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규제: 실제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韓 자금세탁방지법

최초입력 2020.11.17 16:29:18
최종수정 2020.11.18 13:06:32
신기술의 등장으로 시장을 형성될 때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에 나온 뒤 세계 각국은 “비트코인,” “암호화폐” 등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시장 규제를 위한 법령을 잇달아 제•개정하였습니다. 한국도 예외 없이 가상자산 규제를 위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을 개정하였고 현재 시행령이 발표된 상태입니다. 특금법 시행으로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발판이 마침내 마련되었습니다만 업계와 금융당국간의 입장차가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엄격한 규제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금번 시행령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였고 특금법의 적용을 받는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를 아래와 같이 제한하였습니다.



[특금법 시행령상 가상자산 사업자의 정의]

선불카드, 모바일 상품권, 전자채권 등은 가상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특금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최근 급부상한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도 모호한 법령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단순 P2P 거래나 스테이킹 서비스부터 DEX까지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하고 개별 사업 특성에 따라 특금법의 적용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간 가상자산 거래에 관여하지 않고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특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수수료를 받는 등의 “영업” 행위를 하는 경우 규제를 받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분류될 수 있어 탈중앙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규제 대상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발표된 시행령안에 따르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을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는 ① 고객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관리하고, ②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고 ③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④ 고객별로 거래내역을 분리하여 관리하며 ⑤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금세탁행위 방지를 위해 구축한 시스템, 절차, 업무지침을 금융회사를 통해 확인해 금융거래에 내재된 자금세탁 행위의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받아야 합니다.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바로 ⑤번에 해당하는 자금세탁 위험평가일텐데요. ①~④에 해당하는 내용을 아무리 꼼꼼히 준비하여도 은행의 평가에 따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을 거절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지 못해 원화거래 지원의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은행의 부담 또한 커집니다. 가상자산 사업자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평가하고 입출금계정을 발급하는 책임은 오롯이 은행의 몫이 됩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이 가능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4개 암호화폐 거래소 정도로, 손에 꼽을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최악의 경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지 못해 사업신고를 못한 가상자산 사업자의 연쇄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과 관련된 관리책임을 민간영역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자격 요건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같은 자금세탁방지(AML) 인증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시 송수신자간 신원확인을 의무화하는 여행규칙(트래블룰)은 1년간의 추가적인 유예기간이 주어져 2022년까지 시간을 두고 준비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루빨리 준비해야 할 것은 자금세탁방지와 ISMS인증입니다. 법적 신고 기준의 불명확성이 야속하지만 특금법의 적용을 받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내년도 9월 신고 유예기간 종료 전까지 사업신고 요건을 맞추어야 합니다.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갖추고 사업자의 법화자산과 가상자산을 고객의 자금과 분리하여 예치하는 등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특금법의 적용범위를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로 제한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명문화된 것이 아닌만큼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질서 확립을 위해서 관련 법규 정비는 필수적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감독기준과 더욱 구체적인 규제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강혜빈 아르고스 KYC AML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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