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그테크와 국제자금세탁방지의무

최초입력 2020.03.20 17:22:37
최종수정 2020.03.25 10:45:04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은 우리의 일상과 세상 만물의 디지털화를 이끌고 있다. 핀테크, 테크핀, 재테크, 그리고 레그테크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테크놀로지 전성시대가 도래하였다. 각종 분야에서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면서 테크놀로지의 준말인 테크는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단어가 된지 오래다.

레그테크 (RegTech: Regulation + Technology)

레그테크란 규제를 의미하는 레귤레이션(Regulation)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기술을 활용한 금융규제 준수를 말한다. 금융거래를 규제하는 법률과 금융당국의 지침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접근 방식이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금융범죄와 테러자금조달을 방지하면서 고객의 니즈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금융회사 등에 부과되는 고객확인의무는 규제요건에 맞춰 개별 고객의 자금세탁 및 테러 자금조달 관련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도에 따라 관리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또한 고객확인의무는 관련 자료보관 등 수년간의 부수적인 의무를 수반한다. 레그테크는 금융회사의 업무 효율성 개선을 목적으로 하며 비용 절감 및 전문성 확보 등의 이점을 가진다. 빠르게 변하는 규제에 대응하고 자체적으로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인하우스 방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금융서비스 제공자에게 레그테크는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일 것이다.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며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 관련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이다. 현재 핀테크·금융회사 등을 규제하는 자금세탁방지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국제기준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이하 FATF)는 1989년 G7 정상회의의 자금세탁방지 합의에 따라 설립되었다. 현재 전 세계 37개국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등 2개 국제기구가 FATF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2009년 10월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FATF의 권고사항은 현재 회원국을 포함한 180여 개국이 채택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방지 국제기준을 정립한다. 뿐만 아니라 각 회원국이 자국의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확인하고 경감시킬 방법을 제시한다. FATF는 각국에 대한 상호평가를 통해 자금세탁·테러자금 조달방지에 관한 국제기준의 실질적인 이행여부를 확인하고 글로벌 정책공조를 촉진한다.

‘권고사항’이라 불리지만 평가 결과가 미흡한 국가는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직간접적 제재를 받게 된다. 이에 각 회원국의 자금세탁금지 및 금융서비스 규제 법률은 FATF의 권고사항을 골자로 하며 각국의 정책입안자, 금융당국, 법집행기관은 국제기준 이행을 위해 상호협력한다. 각국의 금융정보분석원(FIU: Financial Intelligence Unit)은 금융회사 등의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관리하며 금융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국세청, 검찰 등의 국가기관에 제공한다.

좀 더 쉽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위한 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시장은 매일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따라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는 그 규제 수단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변화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만큼 규제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강혜빈 아르고스 KYC AML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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