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아베 후계자'는 누구?...'친한파 미망인'설 까지 나오는 이유

입력 2022/07/16 06:01
수정 2022/07/17 09:26
[한중일 톺아보기-93]

2013년 당시 아베 총리가 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731' 편명이 적힌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사진=매경DB]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망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뉴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관심도는 유독 컸습니다. 외국의, 현직도 아닌 전직 총리임에도 사건 후 관련된 일거수일투족이 큰 뉴스로 다뤄졌고 사람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전·현직 정치인들 중 자국도 아닌 이웃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이만큼 존재감을 발휘한 인물은 그 외엔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그가 일본 전후 역대 최장수 총리였고 퇴임 후에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데다 역사와 관련된 망언, 수출보복 등 한국을 자극하는 행보를 일삼았던 기억 때문일 겁니다.
세습 많은 자민당...자식 없는 아베, 후계자 친인척 등용론 솔솔

[그래픽=조보라]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일본에서는 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공석이 된 의석을 누가 메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나고 자란 고향 야마구치현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 10선을 했습니다. 내년 4월쯤 공석에 대한 보궐선거가 있을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습 왕국'으로 알려진 일본은 정치에서도 직을 대물림하는 일이 흔합니다. 일본에서 정치를 할 때 필요한 것으로 언급되는 지방·간방·가방 등 소위 '3방'(후원회 등 조직 기반·가문 등 지명도·정치자금)은 세습이 아니고선 갖추기 어려운 조건 입니다.

특히 집권 자민당은 다른 정당들에 비해 세습 의원 비율이 3~4배에 달할 정도로 세습 비율이 높은 정당입니다. 아베 전 총리는 물론 그의 절친 아소 다로, 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 역시 지역구를 물려받은 케이스죠. 이 때문인지 아베 가문과 그의 지역구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자리를 친인척 관계에 있는 누군가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논의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베 전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사이에는 자식이 없습니다. 아키에 여사의 불임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정계 거물을 다수 배출한 아베 가문에서 아키에 여사는 갖은 수모를 당했다고 합니다. 아키에 여사와 그의 시어머니 요코 여사의 관계가 아직도 서먹한 이유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에 여사는 불임 치료와 출산 압박으로 힘들었던 기억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조카 등 친족 양자 입양도 거론되나 가능성 희박

[그래픽=조보라]


아베 전 총리는 삼형제 중 차남입니다. '슈칸 겐다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과거에는 아베 전 총리의 조카, 즉 그의 친형인 아베 히로노부의 장남이 후계로 고려되고 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조카는 명문 사립 게이오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재직 중인 회사원으로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못 박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 기시 노부오 현 방위상의 자식을 아키에 여사가 입양해 후계자로 삼는 방안도 떠올랐습니다. 현재 기시 방위상에겐 아들이 둘 있는데 장남은 일찌감치 부친의 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비서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 입니다. 결국 눈길은 차남에게 돌아가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아키에 여사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키에 여사는 과거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가 후계를 위해 양자 입양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를 입양해 그 한 명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식이 없다고 꼭 입양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죠. 아베 전 총리 생전에도 양자 입양을 거부했던 아키에 여사가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상황에서 시댁 가문의 대를 이어주기 위해 다 큰 성인을 양자로 기꺼이 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 보입니다.
아키에, 아베 지역구서 높은 인기...'모리토모 스캔들'에도 동정표 기대

모리토모 스캔들은 사학법인과 연루된 정치비리사건으로 아베부부가 직접 연루된 증거가 나왔지만 일본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진=교도통신]


결국 아키에 여사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경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베 일가의 정치적 고향 야마구치현에서 아키에 여사는 후원회 여성 멤버들을 중심으로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또한 실제로 일본에서는 급작스레 사망한 남편을 대신해 미망인이 출마해 당선한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자민당 출신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재무상이 급사한 후 부인 나카가와 유코 의원이 2012년 총선에 출마해 벌써 중의원 3기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키에 여사는 유력 정치인의 아내이자 재벌가 출신치고 서민적이며 사교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으로 도쿄 금융가에서 선술집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SNS 활동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최근 미국 CNN은 그녀에 대해 미국식 영부인처럼 대중적인 역할을 하며 남편의 그림자에 머물지 않았다고 평가 하기도 했죠.

