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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보다 전염성 강한 이것의 정체는? [사이언스라운지]

입력 2022/07/09 06:01
수정 2022/07/09 06:11
[사이언스라운지] 나른한 오후, 졸음을 쫓으려 애쓰고 있는데 옆 사람이 '이것'을 한다. 순간 나 역시 참지 못하고 '이것'을 하고 말았다. 옆 사람이나 앞사람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함께할 수밖에 없는, 하고 나면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이것'은 무엇일까.

너무 쉬운 퀴즈였겠지만 답은 하품이다. 하품은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동시에 고막을 편 후 숨을 내쉬는 일종의 '반사작용'이다. 보통 피곤할 때, 수면 전후에 하품이 나온다. 또한 지루한 활동이 이어지면 하품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하품을 하기만 해도 많은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하품을 따라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만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사자와 침팬지, 늑대 같은 사회적 동물도 주변 동물이 하품을 하면 그대로 따라한다. 심지어 다른 종끼리도 하품이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0년 뉴멕시코대 연구에 따르면 동물원의 코끼리는 사육사가 하품을 하면 하품을 따라한다. 도대체 왜 하품은 전염되는 것일까.

지난 5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하품을 연구한 진화생물학자 앤드루 갤럽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염성이 강한 하품은 육지동물뿐만 아니라 해양 포유류에게도 나타난다.

전염성 하품은 보통 다른 사람의 하품을 보거나 하품 소리를 들을 때 유발된다. 전염성 하품은 인간을 포함해 사회성이 높은 동물에게 주로 발생한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사회성이 강한 사람, 즉 타인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하품에 쉽게 '전염'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품의 전염력이 낮다고 갤럽 박사는 분석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일부 연구에서 개인마다 공감을 하는 데 차이가 나타나고, 이것이 하품이 전염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즉 누군가의 하품을 보고 반사적으로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면 하품은 인간의 공감능력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공감능력과 하품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하품에 대한 또 다른 가설을 세웠다. 전염성 하품의 경우 인간과 사회성이 있는 동물 집단의 행동을 동기화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하품이 하루 중에서도 특정 시간에 종종 집단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 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진화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갤럽 박사는 "하품을 통해 사회적 집단 내에서 경계와 경각심을 전달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품이라는 신호가 집단들 사이에 전파되면서 '지금 우리가 경계를 늦추고 있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염성 하품이 아닌 '자발적 하품'은 일반적으로 뇌 온도가 상승했을때 발생한다. 잠들기 직전에 하품을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잠들기 직전 두뇌는 가장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 하품은 턱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이때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한다. 뇌 혈류량 증가는 체온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뇌 온도가 올라갈 경우 하품이 유발되고, 하품을 하고 난 후에는 뇌 온도가 감소했다.이들은 동물원에 사는 100종 이상의 포유류와 조류에게서 1250회 하품을 수집하고 이들의 하품 빈도가 주변 온도 변화에 의해 안정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생기는 하품은 남을 따라하는 하품이 아닌 '자발적 하품'이다. 자발적 하품은 주변 온도와 개인 체온을 변화시키면 조절이 가능하다.

또 하품 지속 시간과 뇌 크기, 뇌 신경세포 수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중요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갤럽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동물들의 하품'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쥐와 고양이, 여우, 고슴도치, 코끼리, 인간 등 동물 24종을 대상으로 하품하는 모습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영장류는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하품 시간이 길었다. 인간의 평균 하품 시간은 6초, 침팬지는 5초였다. 반면 쥐는 1.5초에 불과했다. 뇌가 작으면서 대뇌피질에 뉴런 수가 적은 동물은 하품 시간이 짧았는데, 이 역시 하품이 두뇌를 냉각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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