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전문가 존윤의 비즈니스 에볼루션]사업이 힘들 때 꼭 기억해야 할 3가지

최초입력 2021.01.08 13:07:03
최종수정 2021.01.11 11:42:52
2015년. 비상발전기 사업을 하는 박 사장은 수 백명의 사람이 북적이는 호텔 콘퍼런스 한 가운데에 서서 고민에 빠졌다. 비즈니스 네트워킹 단체의 행사답게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녀 사업가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벌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금세 가지고 온 명함 50장이 사라졌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들을 알았다는 기쁨보다 실망감이 그의 마음에 차올랐다. "비상발전기요? 그게 뭔가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서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박 사장의 마음은 조급했다. 아파트 자치회 비리를 막고자 얼마 전 시행된 법에 따라 200만원 이상의 공사는 수의계약이 금지되고 전부 입찰을 하게 된 탓에 부품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출혈경쟁을 하도록 시장이 바뀌었다. 아파트 비상발전기 관리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던 그의 회사는 매출이 3분의 1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 거래처가 부도나서 적지 않은 돈을 떼이게 되어 대출을 받아서 근근이 월급을 주며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빌딩 시장을 뚫기 위해 여의도의 여러 빌딩을 다녔으나, 이미 기존 업체들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어 관리 업체 담당자들은 만나 주지도 않았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초대로 이 북적거리는 행사장에 오게 된 박 사장이었다.

▲건물에 비상발전기를 설치하는 모습. 비상발전기는 정전 또는 화재 등 갑작스러운 전원의 공급중단 시에 대체 전력으로 공급하는 예비전원을 생성하는 발전기다. 박 사장은 법령 개정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사진=BNI코리아 제공)



드디어 메인 행사가 시작되고 미국에서 온 비즈니스 네트워킹 전문가가 무대로 나왔다. 왜 비즈니스 네트워킹이 중요한지 사례를 들려주더니 전문가는 참가자들에게 "당신이 정말 잘하는 전문분야는 무엇인가?" "당신의 VIP 고객은 어떤 곳인가?" 같은 질문에 답을 적도록 했다. 대수롭지 않은 질문 같았는데 막상 펜을 들고 적으려고 보니 머리 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지난 15년 동안 했던 일에 대해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박 사장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껏 사업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업을 하고 있었구나'. 그는 그 자리에서 사업을 제대로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직원에게 앞으로 1년 동안 웬만한 현장 일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현장 일을 할 시간에 사업과 리더십에 대한 교육을 듣고 같이 협업할 다른 분야 사업가들을 찾아서 신뢰를 쌓고 팀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서로 도우며 함께 사업을 키운다는 것이 말은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녹록지 않았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비상발전기업계와 연결된 사람들이 없다 보니 자신의 고객층인 빌딩 안전관리 업체를 당장 소개받지도 못했다.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것보다 힘들었던 것은 사람이었다. 모임의 리더 역할을 맡으며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개성이 강한 사업가들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하려니 문제가 많았다. 팀에서 분담한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사람, 대단한 사람처럼 얘기했는데 알고 보니 실력이 없는 사람, 성격이 모나서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 '사업을 잘 해 보자고 모였는데 왜 이렇게 같이 움직여 주지 않을까?'.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에게 화도 내고 비난도 해 보았지만 그런 방법들이 효과가 없는 것을 깨닫고 박 사장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연구하고 팀을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해 갔다.

콘퍼런스에서 결심한 후 5년이 지난 지금, 박 사장은 비상발전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자신을 전문가로 존중해 주는 고객들의 정중한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지금껏 구축한 협업 팀의 사업가들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발굴되고 있고, 발전기 제작, 납품이라는 새로운 사업 분야도 개척한 박 사장은 어느 때보다 희망차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박사장은 사업의 최대 위기를 멋지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박 사장의 사례에서 사업이 힘들 때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 사업이 힘들면 조급해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럴수록 여유를 갖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Act with a long term perspective especially when running a business is hard). 2015년 콘퍼런스 참가 당시, 대출을 받아 직원 월급을 줄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현장에서 직접 뛰면 인건비는 줄일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법령이 발표되었을 때 미리 대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다 어려움을 맞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사지육신 멀쩡하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무언가 만들어 놓지 않으면 하루하루 날품팔이하는 삶이 될것이라고 생각해서 독하게 결심했다."고 그때를 회고했다. 그는 당장 몸으로 때워서 돈을 버는 일 대신에 함께 일할 사람들을 모으고, 자신의 사업 역량과 리더십을 기르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그런 노력이 바로 매출로 돌아 오지는 않았지만, 2년 정도 후에는 사업에서 확실한 변화가 일어났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한다(Less is more). 다양한 교육을 들으며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중요성을 깨달은 박 사장은 경쟁업체들이 아무 고객이나 늘릴 때 오히려 2년 동안 거래처를 정리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줄이고 비상발전기 설계, 제작이 가능한 자신의 강점이 주목받는 일에 집중했다. 사람도 정리했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협업팀 활동을 하며 사람 보는 안목을 기른 덕분에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고 안 맞는 사람은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돈을 좇는 대신 전문가로서 오히려 고객을 가려서 받았다. 덕분에 그는 가격 후려치기 같은 갑질을 당하는 을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합당한 대가를 받는 전문가로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잘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여 고객을 발굴하여 소통하고 거래를 이어가다 보니 거래처에서 또 다른 거래처를 소개 해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셋째, 나부터 변화한다(Change starts with me).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원망한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예전에는 업계의 다른 사람들처럼 ‘돕바(두꺼운 점퍼의 일본식 표현)’라 불리는 청색 작업용 잠바를 입고 다녔던 박 사장은 이제는 항상 깔끔한 정장 차림에 근사하게 머리도 다듬고 고객을 만난다. 협업팀 활동을 시작했을 때 박 사장은 한동안 되도록 말을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습관적으로 쓰던 욕이 튀어나올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의 거친 말투가 정중하고 품위 있는 말투로 변화했다. 예전에 큰 목소리로 싸움을 했다면 이제는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 주고 문제를 해결해서 오히려 상대를 미안하게 만드는 소통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예전에 제가 A라는 사람이었다면 바로 C라는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제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말 많이 교육을 받으러 다녔어요. 학교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서울대에 갔을 겁니다. 모임에서 리더를 맡으며 ‘어떻게 하면 이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 생각만 강요하기보다 그분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얘기를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 변해 간 것 같아요. 제가 바뀌니 사업이 바뀌더군요".

비 피할 곳 없는 허허벌판에서 폭우가 쏟아 지면 비를 피하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는 오히려 넘어져서 흙탕물에 뒹굴거나 다치기에 십상이다. 그런 때는 비를 기꺼이 맞겠다고 결심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만약 지금 사업이 어렵다면 당장 고통을 피하려고 조급하게 행동하는 대신 박 사장처럼 긴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해 보면 어떨까?

성공하고 행복하기 위해 오늘도 진화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존윤 우버객원칼럼니스트(협업전문가, BNI 코리아 대표,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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