한편으로 총리 부인으로서 언행이 경박하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 모리토모 스캔들 등 직접 관련된 의혹도 있어 일본인들의 평가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핏줄 하나 없는 그녀를 동정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 세습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일본 사회 분위기와 동정표 효과 등 정황상 아키에 여사가 실제로 출마할 경우 당선은 거의 확실시돼 보입니다. 야마구치현의 아베 후원회 사람은 슈칸 겐다이에 "아키에 씨가 출마 한다면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건 물론이고 아베 전 총리를 지원하던 지역 기업들이 진심으로 선거운동을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류팬' 이자 '집안내 야당' 평가...한국계 설도

지난 2015년 아키에 여사가 도쿄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키에 여사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남편이 추진하던 원전 재가동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남편과 정치적 입장이 달라 부부 싸움을 한 적도 있다고 고백해 '아베 집안 내 야당'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또한 일본 정계 유력 인사 부인 중 대표적인 한류팬이자 친한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 연령대 여성들이 그렇듯이 일본에 처음 한류 열풍을 가져온 드라마 '겨울연가' 이후 한류에 빠졌다고 합니다. 김치를 손수 담가 먹기도 하며 한일 문화 교류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고 최근까지 페이스북에 한국 뮤지컬을 관람한 후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우익들로부터 한국계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키에 여사의 가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규슈 사가현에서 도자기를 팔던 상인이 나오는데, 해당 지역이 한반도와 교류가 많았던데다 일본에서 도자기를 취급하는 집안은 조선계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한국계설이 있는건 아키에 여사 뿐이 아닙니다. 아베 전 총리도 도래인(渡來人), 즉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이주한 가문의 후예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언급되는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뿐 아니라 친조부 아베 간 역시 도래인으로 추정되고 있죠. 대표적인 일화가 아베 전 총리의 외종조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1974년 조선 출신 도자기 장인 심수관의 후손에게 "우리 가문도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서 넘어왔다"고 고백했다는 일화 입니다. 2006년 주간 아사히는 아베가에서 40여 년간 머물며 아베 형제를 키워낸 구보 우메라는 여성이 아베 전 총리의 부친 신타로가 가끔 "나는 조선인이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죠.
후계자, 좋든 싫든 아베 유산 계승해야 할 운명

지난 15일 발행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실린 아베 전 총리.


아베 전 총리의 후계를 누가 잇게 될지 아직 누구도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히 그 사람은 좋든 싫든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이어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겁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일본 경제에 잠시나마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뛰어난 리더쉽으로 집권 기간 비교적 정국을 안정시켰고 외교적으로 국익을 위한 현실주의 노선을 지켰다는 등의 긍정적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진 우익 정치인이자 세습된 지위를 보장 받은 '도련님'에 불과하며 전후 최장 재임 기간에 비해 업적은 빈곤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죠. 일본 최대 포털 야후 재팬에서 진행 중인 '아베 전 총리와 관련해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 여론 투표에서는 과반수가 모리토모, 가케 학원 스캔들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그를 탁월한 정치가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훨씬 강한 듯합니다. 일본은 현직 총리에 변고가 생겼을 때에만 국회의사당에 조기를 게양하게 돼 있지만 이례적으로 그의 사망 후 조기를 게양했고 올가을엔 전후 총리중 2번째로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한 일본인 지인은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것을 보고 꽤나 놀랐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 인도, 호주, 대만 등 일본과 친밀한 몇몇 나라들은 국가가 직접 나서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도 했죠.

정치인의 불의의 죽음은 자칫 미화되기 쉽고 개인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이미 그 폐해를 수차례 목격한 바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차후 '아베노믹스' 등 그가 남긴 유산이 가져올 결과에 따라 보다 확실해질 것입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게 될 후계자는 과연 누가 될지, 곧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윤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