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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왕좌' 내려놓은 소니…전기車시장 킹메이커 될까 [위클리기사단]

입력 2022/07/02 07:01
수정 2022/07/02 07:13
1990년대까지 워크맨 등 앞세워 왕으로 군림
아날로그→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에 무너져
소니, 2020년 CES에서 "혼다와 전기車 동맹"
완성차 생산 노하우·전자기술 공유 `윈윈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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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자동차가 지난 2017년 도쿄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카.[사진 출처 = 블룸버그]


[위클리기사단] 1980~1990년대는 일본 전자제품 회사 '소니(SONY)'의 전성기였습니다. 말 그대로 독무대였습니다. 1946년 백화점 한쪽에서 작은 라디오 수리점으로 시작한 소니는 약 10년 뒤인 1957년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가 들어간 포켓사이즈 휴대용 라디오를 생산했고, 1960년에는 세계 최초로 상업용 트랜지스터 텔레비전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1968년 출시한 '트리니트론 텔레비전'은 1979년 세상에 나온 '워크맨'과 함께 약 30년 넘게 세계시장을 제패했습니다.

그러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끝을 몰랐던 소니의 질주도 결국 멈췄습니다. CD플레이어와 MP3를 거쳐 TV, 워크맨, 카메라 등 기능들이 한데 총집합된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왔고, 애플과 삼성 등 경쟁기업들은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며 너 나 할 것 없이 빠르게 최신 TV와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철 지난 명성에 의존했던 소니의 브랜드 가치는 빠르게 추락했습니다. 2008년 13.1%였던 소니의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2014년 7.9%까지 떨어지며 반토막났습니다.

그랬던 소니가 2020년을 그룹 미래를 뒤바꿀 역사의 전환점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은 2020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CES)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전 세계 IT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발표를 했습니다. 전자제품에 주력했던 소니가 일본 혼다자동차와 손을 잡고 미래 핵심 기술로 급부상한 전기자동차 개발 경쟁에 뛰어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니 로고가 부착된 차량이 무대 위에 나타나자 요시다 회장은 "휴대전화에 이은 다음 메가트렌드는 자동차(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소니와 혼다의 이번 동맹이 성사되기까지는 혼다 측의 꾸준한 물밑 접촉과 시도가 있었습니다. 혼다는 이전부터 소니와의 협업이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성공을 가져올 거라 믿었습니다. 당시 연구개발센터장이었던 미베 도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CEO 자리에 오른 이후 소니와의 동맹 결성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소니와 혼다 양측 고위 관계자 및 엔지니어들이 수차례 회동하면서 입장을 좁혀갔고, 결국 지난해 말 힘을 합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베 혼다 CEO는 지난 4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두 회사의 협력으로 인한 시너지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겠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며 "요시다 소니그룹 회장과도 만나 '한번 해보자'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CES)에서 전기차 공동 개발 생산을 위한 소니와 혼다자동차의 동맹 결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블룸버그]


세계 탈탄소 흐름에 맞춰 전기차가 등장하고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이 개발 중인 애플카가 있습니다. 애플은 3조달러(약 3881조4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미래 전기차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급부상하는 경쟁자 중 하나가 혼다입니다. 혼다는 2040년까지 연소 엔진 차량 판매 전면 중단을 목표로 일본 자동차 기업 중 그 어디보다도 적극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장치, 자율주행 센서, 소프트웨어 등 개발을 위해 강한 기술력의 소니를 파트너로 점찍은 것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양 기업의 혁신적 만남이지만 앞으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의 시장 독점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영향력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1~3월 글로벌 시장에서 31만대의 차량을 판매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판매된 18만5000대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현재 4% 수준인 테슬라의 미 자동차 시장 전체 점유율이 2026년까지 10%로 증가하고, 2030년에는 1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슬라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세계 공급망 붕괴 속에서도 완성차업계 절대강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따라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열세에 몰린 상황이지만 소니에도 무기는 있습니다. 소니는 조만간 전기차에서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4단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소니가 기다리는 순간은 이때입니다.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은 차량 이동 중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즐길거리를 찾게 될 겁니다. 게임, 음악, 영화. 이들은 소니가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문 분야입니다. 이를 간파한 혼다는 2025년부터 출시될 소니와의 합작 차량에 이들 기술을 탑재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혼다는 소니의 엔터테인먼트적 기술력을 흡수하고, 소니는 혼다의 완성차 공급망 및 생산 노하우, 판매 전문 지식을 습득한다는 '윈윈 전략'입니다. 한때 전자제품 시장의 '왕'으로 군림했던 소니가 이번에는 혼다를 그 자리에 올려줄 '킹메이커'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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