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배우는 위기관리

최초입력 2021.01.18 09:21:25
최종수정 2021.01.19 10:33:23
증권시장이 요즘 난리다. 개인 투자자들이 물밀 듯이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남녀노소,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는다. 관계당국과 증시 전문가들이 과열을 우려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증시에 신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돈이 많이 풀려 유동성이 풍부해서일수 있고,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 기인할 수도 있고, 경제와 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상한 결과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사람들이 증시를 찾는 가장 큰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고수익을 위해서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고수익의 다른 한편에는 고손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증권가에는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격언’들이 돌아다닌다. 이들 격언들은 읽다보면 비단 증권 투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위기관리 차원에도 새겨들을 만한 경구들이 많다. 증권투자는 투자자 스스로가 손실 가능성을 감내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행동이라면 위기관리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차이가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자기하기에 따라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성공이나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럼 증시 격언 몇 가지를 통해 위기관리의 지혜를 배워 보도록 하자.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뉴스에서 다뤄졌다는 것은 정보를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는 투자에 나서기보다 발을 빼야하고, 남들이 잘 모르는 정보를 취득했을 때가 투자에 나설 타이밍이라는 뜻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정보로서의 신선함이 떨어져 투자에 나설 때는 조심해야함을 일깨워주는 증시 격언이다. 위기관리에도 이 교훈이 적용된다. 많은 미디어에서 이슈로 다루기 시작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진 시점에는 위기관리에 들어가 보아야 신통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위기는 초동단계에서 신속히 대처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나 인터넷과 SNS와 같은 뉴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소문이 도는 단계에서 신속히 모니터링하고 상황 판단을 해서 적절히 대처해야 위기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팔고 나서 올라도 애통해 하지 마라!”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뜻이 되겠다. 과거 일에 후회하기보다 그 같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 이유를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위기관리도 다르지 않다. 위기관리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돌발변수가 생겨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있다. 또 아무리 완벽하게 위기에 대처한다고 하더라도 크고 작은 실수는 늘 있기 마련이다. 위기관리는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나 실패에서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위기 이슈를 다룰 때 일이 종료되었다고 손을 털어버리고 말 것이 아니라 위기 발생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일련의 대처 과정을 면밀히 다시 살펴서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학습 과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에 강한 조직이나 개인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라 !”

누군가에게 묻고 배우려는 것은 좋은 자세이다. 하지만 남의 의견에 지나치게 경도되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증시에서는 다른 사람에서 묻고 상담 받는 것 보다 스스로 공부를 하여 시세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발생하면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다양한 대처 방안이 난무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서서 누구는 동쪽으로 가라하고 어떤 사람은 서쪽으로 가라고 한다. 어떤 이는 묵살하라하고 어떤 사람은 적극 대처하라고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결국 위기 대처의 방향과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조직 최고 책임자의 몫이다. 아무리 전문가를 자처하더라도 그 들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이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보다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평소에 훈련과 학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쉬는 것도 투자다 !”

항상 거래를 하고자 할 필요는 없다. 쉬어가야 할 때 쉴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 증시가 과열되어 머지않아 폭락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쉬는 것이 맞는다는 뜻이 되겠다. 위기관리를 하다보면 비슷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대처 방안부터 찾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무대응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예컨대 루머가 발생했는데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곧 잠잠해질 가능성이 엿보일 수 있다. 이런 루머에 적극 대처한다고 공세적으로 맞서면 해당 루머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루머를 알리는 결과가 되어 이슈를 키울 수 있다. 위기 이슈를 둘러싼 종합적인 상황 판단을 면밀히 해서 때로는 따로 대응치 않고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주식투자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주식은 가치투자를 하고, 한 번 투자하면 오랜 기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동시에 어느 종목을 선택한 다음 절대적으로 믿고 그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다. 해당 회사가 과거에는 경쟁력이 있고 시장 지배력이 좋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강점들이 사라지고 내재 가치가 떨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위기관리에도 유연성은 참으로 중요하다. 많은 조직들이 위기에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어 교본으로 삼는다.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최소화 하고 시스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매뉴얼은 꼭 필요하고 잘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매뉴얼은 한번 만들었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신봉해서는 안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살아 숨 쉬려면 새로운 상황에 맞게 부단히 수정하고 보완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에서 유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매뉴얼에 담지 못했거나 간과한 빈 공백을 위기관리자들의 경험과 지식, 판단으로 메우면서 현실성 있게 대처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유재웅 우버객원칼럼니스트(을지대학교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신문방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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