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당의 목표는 회원 10만 명

최초입력 2021.12.07 13:24:42
최종수정 2021.12.08 08:21:36


회사의 이름에 대한 애착이 많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이름을 많이 고민했다. 최종적으로 ‘행복한상상’으로 결정한 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느냐 자문해 보니 행복하려고 사는 건 아닌가 싶었다. 행복을 목적으로 사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꿈꾸는 게 행복이니까.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공상도 좋지만, 좀더 현실적인 상상을 하기로 했다.

외부기관과 계약을 하거나,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인사를 나눌 때 다들 회사 이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미남이라는 소리를 듣는 듯이 기뻤다. 아름다운 회사로 공인받은 느낌. 무엇보다 회사 이름의 확장성이 있으니, 여러 사업을 펼칠 수 있어서 어색하지 않아서 좋다. 공동체주택 사업을 해도, 영화 기획을 해도, 출판 사업을 해도 어울릴 이름이다.

숭례문학당을 회사 상호와는 별도의 브랜드로 만든 것도 잘한 일 같다. 영화 <세 얼간이>를 보면서 다짐한 게 있다. 제도교육를 보완하는 대안의 학당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였다. 천재들만 간다는 인도의 명문대 ICE,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란초. 아버지가 정해준 꿈인 공학자가 되기 위해 정작 본인이 좋아하는 일은 포기하고 공부만 하는 파파보이 파르한. 찢어지게 가난한 집, 병든 아버지와 식구들을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하는 라주.

이 세 친구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삐딱한 천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찾아가는 좌충우돌의 과정은 아주 흥미로웠다. 특히,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는 특허기술을 아이들을 위한 대안의 학교를 위해 쓰려는 주인공 란초가 마지막 장면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친구들과 장난치는 장면은 너무 인상깊게 남았다.

이 영화를 보고, 학당에서 숭례문 키드들을 만들어야겠다고 꿈꿨다. 9년이 넘는 동안 학당 리더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책통자 아이들’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그런 사연 때문이다. 매 학기마다 100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선정해 진행된 이 일은 보람 이상으로 감동이었다. 초등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학당에 와서 토론하고, 글을 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격주 일요일마다 7회차에 걸쳐 진행되는 맛보기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매 학기 초가 되면 넘쳐나는 지원서를 심사하고 선정하는 절차로 북새통을 이룬다.

초기에 다녔던 아이들은 이미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학당을 찾아오기도 했다. 올해 25살이 된 송진호 학생은 독서토론 리더과정을 수료하고,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다. 사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독서토론과 글쓰기 모임을 통해 성장의 속도가 이전보다는 훨씬 빨라졌다. 올해 초 시작한 초등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감성 글쓰기> 모임에는 동화작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아이의 글이 탄생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른들은 사회화를 거치면서 현실의 논리와 무게에 짓눌려 생기 넘치고, 기발한 상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흡수력 빠른 스펀지와 같고, 하얀 도화지와 같다. 그들이 그리는 그림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한 친구는 국군 장병들에게 보내는 위문 편지 형식으로 자기소개를 쓰게 했더니 글쓰기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글쓰기를 하면 좋은 이유를 조목조목 들어가면서 추천하기도 했다.

학교가 시험기간이라 글쓰기 모임을 쉬는 경우에는 아이들이 모임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릴레이소설 쓰기로 좀비물을 바톤터치 하듯이 연이어 쓰는 친구도 있고, 아침 기상시간을 스스로 체크하기도 한다. 모임이 쉬는 기간 동안에는 스스로 자유 글쓰기를 매일 하는 아이도 있고, 영화 리뷰나, 웹툰이나 소설 리뷰를 올리는 아이도 있고, 지역의 청소년 기자단이 되어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다.

‘함께 하기’의 힘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발휘된다. 성인들은 점잖게 모임을 추천하는 수준이지만, 아이들은 더 집요한 면이 있다. 한 친구는 독서토론 모임에 친구를 설득해 데려왔는데, 설득돼 온 친구가 어느 날부터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나서는 이전에 자신을 독서토론 모임에 설득한 그 친구를 되려 글쓰기 모임에 역초대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것도 6개월 동안이나 끈질지게 말이다.

한 집안에서 형제나 자매, 남매가 함께 모임에 참여하는 건 예사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함께 하자고 꼬여 4명의 친구들이 한 반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글쓰기와 독서토론 모임을 신나는 놀이로 생각하지 지겨운 공부로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렇게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은 모임을 진행하는 어른들을 감동시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기로 아침을 시작하는 아이를 보고, 어머니도 덩달아 변했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는데, 그 반대가 가능하단 걸 보여줬다. 엄마도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열심히 하는 데 자극을 받아서다. 많은 엄마들이 자신들은 공부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은 공부하기를 바란다. 심지어 억지로 시킨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부를 즐기는 모습은 어른들마저 감동시키고, 설득하는 힘이 있다. 이게 함께 하기의 승수효과다.

이제 늘 직장생활에서 시달리는 아빠도 변화할 차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들의 변화에 한 가정이 달라질 것이다. 학당에서 그간 가족 독서토론 모임을 추진했지만, 생각처럼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밥상머리 교육처럼 밥상머리 토론은 엄마와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따라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바뀌니 오히려 가정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말하자면, 위에서 아래로의 Top-down 방식이 아니라, 아래서부터 위로의 Bottom-up 방식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학당에서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변화시키는 진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스승이라고 하는가 보다. 우리는 오늘도 ‘행복한상상’을 하고 있다.

학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야말로 숭학당의 미래이다. 현재 회원이 1만 명을 갓 돌파했는데, 5만 명, 10만 명이면 어떨까 자주 상상해 본다. 지금은 회원이 많지 않아 다양한 공부모임을 기획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회원이 5만 명이나 10만 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율곡 이이가 주장했다는 10만 양병설을 소환해본다. 숭학당의 꿈은 10만 회원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미칠 선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신기수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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