾아왔던 경제 위기

전문가들이 장단기 채권 금리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도 경제 상황을 전망할 때 도움이 되는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미국 10년물 국채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데요. 전문가들은 앞서 대표적 단기 채권으로 언급했던 미국 2년물 국채와의 금리 차이를 꾸준히 지켜봐요.

경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아주 우세해졌을 때, 10년물 국채 금리가 2년물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금리 역전이 발생한 후에는 주식 시장이 폭락세를 보이거나 경기 침체기를 맞는 경우가 많았어요.

1977년 이후 지난해까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총 7회 일어났고, 이 중 5회는 실제 경기 침체로 이어졌어요. 최근 사례를 보면 2000년 초에 일어난 금리 역전 후에는 미국 닷컴버블 붕괴가 이어졌고, 2006~2007년에 걸쳐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 다음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죠.

금리 차가 0보다 작아졌을 때는 10년물 금리가 2년물 금리보다 낮아져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2000년과 2006~2007년에 걸쳐 일어난 두 차례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이후에는 경제 위기가 이어졌다.


그래서 금융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부르기도 해요. 과거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유해가스가 발생했을 때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곁에 두고 일했던 데서 유래한 건데요. 유해 가스에 민감한 조류인 카나리아가 이상 행동을 보이면 광부들은 이걸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였다고 해요.
그럼 이번에도 정말 위기인 거야?

지난달 초 실제로 장단리 금리 역전이 일어났어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년물 금리보다 낮아진 거예요. 그래서 한동안 '위기의 전조'라는 뉴스가 쏟아지고 떠들썩했던 게 사실이에요. 코로나19에 전쟁에 온갖 큰일이 벌어지고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도 무서운데, 이런 특이한 현상까지 발생하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아주 비관적인 전망들만 쏟아지지는 않았어요. '이번엔 다르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거든요. 이번 역전 현상은 '장기 채권 금리'가 하락해서 벌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경기 전망이 어두우면 장기 금리가 하락한다고 설명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장기 채권금리가 오히려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어요. 과거와는 다른 점이에요. 이번 역전 현상은 단기 채권 금리가 너무 급격히 올라서 일어났어요. 기준금리의 빠른 인상이 영향을 준 거죠.

일단 수치상으로는 장기적인 경기 전망이 너무 어두운 상황은 아니라는 거예요. 장기 채권 금리가 오히려 오르고 있으니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가 꽤 있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최근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4월 초에 잠깐 일어났던 역전 현상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고개를 들었던 우려는 조금 수그러들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국내외 주요 금융 전문가들이 금리 역전 현상을 자주 언급하는 걸 보면 꽤 중요한 경제 지표로 인식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경기 불황의 조짐을 전하는 채권 금리 관련 뉴스를 접하신다면 '탄광의 카나리아'를 한 번쯤 떠올려보세요. 경제 뉴스를 더 깊게 이해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임형준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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