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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노메달 다른 평가…女배구는 박수, 야구·축구에는 회초리 [올림픽 결산]

김지수 기자
입력 2021/08/09 00:00
수정 2021/08/09 08:03
똑같이 목표로 했던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팬들과 국민들의 평가는 달랐다. 여자 배구의 투혼에는 뜨거운 박수를 보낸 반면 출발부터 삐걱댔던 야구, 축구에는 따금한 회초리를 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폐막한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등 종합 16위에 올랐다. 목표로 했던 종합 10위권 진입은 불발됐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 넘치는 플레이로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여자 배구는 대회 마지막 날까지 화제였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6위 세르비아의 벽을 넘지 못해 45년 만에 메달 도전은 3년 뒤 파리를 기약해야 했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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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왼쪽)이 8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직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일본 도쿄)=천정환 기자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비관적인 평가 속에서 본선에 임했다.


올림픽 본선을 한 달여 앞두고 출전한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3승 12패의 아쉬운 성적을 거둘 때만 하더라도 여자 배구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여자 배구는 위기에서 더 강해졌다. 주장 김연경(33)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숙적 일본과의 경기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고 명승부 중 하나였다. 5세트 막판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고 기어이 승리를 따냈다.

터키와의 8강전도 한편의 드라마였다.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대한 벽을 '원팀'으로 극복했다. 선수들은 승부처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김연경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9년 만에 준결승 무대를 밟으면서 메달만큼 값진 성과를 얻었다.

오랜 숙원이던 올림픽 메달은 또 한 번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지만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흘린 땀 그 자체가 메달보다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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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표팀 강백호(왼쪽)와 이정후가 7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한 직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반면 야구대표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의 신화를 도쿄에서 잇는데 실패했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몇몇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호텔 술판 등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팬들의 응원이 아닌 따가운 눈총 속에 대회를 준비했다.

엔트리 구성이 불균형하다는 우려는 본선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준결승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일본, 미국, 도미니카공화국에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투수진은 일부 선수들의 혹사 논란이 일었고 김경문(63)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양의지(34), 오재일(35) 등 KBO리그 최고 레벨의 타자들은 국제무대에서 침묵했다. 리그 수준이 크게 저하됐다는 지적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가장 뼈아픈 건 등을 돌린 팬심이다. 그동안 열렬한 사랑을 보내줬던 야구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다음 국제대회에서의 도약을 준비하는 것 못지 않게 팬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게 됐다.

김학범(61)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 역시 8강에서 멕시코에 3-6 참패를 당하며 당초 목표였던 메달 획득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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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멕시코와의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는 이강인(왼쪽)과 황의조. 사진=천정환 기자

축구 역시 본선에 앞서 최종 엔트리 구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와일드카드(만 25세 이상 선수)로 선발한 수비수 김민재(25)는 소속팀 베이징궈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집을 강행했다. 베이징이 끝내 뜻을 굽히지 않자 일본 출국 하루 전날에야 다른 선수를 대체 발탁하는 촌극이 일어났다.

와일드카드 3장 중 2장을 공격진 보강에 사용한 것 역시 패착이 됐다. 전력상 우위를 점했던 조별리그에서는 뉴질랜드전을 제외하고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수비라인이 버티지 못했다. 중원 싸움에서도 완전히 밀리며 고개를 숙였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후 또 한번의 신화를 꿈꿨지만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지만 세계적인 강호들과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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