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제3의 나이] 은퇴 후 40년을 원만히 보내고 싶다면?

최초입력 2021.01.18 14:11:02
최종수정 2021.01.19 10:07:41
인류는 급격한 수명 연장에 힘입어 100세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수명이 늘어난 만큼, 어떻게 살 것인지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이 보편화되지 못한 점이다. 사회생활 30년을 위해 16년을 교육하는 시스템(초등학교~대학)은 잘 갖추고 있지만, 그 보다 더 길어진 은퇴 후 40년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체계적으로 배우고 접목할 있는 시스템은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은퇴자는 고3 수학능력 고사가 끝난 교실에 비유되곤 한다. 한 마디로 어수선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아무런 준비 없이 은퇴 관문으로 불쑥 들어설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노후 시작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허둥대는 일상과 닮아있다.

은퇴 후 40년을 위해서는 어떤 배움이 필요할까? 

금융교육 독립군을 자처하는 김현기 님은 그의 책 <명함이 있는 노후>에서, 건강, 관계, 주거, 재무, 일과 여가, 학습, 자유와 안정, 리스크 관리, 버킷 리스트, Well dying 등에 ‘마음 내려놓기’와 ‘가족 관리’를 더한 12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자료: 이종범의 도해 카드



예전 칼럼, “은퇴 前 10년, 자기 탐색의 시간을 늘려라” 에서 인생 2막을 위한 준비로 10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기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제시된 12가지 요소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은퇴 리허설’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마음 내려놓기’와 ‘가족 관리’는 다른 10가지 준비에 비해 소홀히 다루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싶다.

‘마음 내려놓기’는,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고 여유를 가지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뜻이다. 50세는, 100세 시대의 인생 반환점에 해당하는 생애 구간이다. 이때까지는 성공지향적인 삶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생 반환점을 돌고 나면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지향적인 삶이 더 필요하다. 무언가 소유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적 가치에 집중하는 훈련이 바로 ‘마음 내려놓기’의 시작인 것이다.

다음은 ‘가족 관리’다. 노후준비가 잘 되었어도, 가족 관리에 실패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듯 노후는 엉망이 되고 만다. 가족의 범위를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축소시켜 생각해 보자. 부모가 은퇴 시점에 다다르면 일반적으로 자녀들은 사회생활을 위한 마지막 교육(대학 또는 대학원)을 받고 있을 확률이 높다. 노후 준비 차원에서 자녀는 매우 버거운 리스크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 교육비를 지불하는 건 기본이고, 결혼자금까지 부모가 부담하는 예가 적지 않다. 물론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면 자녀 결혼 자금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퇴직자의 현실은 퇴직금(퇴직연금)과 약간의 저축, 그리고 집 한 채가 전부라고 할 만큼, 은퇴 후 40년을 버티기에도 부족한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녀 결혼 자금을 보탠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 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녀들의 새 출발을 열어주기 위해, 노 부모의 마지막 보루에 해당하는 퇴직금과 주택을 허무는 선택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악수다. 은퇴 후 자그마치 40년이다. 짧지 않은 기간을 돈 없이 버틸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만회할 수 없는 치명적 위험으로 이어질 공산이 농후하다. 

자료: 픽사 베이



섭섭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녀들은 그들을 위한 삶을 살 것이다. 부모에게 받은 물질적 혜택은 자녀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자녀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신들의 노후 자금을 자녀에게 투입하는 것은(자녀 교육, 결혼, 자녀 창업 지원 등)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이는 노후 40년을 망치는 나쁜 결정일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자녀의 홀로서기 DNA를 부모가 나서서 말살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물론이고 자녀의 미래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자녀들이 부모에게 의지하는 습관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에는 부모와 자녀가 모두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종범 우버인객원필진 하이인재원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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