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금메달 못따 국민께 죄송 옛말"…노메달이면 어때, 즐겼으면 됐지…MZ는 쿨했다

입력 2021/08/08 17:37
수정 2021/08/08 19:50
MZ가 보여준 올림픽 정신

혼신의 힘 다해 도전하고
메달 못 따도 기죽지 않아
승자 손 번쩍 들어주거나
카메라 향해 거수경례도

"메달 못 따 죄송하다" 말 대신
"경기끝나 후련하다" 당찬모습
SNS로 자기표현도 확실
◆ 2020 도쿄올림픽 폐막 ◆

76774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2020 도쿄올림픽 한국 국가대표 중에는 메달은 없지만 진한 감동을 남긴 4위들이 있다. 맨 위 왼쪽부터 여자배구 대표팀, 근대 5종 정진화, 배드민턴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조, 높이뛰기 우상혁, 역도 이선미, 속사권총 한대윤, 다이빙 우하람, 남자탁구 대표팀, 체조 류성현. [도쿄 = 한주형 기자 / 연합뉴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목표로 했던 '금메달 7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는 'MZ 세대'를 얻었다. '금메달 지상주의'를 벗어나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위축되지 않고, 패했다고 울거나 좌절하지 않으며, 스스로 경기를 즐기고, 노력한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면 만족하고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MZ세대. 대한민국 스포츠에 등장한 신인류 덕분에 국민들은 함께 웃고 환호했다.

최고 스타로 떠오른 MZ세대 대표주자는 양궁의 김제덕과 안산이다. 고등학생 김제덕은 연신 형들에게 "빠이팅(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불어넣었고 중요한 순간마다 10점을 명중시키며 혼성과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다.


'한국 최초 올림픽 3관왕' 안산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담담하게 활시위를 당겼고, 경기 중 "잘해 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다"는 그의 읊조림이 감동을 안겼다.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금메달이 아니어도, 혹은 메달을 따지 못해도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과거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카메라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 선배들과 달랐다.

가장 먼저 한국에 은메달을 안겨준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은 은메달 직후 "만족한다. 엄청나게 혹독한 훈련을 참아내고, 견디고, 이겨내고 은메달을 따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도 남자 100㎏급 결승전. 연장전 혈투 끝에 패자가 된 29세 조구함은 종료 휘슬 이후 일본 선수의 손을 번쩍 치켜들어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또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를 차지한 우하람은 도리어 "남들보다 노력했고, 죽을 만큼 노력했다.


순위도 실력도 많이 올라 기쁘다"며 만족해 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4위 스타'는 높이뛰기 우상혁이다. 우상혁은 "레츠 고"나 "올라타자"며 주문을 걸었고 도약 전 인상적인 미소와 함께 두 팔로 관중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준비된 사람이 자신감을 표현하는 건 자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메달이 걸린 2m39에 실패하고도 "괜찮아"라고 크게 외친 뒤 거수경례로 자신의 올림픽을 마쳤다. 그리고 "쿨(cool)하게 떨쳐버리고 다시 도전하면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해 과거와는 세태가 바뀌었음을 알렸다.

실력에 걸맞은 관심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것도 이들 MZ세대의 특징이다.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수영 에이스' 황선우는 '최선을 다하겠다'거나 '국민께 메달을 안겨드리겠다'는 등 모범 답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나는 상승세에 있으니 기대해 달라. 결승에서 한국 신기록을 또 경신하겠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에도 '아쉽다'며 '다음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 대신 짧고 강렬하게 "경기를 마쳐 후련하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들은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통념도 넘어섰다. 김제덕은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한 소감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했고, '기계체조 여자 첫 메달'의 주인공 여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신유빈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응원 감사하다"고 전했다. 평소 일상 사진과 요리 사진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하는 황선우는 대회를 앞두고 블랙핑크 제니와 ITZY 예지가 응원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안산은 마마무 문별의 셧아웃(이름을 언급하며 응원해주는 것)을, 김제덕도 아이오아이 출신 최유정에게 응원을 받았다. 특히 신유빈은 지난 5일 공식 유튜브 채널 '삐약유빈'을 개설하고 팬들과 본격적인 소통을 시작해 관심을 모았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 문화는 분명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국민들 또한 성적이나 결과가 아닌 투혼을 보인 그들의 모습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37년 만에 가장 적은 금메달을 따냈지만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767742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