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살롱에서 작은 혁명을 꿈꾸자!

최초입력 2022.03.10 13:17:01
최종수정 2022.03.11 08:10:38

사진 : 숭례문학당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하나의 기간이 끝나고, 하나의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은 남다르다. 잠깐 숨을 돌렸다가 새로 시작하니까.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보니, 초저녁 잠이 많아져 기상 시간이 새벽 3시가 되기도 하고, 4시가 되기도 한다. 그 시간에 ‘뭐 하느냐’ 하면, 일단 거실 테이블에 앉는다. 그다음에는 아이맥 데스크탑을 마주한다.
아이맥은 보기만 해도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든다.​

나에게 아이맥은 일하는 사무기기가 아니라 상상을 펼치는 도화지다. 먼저 학당의 매출 실적부터 확인한다. 간밤에 누가 어떤 모임을 등록했는지 홈페이지 관리자 화면에서 확인한다. 이때가 가장 기분 좋다. 모임 기획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으니까. 그다음에는 메일을 확인하고, 책을 본다. 요즘은 밀리의서재 전자책을 주로 본다.​

전자책은 책을 구매하고,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편리하다. 월정액 서비스로 가입하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낱권을 구매하면서 ‘과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책값은 할까’ 망설이다 결국 사놓고는 책장에 쌓이기만 하는 지난 경험을 반추하고, 포기하게 되는 실패 경험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무제한 서비스라고 해서 여러 책들을 읽고, 다양하게 활용한다고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럴 때는 함께 읽을 책 친구를 사귀면 된다. 학당에서 <전자책 함께 읽기> 모임을 준비한 이유도 바로 그때문이다.​

월 1만 원 정도에 몇 만 권의 책들을 아주 간편하고 손쉽게 읽어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혜택이자 서비스다. 책은 구매 결정을 하는 과정, 즉 책 소개도 보고, 목차도 보고, 미리 보기도 하는 과정에서 그 책의 수준과, 자신의 관심사를 가늠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 자체가 독서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은 20-30% 정도는 봐야 그에 들인 저자와 출판사의 노력을 온전히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지혜를 빌리고, 저자의 통찰을 얻는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관심사를 바로 해소할 수 있는 건 온라인 전자책 서비스다. 주기적으로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기가 쉽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한 권의 책에 빠져서 읽다가 그와 관련한 포스팅을 한다. 책에서 얘기한 키워드나 주제를 글감으로 해서 나의 생각과 계획을 덧붙인다. 그리고, 학당의 신규 모임을 소개하는 포스팅도 한다.

그렇게 나의 새벽과 아침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정리한 나의 포스팅을 그 주제에 맞는 카톡방이나 밴드 등에 공유한다. 거기서 온라인 대화와 토론이 이어지기도 한다. 연쇄효과다. 나에게는 이 새벽과 아침 시간이 몰입의 경험을 주는 임계점(critical point, 臨界點)이다. J커브의 변곡점이랄까? 전환점(turning point)이자,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학당을 만 13년을 하고 보니, 저와 학당의 티핑 포인트는 2021년 6월이었다. 12년 6개월이 걸렸다. 작은 플랫폼이지만, 이제는 꿈꾸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상상원정대다. 학당의 회사 상호는 (주)행복한상상이다. 줄여서 '행상'이다. 행상(行商)은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상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행상(幸想)이다. 또한 행동하면서 상상하는 행상(行想)이기도 하다.

​상상(想像, Phantasie / imagination)은 혼자 하면 공상(空想, fantasy / fancy)이 되기도 하고, 환상(幻想, fantasy)이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 잘못된 망상(妄想, Delusion)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함께 하면 행상(幸想)이 되고, 행상(行想)이 된다.

​모두에게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으면 되고,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면 된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네트웍을 만들어도 좋다. ,융복합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기쁨이다.

달리기가 너무 좋다면, 달리기 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면, 야구와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야구 영화를 보는 모임을 만들어도 좋다. 혼자는 공상이지만, 함께 하면 현실이 된다. 2명이면 대화를 할 수 있고, 3명이면 하다못해 삼각편대를 만들 수도 있다. 4명이면 2개의 그룹을 만들 수 있고, 커플이 탄생하기도 한다.

5명 이상이 모이면, 이제 해볼 만하다. 각자가 1명씩만 친구를 데리고 오면 10명이나 되는 모임을 만들 수 있다. 숭례문학당의 회원이 1만 명을 넘어섰다.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반으로 잡으면 5천 명이다. 대단찮아 보이는 숫자일까? 이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인다면, 큰 일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뜻과 지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1만 명이 모이는 데 13년이 걸렸다. 화끈하고 뻐근한 이벤트로 모은 숫자가 아니라 자발적인 사람들이다. 최소한 학당의 지향과 가치에 관심이 있거나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이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 시민단체가 하지 못하는 일, 지역사회가 하지 못하는 일을 아주 조그만 회사가 시도해 보고 싶다. 그렇다고 대단한 미션(Mission)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 바꾸고 싶은 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 싶다. 이미 정해진 마스터플랜이 있는 게 아니다. 함께 참여해서 모자이크를 만들거나,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다. 관심사와 취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우리 사회를 바꾼다.

이른바 살롱문화의 재현이다. 18세기의 살롱은 재능 있는 자와 야심 많은 자들을 위한 우아한 사회적 미팅 장소로 자리잡았다. 살롱은 항상 여성의 주최로 이루어졌다. 살롱은 우선 좋은 식사와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오페라 가수가 아리아를 부른다든지, 또는 그림을 벽에 전시하는 등 매우 고품격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다. 또한, 살롱은 크고 작은 서클들에게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살롱의 여주인은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야심 많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유력 인사에게 소개시킨다든지 새로운 문인 스타를 탄생시키는 데뷔 장소가 되었다. 계몽주의 시대의 살롱은 사회적 터부를 거부했다.

​살롱에 출입하는 층으로는 귀족, 부르주아 계층, 그리고 지식인이 대부분이었다. 제오프랭 부인의 살롱에는 볼테르, 몽테스키외, 에드워드 기본 같은 당대의 걸출한 인물들이 많았다. 살롱은 이처럼 메세나, 즉 문예 학술의 옹호자 역할도 했다. 동시대의 예술가나 시인들과 품위 있는 서신을 교환했다.

​혁명도 작은 모임, 우아한 살롱에서 비롯된다. 혁명이라고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자신을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회사를 바꾸는 것도 삶의 작은 혁명이다. 이런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신기수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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