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국내 비거주 한국인에겐 너무나 높은 휴대전화인증의 문턱

최초입력 2020.05.25 14:57:23
최종수정 2020.06.01 14:27:23
다들 한 번쯤은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온라인 계정 비밀번호를 찾아야 할 때 내가 ‘나’라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비대면 본인인증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금융거래를 한다면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하고 내가 동의한 거래가 맞다는 확인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본인인증 수단은 단연 휴대전화번호 인증이다. 전화번호와 이름, 생년월일, 성별 그리고 보안문자만 입력하면 누구나 손쉽게 인증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한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나 국내 비거주 한국인들이 그러하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와 해외 체류 한국인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들에게 비대면 본인인증은 넘을 수 없는 산과 같다. 국내에서 발급된 신분증 또는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번호 없이 내가 ‘나’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포털사이트나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경우 고객센터 문의나 아이핀 발급을 요구하지만 이 또한 서비스 이용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기다린다.



외국인과 국내 비거주 한국인을 배제하는 휴대전화번호인증



문제는 고객 가입 절차의 복잡성이다. 가입 첫 단계에서 본인 확인을 거치는 한국 사이트와 달리 해외의 경우 대부분 가입과 결제 절차가 분리되어 있다. 해외 전자상거래 쇼핑몰이나 서비스 이용 시 가입은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 설정 등으로 간단하게 진행되고 본인 확인은 결제 단계에서 하게 되어있다. 결제 또한 추가적인 프로그램 설치 없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빠르게 진행된다.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달리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없고 따라서 아이핀, 공인인증서 등의 다른 인증 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회원가입조차 할 수 없다. 금융거래를 위한 뱅킹 앱의 전산시스템은 현재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만을 지원할 뿐 외국인 등록증이나 국제 규격을 준수하는 각국의 여권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이들은 비대면 가입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해외에 체류하는 한국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없어 기존 사용하던 서비스를 더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 국내 비거주 한국인들은 주변 지인들의 휴대전화로 ‘대리인증’을 받거나 월 수천 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알뜰폰 번호를 개통해 국내 전화번호를 소유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증가하는 외국인 · 국내 비거주 한국인의 수



국내 체류 외국인 증가 추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 2020)



올해 초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52만4천656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6.6% 늘어났다.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 수 증가로 전체 외국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외국인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9%를 차지한다. 250만 명의 외국인 중 90일 이상 장기체류를 목적으로 등록하거나 거소 신고를 한 사람은 173만1천803명으로 68.6%에 해당한다. 국내 비거주 한국인의 수도 절대로 적지 않다. 교육부 e-나라 지표 국외 한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해외 출국한 초중고 유학생은 9,077명, 국외 유학 중인 대학생은 220,930명이다. 동기간 해외취업자 수는 6,816명, 해외 이주신고자는 6,330명이다.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장기 해외 체류자와 재외동포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이들에겐 너무나 높은 한국 온라인 서비스의 문턱,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해결방법은 비대면 본인인증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에 있다. 휴대전화번호 인증 또는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하는 본인인증 서비스 외의 인증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분증과 셀피사진/동영상을 통해 본인인증을 진행한다면 국내 휴대전화번호 개통 없이도 인증이 가능하다. 해외 발급 신용카드 인증을 이용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다양한 인증 수단을 제공해 이용자 유인의 허들을 낮춘다면 외국인과 국내 비거주 한국인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그뿐인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언택트 기술의 발달과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비대면 본인인증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결정지을 것이다.

[강혜빈 아르고스 KYC AML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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