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에 감동하는 이유

최초입력 2022.07.28 10:25:43
최종수정 2022.07.28 10:59:15

출처 : 출판사 도서 이미지



지난 주말에 문래아트페어에 예교리 선생님들과 다녀왔습니다. 철공소 문래동이 예술창작촌으로 바뀌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아트페어를 직접 주관할 정도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간 10명 정도의 예술 향유자들이 함께 뒷풀이를 겸해서 간단한 티타임을 했는데요.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술은 정서적 CPR이네요.”

이분은 간호 장교 출신이신데, 예술은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소생시키는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이라는 설명이죠.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너무 적확한 비유에 다들 감탄을 했던 것이죠. 우리는 그간 문자의 세계에만 갇혀 지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상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우려스러운 눈길로 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 정보나 매체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없듯이 문자 정보나 매체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통찰을 얻을 수도 없습니다.

문자와 영상(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조응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TV가 나왔다고 해서 라디오나 영화가 없어지는 게 아니듯, 유튜브와 인스타가 대세라고 해서 책이나 블로그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습니다. 각각의 매체는 그만의 장점과 유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의 감동이 예술의 감동에 못 미치지 않고, 소설의 감동이 영화의 감동에 앞선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책과 예술, 문자와 이미지는 함께 가야만 하는 두 바퀴의 수레인지도 모릅니다. TV와 라디오, 영화와 드라마가 공존하듯이 말이죠. 예술의 세계는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 작품에 감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쓸모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이미지와 소리가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술의 세계에 입문하는 방법은 무엇이 좋을까요? 독서 특강을 할 때, 이런 얘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꽂히는 책 한 권을 찾으세요. 그 다음에는 저절로 책을 읽게 됩니다.”

저에게는 심훈의 <상록수>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문열의 <영웅시대>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아주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습니다. 책이 책을 불러옵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을 자주 접하면, 꽂히는 그림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예술에서 우리는 또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바로 감동입니다. 문학과 그림, 음악이 우리에게 안게겨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감동입니다. 바이올리스트지만, 현악4중주단 '콰르텟엑스'를 이끌고 있는 조윤범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감동이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동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공감'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마지막의 '표현'은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큰 소리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가장 극적일 경우에는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감동도 감동해본 사람이 자주 합니다. 감탄도 감탄을 해본 사람이 잘 합니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예술 향유의 3단계라 생각합니다. 알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표현하지 못하는 데 감동할 수는 없죠. ‘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조윤범의 다음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그 감정과 이해의 진폭이 나에게 되돌아와서 감동은 더 커진다. 관객이 많이 차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더 좋은 이유는 이러한 피드백을 서로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감동받는다'고 수동형으로 말하고 있지만, 실은 '감동한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감동은 가장 능동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림(미술)도 음악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표현이 필요하듯 심미안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감탄의 표현을 자꾸 하다 보면 감동하게 됩니다. 또 예술을 보는 안목도 기르게 됩니다. 혼자는 잘 되지 않는다면, 함께 하면 됩니다. 감동도 잘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렇게까지 감동하자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감동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다. 바로 '행복'이다. 감동을 쟁취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당연히 더 행복하다.” - <나는 왜 감동하는가>(조윤범) 9-10쪽

신기수 우버객원칼럼니스트(숭례문학당ㅣ즐거운예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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