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경영 이야기

최초입력 2022.03.21 10:38:19
최종수정 2022.03.21 11:29:10


“테라오 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을 언어라고 생각한다. 언어가 생김으로써 인간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포발적인 인구 증가를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사업이나 일상생활에서 어떤 어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전달자의 영향력은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상황에 따른 적절한 어휘 사용은 기업가의 중요한 덕목이며 독서를 통해 이런 능력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어휘력이 뛰어날수록 경영 능력도 향상되므로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라오 겐은 청소년 시절 동년배보다 열 배가 넘는 독서를 했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풍부한 어휘력은 최상의 표현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목표를 이루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수십 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확신하게 된 것인데 죽자고 책만 읽는 학생은 서울대에는 못 들어가도 뭐라도 되긴 한다.

​경영자의 어휘력이 풍부하다면 사업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은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독서를 통해 언어 능력을 키운다면 10년 뒤에는 수입이 극적으로 높아진다는 테라오 겐의 말에 공감한다.”

​- <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 28~29쪽 중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창업 스토리 책을 냈다. 그간에 독서에 대한 책을 꾸준히 내다가 이번에는 좀 엉뚱하다. '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라니. 주로 인문학 취향의 책을 낸 저자가 '성공'과 '창업'이라니. 그런데, 책 소개를 가만히 보니 이해된다. 자서전에 주목했고, 경영자가 아니라 창업자에 방점을 찍었다. 왜 경영인이 아니라 ‘창업자’라고 특정했을까?

​한 기업의 경영자는 여럿일 수 있지만 창업자는 한 명뿐이고, 창업자는 기성 기업에 들어가 일한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희로애락을 겪었다는 점에서 참신한 발상과 삶의 자세, 경영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영 서적이 늘 불만이었던 건 글 읽는 맛이 없어서였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경영 도서, 이전 시대에는 먹혔을 지 몰라도 감성경영의 시대에는 왠지 후져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경영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경험도 무시 못할 자산이지만, 멀찍이 떨어진 관전자의 통찰이 때로 더 정확한 법이다.

​버드 뷰(bird view), 조망이다. 오버뷰(overview), 개요다. 경영 일선에 있는 사람은 나무를 보느라 때로 숲을 보지 못한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보다 관중석에 있는 축구팬들이 경기의 흐름을 잘 읽는 것과 같다. 아무튼, 독서가 취미인 진로 교사의 창업자 이야기는 핵심을 찌르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사실 그의 글맛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의 탁월한 요약 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돋보인다. 그가 누군가. <독서만담>이라는 책을 낸 사람이 아닌가. 부제가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다. '요절복통'이란 단어를 언어에 대한 감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출판사 편집자들이 괜히, 또는 무책임하게 붙일 단어가 아니다. '요절복통'과 쌍벽을 이루는 말은 '포복절도'다.

더구나 '만담(漫談)'이란 말이 무엇이던가. ‘재미있고 익살스럽게 세상이나 인정(人情)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이야기’를 일컫는다. 만담이란 말은 장소팔, 고춘자 커플이나 '두시탈출 컬투쇼'의 정찬우, 김태균 커플이 잇지 않았던가. 아무튼, 책에서 소개한 19권의 책이 너무 보고 싶다가도 정작 그 책을 읽으면 이렇게 재미있을까 싶을 정도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초조해졌다. 성공한 창업자 자서전에서 모두가 배울 만한 새로운 생각을 정리해 독자에게 소개하는 걸 이 책의 목표로 삼았는데, 부단히 책장을 넘겨도 부자가 되고 사업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을 말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엉뚱한 이 저자가 책만 팔아먹고 사업 노하우는 알려주지 않으려는 심신인가 걱정돼 남은 쪽수를 헤아려가며 읽어나갔다." (34쪽)

​종횡무진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는 19개의 경영 스토리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회사는 발뮤다, 다이슨 같은 가전제품 업체도 있고,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같은 인터넷 기반 회사도 있다. 김영모과자점, 더본, 버거킹 같은 음식 프랜차이즈 업체도 있고, 재포스닷컴, 픽사, 파타고니아 같은 창의적인 업체도 있고, 스타벅스, 월마트,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있다.

그가 쓰는 다음 책은 어떤 주제와 내용들로 펼칠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독서일기 형식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의 소소한 가정사가 에피소드로 들어가는 아주 맛깔난 책이지만, 책 소개는 지금까지 낸 책만으로도 차고 넘치니 말이다. 그의 광대무변의 관심사에 재미있는 문체가 버무려진다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장르를 탄생시킬 수 있을테니 애독자로서 조금은 과한 욕심을 부려본다.

신기수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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