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꿈꾸다 rws Institute 만들다

최초입력 2021.11.22 11:30:28
최종수정 2021.11.23 08:13:26


2006년 12월 19일, ㈜행복한상상을 설립했다. 독서경영 교육회사를 표방했다. 시작은 대우그룹에 있을 때였다. 1996년 전자계열사로 노동 조합원이 4천 명에 달하는 조금 큰 사업장이었다. 당시 홍보팀에서 노조 관련 메시지를 노사협력팀과 함께 내기도 했는데, 매년 임금 단체협상을 할 때마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문화를 보면서 안타까웠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의 대형 사업장은 줄곧 정치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사회적인 환경인데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활발한 토론문화가 불가능한 생산직 중심의 제조회사였기 때문이다. 대리 직급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매체인 사보를 맡아서 제작하던 상황이었는데, 노사 간의 소통도 문제였지만 사무직과 생산직의 노노 간의 조직문화도 매년 봄 단체협상 시기가 되면 허물어지는 게 안타까웠다.

그런데, 당시에 독서통신교육이 사원들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입장이다 보니, 책을 읽고 그것을 다른 직원들과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게 조직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으로 아주 유용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강제로 주어지는 독서와 또 본인이 원해서 하는 독서가 아니다 보니 실효성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독서’가 아니라 ‘경영’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성과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걸 ‘경영’이 아니라 ‘독서’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독서경영을 경영의 한 도구로 볼 게 아니라, 기업문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한때 5천명이 넘던 직원들, 전문 경영인의 한계. 위기상황에서 한 노동자가 회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5년 정도 한 회사에 있다 보면 일도 빤하고, 조직의 권력관계도 보이고, 이제부터 좀 편할 수도 있는 직장이 제 성격엔 맞지 않았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마침 IT벤처회사를 시작할 때 옮겼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수입구조를 맞추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괴리감이랄까. 대기업이야 그래도 시스템이 있으니까 주어진 업무만 해나가면 되지만, 많게는 직원 40명, 적게는 10명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회사는 서로의 지향점도, 출발점도 다르기 때문에 합심해서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만드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2000년 4월에 벤처기업으로 옮겨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생활의 근거지도 옮겼다. 이전의 회사가 구미에 사업장을 가진 회사라 대구에서 살고 있었는데, 서울로 이사까지 했다. 40년 업력의 대기업을 떠나 이제 막 시작한 벤처기업의 상황을 보니 설렘과 아울러 막막함이 밀려왔다. 내가 여기서 잘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회사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벤처 열풍 끝물이라 추가적인 펀딩은 쉽지 않았다. 1년이 지나지 않아 애초 40명에 달하던 인원은 7명으로 줄어들었고, 사업 흡수합병을 시키기도 하고, 다시 독립하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5년 동안 겪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자문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직장을 다니고 세상을 겪게 되었지만, 대학시절 내가 회사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다. 그렇게 무계획으로 살았다니. 그때 한 고민은 ‘왜 재미있게 일할 수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직업(일)과 생계(돈)의 행복한 만남은 불가능한 것일까?

‘독서경영’이라는 아이템을 꺼낸 건 어쩌면 자연스러웠다. 80년대 중후반의 대학시절 나에게 세계관을 열어준 책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이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이문열의 <영웅시대>였다. 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주었다.

<태백산맥> 속 사회주의자 염상진 같은 삶을 살지는 못 하더라도 <영웅시대> 속 헌책방 주인처럼 살고 싶었다. 작품에서 좌절한 사회주의자로 나오는 그는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주인공 청년에게 인생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존재였다.

책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서점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고, 사업적 차원에서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출판사나 인터넷서점에 들어갈 경력이 되지도 않았다. 관련 업계 유경험자도 아니고, 기껏 내세울 수 있는 게 대기업 홍보담당자 경력 3년이 전부였다.

그래서 선택한 게 독서경영 교육업이었다. 회사는 설립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런데, 그 때 운명처럼 한 사람을 만났다. 당시에 나는 책뉴스 사이트에서 시민기자 활동을 했는데, 그 회사의 팀장이었다. 그는 당시에 시민기자들을 상대로 서평 글쓰기 프로그램을 교육했는데, 새로운 글쓰기 방법론으로 아주 맞춤해 보였다.

그렇다면, 독서와 서평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2개의 개념만으로는 부족하니, 여기에다 스피치라는 방법론을 덧붙이자.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rws Institute였다. Reading-Writing-Speech를 연계한 rws 프로그램이었다. 스피치는 독서토론으로 하면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독서와 글쓰기, 독서토론을 중심으로 우리만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지혜를 읽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공부법이다. 독서토론을 하고, 서평을 써서 글과 말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이는 콘텐츠의 저수지인 책의 세계에서 나만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일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기획력이 절실한 직장인, 자기성찰을 위한 중년의 사람들, 학교 공부를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초중고, 대학생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콘텐츠 발굴 프로젝트이자, 자기혁명을 꿈꾸는 도구이자, 학습력 향상을 꾀하는 공부 방법론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꿈은 시작되었다.

신기수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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