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서 경영을 배우다

최초입력 2022.07.15 09:43:16
최종수정 2022.07.18 09:29:44

출처 : 출판사 제공



"식물은 개별 개체의 생애 동안에는 이동할 수 없지만, 수대에 걸쳐서는 가장 먼 땅,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극도로 열악한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다."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더숲)는 식물이 제자리에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식물학자 스테파니 만쿠소는 체르노빌과 히로시마에서 방사능 피폭에도 살아남은 식물들을 보고 놀랐다. 생존의 비결은 무엇일까? 식물은 기관이 여러 모듈로 나뉘어져 있어 동물과 달리 끈질긴 생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식물의 무한한 생명력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더 있다.
바람에 실리거나 땅 위를 구르거나 동물 털에 달라붙거나 씨앗을 섭취할 동물을 물색하는 등이 방법으로 식물은 다양하고 세련된 씨앗 퍼트리기 전략을 개발해왔다. 식물의 이동에 인간도 한몫을 했다. 미모와 과일 맛에 매혹된 사람들, 열정에 사로잡힌 식물학자의 손에 의해 식물은 대륙의 역사를 바꿨다.

식물은 어떻게 전 세계를 항해했을까? 혹독한 기후의 외딴섬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얻었을까? 인간이 떠난 재앙의 땅에서 어떻게 생존했을까? 자신의 씨앗을 운반해줄 동물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지질시대를 넘나들며 어떻게 여행에 성공했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식물의 세계가 담긴 시적인 수채화와 함께 소개한다.

요즘 식물 키우는 재미에 주변의 꽃들을 감상하는 기쁨이 크다. 작년에 숭례문학당에서 여러 모임을 기획했는데, <식물의 재발견> 모임이 가장 생활 친화적인 모임이다. 가드닝 전시회에 갔다가 식물의 에너지에 끌려 모임을 개설했는데, 참여자들의 반응이 대단하다. 다들 반려동물과는 또다른 기쁨을 주는 식물의 세계를 무심하게 흘려보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식물과 관련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전에 주목받았던 <식물의 힘>, <아무튼, 식물>에 이어 최근에는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식물, 같이 키우실래요?>, <식물과 나>, <정원놀이의 식물 디자인 레시피>, <도시 식물 탐험대>, <게으른 식물은 없다> 등 에세이, 역사, 실용서로 다양하게 나왔다.

여기에 <식물 디자인의 발견>, <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식물 상담>, <식물의 방식>, <식물의 책>, <반려식물 다이어리>, <식물 도감>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웃집 식물상담소>는 식물학자의 인생상담이라는 아주 독특한 콘셉트의 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침 '나무 경영'을 화두로 한 에세이가 나왔다. <시 읽는 CEO>, <경영의 품격>, <냉면꾼은 늘 주방 앞에 앉는다> 등의 인문 에세이를 출간한 고두현 시인의 신간 <나무 심는 CEO>(더숲)다. 매일 '천자칼럼'을 기고하는 언론인이기도 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인재, 역발상, 창의, 관계 등 리더로서의 덕목과 지혜, 혁신, 소통 등 리더가 고민해야 할 가치 등 모두 33가지를 자연의 소재들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요즘 경제 경영계의 최대 화두인 ESG 경영이나 녹생경영에 맞춤한 조언이다. ESG는 기업이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Social) 책임,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 등 투명 경영을 말한다. 새로운 가치를 심고 키워가야 하는 리더에게 나무와 자연이 주는 지혜는 새로운 비전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책 곳곳에 담겨 있는 시인의 감성과 사색이 단순히 정보나 지식에 머물지 않고, 통찰과 온기를 보여준다. 매 꼭지 말미에는 자연과 생태에 관한 33권의 책들을 소개하면서 '하이퍼링크(hyperlink) 독서'를 부추긴다. 즉, 연결을 통해 시야를 확장시키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 읽기로 주제와 경계를 넘나드는 독서를 넌지시 제안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시인이 제기한 '부름켜경영'이다. '부름켜'는 식물의 줄기나 뿌리의 물관부와 체관부 사이에 있는 분열 조직으로 세포 분열이 왕성하게 일어난다. 물관은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양분을 보내는 길이고, 체관은 잎에서 만든 영양분을 줄기와 뿌리로 보내는 길이다. 두 갈래 길 사이에 있는 부름켜는 나무의 성장과 생육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두 세포층이 줄기 안에서 겹겹이 교차하며 매년 만들어 내는 경계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이테'다. 일본에서는 '나이테경영'이라는 용어를 쓰곤 하는데, 우리는 시인의 감성으로 제시한 아름다운 이름 '부름켜경영'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물관과 체관이 서로 조응하듯 경영진과 직원, 기업과 고객이 서로 참여 협력하고, 이윤과 사회적 기여를 상생 공유하는 경영 화두인 셈이다.

통섭이론을 국내 학계에 처음 소개한 최재천 교수는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김영사)에서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파괴 시대에 국가나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나 정부의 관심과 주목은 결국 기업과 국민들에게도 전파된다. 규제와 권장의 형태로. 최 교수는 인간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환경의 세기'에 우리의 유일한 대안은 '생태적 전환'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 대한 과학자의 진단과 시인의 진단이 다르지 않다. 시인은 말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기르더라도 생물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지구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 산림 경영의 근본 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회 각 분야 리더들의 미래 산업 개척 방향 또한 이런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시대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45쪽)

신기수 우버객원칼럼니스트[즐거운예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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