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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땐 불량 요소수 대신 차라리 '이걸' 넣어라 [사이언스라운지]

입력 2022/06/11 06:01
수정 2022/06/11 06:31
[사이언스라운지] 지난해 전국을 휩쓸었던 '요소수 품귀현상'이 잠잠해지자 이제는 불량 요소수 유통이 판을 치고 있다. 불량 요소수에는 황과 나트륨 등 본래 요소수에 존재하지 않는 불순물이 들어 있다. 일부 요소수에서는 요소를 물에 제대로 녹이지 않아 발생하는 요소 침전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차량 부품 성능을 떨어트리고, 기존 요소수에 비해 자동차가 더 많은 배기가스를 내뿜게 하는 등 문제를 유발한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불량 요소수를 사용하지 말고 차라리 생수를 쓰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되는 요소수 제품이 지난해 9월 66개에서 지난해 12월 827개,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957개로 크게 늘었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해외 요소수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외 수입 요소수는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석유관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에서 품질조사를 거치지만 각 제조·유통사의 요소수 품질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산염, 알루미늄 등 불순물이 0.2~0.5PPM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는 검사 기준이 있지만, 처음 품질 검사만 통과하면 해당 브랜드가 적힌 박스에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불량 요소수를 일명 '박스갈이'해 판매해도 적발이 쉽지 않다. 요소수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제보자는 "실제 요소수 대란 때 중국에서 벌크(1000ℓ 용기)로 수입된 제품을 국내 업체에서 '박스갈이'해 국내 생산 요소수라고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생산 출처도 모르는 요소수를 구입해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라고 털어놨다. 환경부는 최근 불법제품 의심업체와 신규로 검사에 합격한 요소수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이미 유통된 제품은 소비자가 알아서 피해야 한다.

요소수는 디젤차에 탑재된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쓰인다. SCR는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NOx)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준다. 트럭과 버스 등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디젤차에는 SCR가 의무 장착된다. 차량 종류, 연비에 따라 다르지만 트럭은 일반적으로 600~700㎞ 이동 시 요소수 10ℓ를 사용하는데, SCR 장착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돼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요소수 부족으로 도로에서 차가 멈추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요소수를 구입해 넣을 것이 아니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생수를 넣어 다시 시동을 건 뒤 정품 요소수를 구입할 수 있는 검증된 업체나 주유소를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불량 요소수의 불순물은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SCR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고, 특히 비료용 요소에 들어 있는 황은 SCR의 표면에 달라붙는다"고 덧붙였다. 염화나트륨이나 광물질이 녹아 있는 지하수로 제조한 불량 요소수 역시 기계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칼슘과 염소 등이 들어 있는 수돗물도 응급용으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품 요소수를 넣는 것이 원칙이지만, SCR의 필터나 노즐에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 생수(맹물)를 차량에 상비해두고 필요시 사용하는 것이 불량 요소수를 쓰는 것에 비해 안전한 선택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불량 요소수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SCR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처럼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SCR의 고장 원인이 요소수 분사장치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불량 요소수 유통과는 별도로 업계 차원에서 보다 포괄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SCR의 필터가 요소와 불순물 등이 섞인 침착물로 인해 막히면 경유차의 엔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역류해 엔진 가동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 교수는 "불량 요소수에 불순물이 많다고 하더라도 SCR는 가동 당시 400도 이상의 고온 상태이기 때문에 이 불순물은 대부분 기체 형태로 날아간다"며 "하지만 엔진이 정지돼 SCR가 식어 있는데 요소수 분사 노즐에서 적은 양의 요소수가 한두 방울씩 누출되는 경우에는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소수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요소와 기타 불순물이 필터에 침착돼 막을 형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요소수 제조업체 연구원도 "실제 아직까지는 SCR 고장과 불량 요소수 간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며 "SCR 자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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